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월·유리난간은 무슨, 포기할래요”…재건축 아파트 고급화 잇달아 ‘급브레이크’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4. 3. 1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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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고급화 바람이 불었던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 공사현장에서 비명이 들리고 있다.

조합들은 앞다퉈 공사비 급등에 특화 설계를 취소하고 마감재 수준을 낮추며 분담금 부담 덜어내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22차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공사비를 3.3㎡당 1300만원 안팎으로 조정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재개발 조합 역시 최근 공사비 협상 과정을 거치며 고급 마감재 대신 일반 마감재를 사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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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재개발 현장. 조합과 건설사 간 공사비 증액 갈등을 빚으며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아파트 고급화 바람이 불었던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 공사현장에서 비명이 들리고 있다. 조합들은 앞다퉈 공사비 급등에 특화 설계를 취소하고 마감재 수준을 낮추며 분담금 부담 덜어내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11일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도시정비사업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480만3000원)까지 400만원대를 유지했지만 최근 3년 사이에 43% 뛰었다. 주거용건물 건설공사비지수도 지난 1월 기준 153.91로 2021년(123.84) 이후 3년 만에 24.3% 상승했다.

서울지역에서는 공사비 3.3㎡당 1000만원 시대를 연 사업장도 나왔다. 서울 영등포구 공작아파트 재건축 사업 주체는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과 공사비를 3.3㎡당 1070만원으로 협의 중이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22차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공사비를 3.3㎡당 1300만원 안팎으로 조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정비사업은 공사비가 오를수록 조합원들이 나눠 내야 하는 분담금이 상승하는 구조다. 건설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겨 더 큰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일반분양가를 높이는 방법으로 공사비를 회수할 수도 있지만,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는 행정구역은 시도하기 어렵고, 고분양가 논란에 청약 경쟁률과 계약률이 낮아지면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건설사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 = 송파구]
이에 조합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추후 집값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포기하더라도 공사비를 내리고 금융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급화를 포기하고 사업성 개선을 선택하는 사업지도 등장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커튼월룩과 단지 내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포기했다. 특수 설계와 그에 연동되는 미래 가치보다는 당장의 공사비와 분담금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고급 마감재 지정 취소를 통과시켰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재개발 조합 역시 최근 공사비 협상 과정을 거치며 고급 마감재 대신 일반 마감재를 사용하기로 했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의 한 신축 아파트에서는 유리 난간 설치를 논의했다가 입주예정자 간 의견 충돌에 제동이 걸렸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공사비 인상이 이뤄졌다면 향후 주택가격 상승 동력을 생각해 고급화를 추진했을 텐데 분담금이 너무 가파르게 오르니 충격을 받은 것 같다”며 “앞으로도 마감재를 다운그레이드하거나 처음부터 고급 자재 사용을 거부하는 조합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공사비 증액을 사이에 둔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막기 위해 정비사업지 8곳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시 및 자치구 정비사업 담당자와 코디네이터가 합동으로 공사비 인상 사유와 세부 내역, 협의 진행 상황 등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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