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교원 분리 약속 무색…"기존 교원이 강사 병행 54%"
[EBS 뉴스12]
초등학교에서 온종일 돌봄을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새 학기부터 크게 확대됐습니다.
교육부는 늘봄학교 도입으로 인한 부담이 없도록 교사의 업무와는 분리하겠다고 약속했었죠.
그런데, 한 교원단체의 조사 결과, 이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금창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빨간색과 초록색 조끼를 입은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였습니다.
전담 강사 지도에 따라 장애물을 피해 축구공을 몰아봅니다.
서울 아현초등학교가 이번 학기부터 시작한 초1 맞춤형 프로그램, '축구 교실'입니다.
기존 교원들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특별교실 등 별도공간을 마련하고, 기간제 교사도 새로 채용했습니다.
인터뷰: 심영면 교장 / 서울 아현초등학교
"선생님들께 업무적으로 크게 안 드리겠다 전혀 안 드리겠다. 그리고 공간도 선생님들이 쓰시는 일반 교실에는 가지 않는다 이걸 약속을 드렸고…."
교육부는 이번 학기부터 전국 2천7백여 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도입하면서, 이처럼 교원과 분리된 업무 체계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학교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 늘봄학교 2천7백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한 학교 6백여 곳은 대부분 인력과 공간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특히, 늘봄학교 강사로 교사를 투입하는 학교가 54%에 달했습니다.
또, 학교 34%는 늘봄학교 행정업무에 기존 교원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간제 교사와 늘봄학교 전담인력을 채용해 업무 부담을 덜겠다는 게 당초 약속이었지만, 빠듯한 일정에 맞추느라 상당수 학교에서 인력 채용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임정택 부산지부장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도서·벽지 소재 학교가 많은 지역일수록 늘봄 운영에 교사가 투입되는 파행 사례가 다수 접수되었다. 해당 교원들은 "수업 후 곧바로 늘봄 프로그램 운영에 투입되면 다음 날 수업 준비도 불가능하고, 기존 담당 업무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며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을 빚는 점을 지적했다."
교사들은 또, 공간 부족으로 일반교실을 늘봄학교 교실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학생을 가르칠 교실이 없어, 기초학력 보완을 위한 수업을 진행하지 못한 곳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BS 뉴스 금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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