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는 바퀴벌레, 충치” 충격발언에도 추앙 받으며 떠난 나발니…이승만도 제대로 평가 받아야 마땅 [매경포럼]
하지만 니발니가 집권했다면 러시아를 민주주의로 이끌고, 서방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을까에 대해선 그의 생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이유는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개인적 특성과 관련되고, 다른 이유는 러시아 정치문화적 측면에서다.
나발니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대해 “당연하다”는 투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나발니는 그해 10월 러시아 시사 라디오 채널인 ‘에코 모스크비(Ekho Moskvy)’에 나와 “크림반도는 러시아 땅으로 남을 것이고, 가까운 장래에 우크라이나 일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이 대통령이 되면 반환할텐가’라는 질문에는 “크림반도는 가져갔다가 돌려줄 수 있는 샌드위치가 아니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러시아인 어머니와 우크라이나인 아버지를 둔 나발니조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영토 확장을 편드는 모습에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은 좌절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염원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지지하지 않았고, 크림 합병 전에도 그 곳은 러시아 해군기지로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방에서 나발니 사망을 애도하는 물결이 한창일 때도 우크라이나인들 심경이 복잡했던 이유다. 런던 킹스 칼리지의 제이드 맥글린 박사는 “나발니는 과거 극우 민족단체 행사에 참석하곤 했다”며 “그를 이상적인 자유민주주의자로 보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국제엠네스티는 2021년 2월 나발니의 충치 영상 등 인종차별·혐오 논란이 커지자 그에 대한 ‘양심수’ 지정을 잠시 철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이를 기회로 나발니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자 3개월여 만에 “잘못된 결정이었다”며 양심수로 재지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해 5월 미국 조지타운대학 측이 졸업식 외부 연사로 나발니 딸을 초청키로 하자 학생들은 반발했다. 여러 민족이 어울려 사는 미국에서 민족 차별과 인종 혐오적 발언을 한 나발니 가족의 연설을 듣기 싫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반푸틴 성향 인사가 반드시 친민주와 반전, 자유주의 지도자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행사는 다른 2명의 연사를 함께 초청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푸틴의 대외사상적 멘토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두긴의 명저 ‘지정학의 기초: 러시아의 지정학적 미래’에 나온 강대국 논리를 야당 지도자들도 속으로는 공감한다. 두긴 사상 요지는 러시아가 냉전 시대 위상을 되찾고 무시 받지 않으려면 소련 제국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푸틴 역시 2000년 부임 이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협력했지만 유가 급등과 사회 안정으로 힘을 되찾자 마각을 드러냈다. 그 기점이 미국 일방주의를 거침없이 비판했던 2007년 2월 뮌헨안보회의였다. 권력을 잡은 나발니도 처음엔 미국과 협조해 본인 위상을 구축한 뒤 미국 간섭과 독주가 지나치다고 판단하는 순간 푸틴과 같은 길로 갔을지 모른다. 마리아 포포바 캐나다 맥길대 교수는 “나발니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은 반대했지만 러시아 제국주의는 비난하지 않았다”고 했다.
푸틴에 대한 견제가 유명무실한 러시아에서 나발니는 그 역할을 힘겹게 해냈다. 조국의 변화를 위한 투쟁과 헌신이 몇 가지 사소한 일 때문에 가려질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지난해 2월, 전쟁 1년을 맞아 15개항 선언문 발표로 과거 잘못을 씻어내려 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군 철수와 배상금 제공, 전쟁범죄 조사 촉구, 우크라이나인들의 평화 정착 지원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몇 가지 행적을 꼬투리잡아 이 전 대통령의 업적 전체를 깍아내리는 사람들도 많다. 누구나 긴 인생을 살면서 공과(功過)가 있는 법이다. 나발니나 이승만 모두 ‘뭐가 가장 중헌디’에 초점을 맞춰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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