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용익 부천시장 "장기적 시각으로 시정 꾸릴 것"
SK그룹·온세미 대규모 투자 유치…경제활력 청신호 성과
"공직은 공정과 책임이 중요…시민과 함께하는 발전이 답"
[더팩트|부천=김동선 기자] '칠전팔기'. 조용익 부천시장(더불어민주당·초선)의 정치 역정을 정의할 수 있는 표현이다. 부드러움 속에서 의지를 굽히지 않고 20년 역정을 버텨낸 '조 변'. 정치 입문 18년 만에 입지를 확보한 조 변은 이제는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그려봤을 부천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져야 할 위치에 섰다.
1985년 4년 장학생으로 성균관대학교 법대에 입학한 '순천 천재' 조용익은 1989년 졸업과 동시에 제31회 사법시험에 '소년 급제'했다. 1992년 사법연수원을 졸업(제21기)한 뒤 육군 중위(군검찰관)로 복무하고 1995년 전역과 동시에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앞에서 '조용익 변호사사무소'를 개업했다.
하지만 정치는 만만치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지지했다가 2004년 총선에서 대패한 새천년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2005년 약관의 조용익 변호사를 부천원미갑 재선거에 호명했지만, 여당(열린우리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은 야당인 한나라당을 선택했다. 조 변호사는 정치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쓴 잔'을 받아야 했다.
이후에도 부침은 이어졌다. 부천시호남향우회 총연합회장, 민주당 원미갑 지역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정치적 우선권을 가졌으나 총선과 부천시장 예비선거에서 쓴 잔을 거푸 마셨다.
하지만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2020년 10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에 임명되어 8개월 동안 '큰 그림'을 배운 뒤, 2022년 5월 부천시장 민주당 경선 결선투표에서 장덕천 현직 시장에게 승리했다.
4년 만에 리턴매치에서 역전승을 거둔 조용익 후보는 2022년 민주당의 대선 패배 이후 어려웠던 선거 구도를 이겨내고 국민의힘 후보를 5% 차이로 꺾었다. <더팩트>가 조용익 시장을 11일 만났다. 다음은 조 시장과의 일문일답.
- 임기 전반기가 마무리되고 있다. 전반기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2023년은 부천시가 시 승격 50주년이 되는 해로 '지속가능 자족도시'라는 '미래 100년'의 비전을 선포한 뜻깊고 의미 있는 해였다. 지난해 7월, 서해선 소사-대곡 구간이 개통돼 소사역에서 김포공항까지 10분대로 단축되는 성과를 이뤘고, 부천아트센터와 웹툰융합센터 개관으로 문화가 경제가 되는 면모도 갖췄다.
안전·일자리·청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 154개의 상을 받았고, 보조금·공모사업비 등을 통해 824억 원에 이르는 외부 재원을 확보했다. 이는 시민과 공직자들이 함께 이룬 의미 있는 성과다. 특히 SK그룹과 글로벌 전력반도체 2위 기업 온세미의 대규모 투자 유치로 지속가능한 자족도시 실현에 필요한 경제 활력에 청신호를 켠 성과가 가장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4월에는 'SK그린테크노캠퍼스' 1조 원 투자 협약을 체결했고, 10월에는 글로벌 전력반도체 2위 기업인 온세미가 차세대 비메모리 전력반도체 첨단 연구소와 제조시설을 준공했다.
온세미는 2025년까지 1조 4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해 1000여 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온세미의 준공은 투자협약 체결 후 15개월 만에 이뤄진 실질적 성과로,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출발점인 부천의 반도체 생태계 구축과 함께 지속가능 자족도시를 향한 의미 있는 전진이었다고 할 수 있다.
- 반면에 가장 어려웠던 사업 또는 어려운 일은 무엇이 있었나.
지난해 부천시정연구원 설립 조례가 부결된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장기적인 미래 발전을 위한 로드맵 수립은 매우 중요한 과제로 시정연구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부천이 그간 추진했던 산업·문화·행정 등을 평가·진단하고, 이를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 수립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재정자립·인구 변화·산업 생태계 등 현재 당면한 과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담당 기관이 있어야 한다. 용역이나 국가·광역 단위의 연구는 단편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하나의 현안을 바라볼 뿐, 부천시민의 밀접한 삶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부천시 차원의 싱크탱크가 연구 과정과 결과를 기록하고 자료화해 시정 데이터를 계속 축적해야 한다. 부천시 미래 발전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방안이므로 잘 준비해서 적절한 시점에 재추진할 것이다.
- 김만수 전임 시장 시절 구축했던 광역동 체계를 3구 37동으로 재편한 이유를 설명해 달라.
올해 1월 1일 10개 광역동을 폐지하고, 원미·소사·오정 3개 구 및 37개 일반동 체제로 전환했다. 광역동 체제에서 불거졌던 불편을 해소하고, 시민 편익을 증진하기 위한 변화다. 시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해 과거보다 발전된 구·동 체계를 갖췄다.
3개 구에는 행정·복지·재난 관련 안전 전담팀을 설치하고, 37개 동에는 행정안전팀과 복지팀을 각각 신설해 스마트복지 안전공동체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특히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해재난을 더욱 면밀히 대비하고, 복지·안전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현장성·실효성 높은 행정 서비스를 펼칠 수 있게 된다.
청사는 구 폐지 시점 위치 그대로의 건물을 사용하고, 동 청사 명칭은 '○○동 행정복지센터'로 통일해 시민 혼란을 줄였다. 또한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허가증·신고필증 등은 재발급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했다.
- 그간 시장으로서 느꼈던, 바람직한 공직자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정과 책임'이다. 공정한 자세로 책임감 있게 본연의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 공적인 일을 처리하면서 과정과 결과를 모두 챙겨야 한다.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며, 결과는 책임 있고 확실해야 한다.
많은 공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히 땀 흘리고 있다. 특정한 공직자보다는 신규 임용된 공직자들의 설렘 가득한 눈빛과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공직자들의 시원섭섭한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그들을 볼 때마다 초심을 지키면서 끝까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 부천 인구가 계속 감소해서 선거구도 3개로 줄어들었다. 인구 감소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시 인구는 80만 명 선이 무너진 뒤에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인구수 변동은 전·출입 등 사회적 증감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타 지자체로 이동하는 사유를 보면 주택, 직업 순이다. 이는 2기 신도시 등 대규모 주택개발지로 이동한 것으로, 경기도내 1기 신도시 대부분이 우리 시와 비슷한 실정이다.
2030년까지 대장신도시, 오정군부대, 역곡지구 등 주택개발이 순차적으로 완료되면 4만 322개 주택이 공급되어 9만여 명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많은 신혼부부의 유입으로 부천시 합계출산율에 긍정적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한다.
신도시 개발과 함께 1기 중동 신도시·원도심 재정비 등 도시 균형발전을 이루고, 부천대장 도시첨단산업단지에 SK그린테크노캠퍼스 등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이뤄 지속가능 자족도시를 구현할 계획이다.
- 재선에 성공하게 된다면, 부천의 미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사업은 무엇인가.
아직 임기가 2년 이상 남았다. 지금은 현재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 미래 부천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서 부족한 점은 무엇이고 해결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
부천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기업 유치'다. 경제를 살리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기업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뛰겠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부천에 터를 잡은 기업이 떠나지 않고 잘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
부천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대기업 공장 신·증설 제한, 공업지역 지정금지, 중과세 등 기업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지난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된 경기도 12개 지자체가 공동대응협의회를 구성했다. 뜻을 같이하는 지자체와도 협력해 수도권 성장을 막고 지역 쇠퇴를 야기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할 계획이다.
부천대장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직장·주거·생활 등 다양한 인프라와 정주 여건을 갖춘 자족도시'로 만들기 위해 우수 기업 유치를 위해 온 힘을 쏟겠다. 지난 1월 15일 대장지구 첨단산단 계획을 고시했다. 입주 전략 수립용역을 통해 유치 업종을 선정하고, 올해 상반기 중 산업단지 관리기본계획을 고시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분양 공고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SK그룹 7개 계열사의 친환경 에너지 연구개발센터가 모이는 'SK그린테크노캠퍼스' 조성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이를 앵커기업으로 삼아 기존 지역산업 생태계와 시너지를 키우고, 적극적인 기업 유치를 통해 부천의 마지막 기회의 땅인 대장 산업단지를 활성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 오랫동안 정치 역정을 겪었는데, 드디어 시장에 당선되어 시정을 펼치면서 느끼는 소회를 간략히 표현한다면?
선출직은 무게감이 다르다. 시민의 삶과 도시의 비전을 더 깊게 고민하게 된다. 시민이 주신 역할과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최선의 결과를 내어 그 선택에 보답해야 한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도 부천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마음이 쓰이고 책임감을 느낀다. 주어진 임기를 넘어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시정을 꾸릴 것이다.
부천은 시민사회가 강했던 도시다. 정치 대선배이신 원혜영 전임시장 시절을 되돌아보면 행정과 시민사회가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협력하는 조화를 이루며 지역을 발전시켰다. 시민과 함께하는 발전이 답이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1966년 12월 6일 전남 순천시 승주읍 출생. 1989년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1995년 변호사 개업. 부천대학교 부동산정보과 겸임교수, 부천시탁구협회 회장, 부천시호남향우회총연합회 회장, 민주당 인권위원장, 민주당 부천시 원미갑지역위원장,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 역임. 2022년 6월 민선8기 부천시장 당선. 서부수도권행정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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