소방관 아들 잃은 父, 평생 모은 돈으로 아들 이름 딴 장학금 만들어
추석을 앞둔 1998년 9월, 경북 지역에 태풍 ‘예니’가 닥쳤다. 그해 9월 30일 여중생 3명이 대구 금호강에 휩쓸려 실종됐다. 다음 날 이들을 수색하기 위해 대구 동부소방서 소속 이국희 소방위와 김기범·김현철 소방교가 투입됐다. 하지만 이들이 탄 고무보트는 급류에 뒤집혔고, 결국 소방관 세 명 모두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로 아들 김기범 소방교(당시 26세)를 잃은 아버지 김경수(83)씨가 한 평생 모은 5억원을 소방청에 기탁했다. 아들을 잃고 받은 유족 연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 돈이였다. 아들의 순직으로 받은 돈을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소방청은 아버지 김씨가 기탁한 돈으로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은 아버지 김씨가 올해 초 남화영 소방청장에게 보낸 편지 한 장으로 시작됐다. 김씨는 편지에 “외아들을 잃고 한평생 검소하게 살면서 모아온 5억원을 아들의 이름으로 국가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3년 전 부인을 잃어 홀로 남은 김씨가 내린 결단이었다.
12일 대구 강북소방서에서는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 기탁식’이 열렸다. 아버지 김경수씨와 김기범 소방교와 근무한 동료들, 김기범 소방교와 같이 순직한 이국희 소방위의 아들 이기웅 소방령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아들이 소방관 시험에 합격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한평생을 그리워하며 살았고 아들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랐는데, 이렇게 아들 이름의 장학금이 마련되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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