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경영권분쟁]⑳'1주 싸움' 찐 표대결...불편한 동거 가능성
신동국 회장, 국민연금 표심 및 소액주주 주총 참여율 변수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이 촉발한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로 이어졌다. 이번 주총에서는 이사회에 진입하려는 임종윤·종훈 형제와 이를 저지하려는 모친 송영숙 회장 측이 표 대결을 진행한다.
다만 양측이 확보한 우호지분만으로는 자력으로 이사 선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요주주와 소액주주들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율이 적지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사 후보 11명…다득표 순으로 6명 선임
한미사이언스가 지난 11일 공시한 정기주총 안건 공고를 보면 임종윤 사장 측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졌다. 임 사장 측이 추천한 6명의 이사 후보 가운데 송욱환 한동대 재단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5명이 이사 후보로 등록된 것이다.
앞서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한미사이언스에 자신들을 사내이사로,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대표와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사봉관 변호사와 송욱환 한동대 재단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한미사이언스에 제안한 바 있다.
한미사이언스 정관은 이사회를 3인 이상 10인 이내로 구성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송영숙 사내이사, 신유철·곽태선·김용덕 사외이사 총 4명이므로 정관상 6명을 추가 선임할 수 있다.
만약 임종윤 사장 측 이사후보가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모두 선임된다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송영숙 회장 측도 맞대응 차원에서 별도 이사 후보 6명을 올려놓으면서 표대결 결과에 따라 이사회 구성은 달라진다.
한미사이언스는 송 회장의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통합 파트너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를 사내이사 후보로, 최인영 한미약품 전무를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박경진 명지대학교 경영대 교수,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이사, 김하일 카이스트 이과학대학원 학과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각각 등록했다.
이사 선임 의안은 각각 표결을 진행해 보통결의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고, 요건을 충족한 후보가 6명이 넘는다면 다득표순으로 선임한다.
즉, 후보 한 명씩 찬반투표를 진행한 후 총발행주식수의 4분의 1 이상, 출석주식수의 과반수를 넘겨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한 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찬성투표를 받은 순서대로 1위부터 6위까지 선임하는 식이다. 송영숙 회장 32.84% vs 임종윤 사장 25.78%
따라서 1표 차이로 이사회 진입 여부가 갈릴 수 있다. 또한 다득표 대결 특성상 양쪽 추천 후보가 동시에 이사회에 진입하는 '불편한 동거' 상황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미사이언스 정관상 필요한 사외이사 정족수(이사회의 4분의 1이상, 정원 10명 기준 3명)를 현재 모두 채웠기에 이번 정기주총을 통해 임주현, 이우현, 임종윤, 임종훈 후보가 모두 이사회 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양측의 지분율을 감안하면 회사측이 내세훈 후보와 임종윤 사장 측이 제안한 후보 모두 첫 번째로 통과해야 하는 보통결의 요건을 자력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측이 현재 확보한 지분은 보통결의 요건 중 '총발행주식수 4분의 1'은 모두 넘는다. 관건은 '주총 출석주식수의 과반'을 확보하느냐다. 애초 어느 한쪽이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표대결이 무의미했을 것이다. 따라서 주요주주와 소액주주를 얼마나 우군으로 끌어들여서 주총 출석주식수의 과반을 확보하느냐가 곧 주총 결과를 좌우한다.
지난해 9월 분기보고서 기준 송영숙·임주현 직계가족이 보유한 주식은 총 1464만7362주다. 총발행주식수에서 자기주식을 제외한 주총 의결권 기준으로 보면 지분율은 21.55%(이하 지분율은 모두 자사주 제외한 의결권지분 기준)이다.
임종윤·임종훈 직계가족과 임종윤 사장이 경영하는 DXVX(디엑스앤브이엑스)가 보유한 주식은 1752만4795주로 25.78%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양측 모두 이사선임에 필요한 보통결의를 자력으로 돌파할 수준은 아니다. 따라서 주요주주들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는지가 표 대결의 핵심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공익법인 두 곳(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이 보유한 지분 8.14%는 송 회장 측이 우호지분으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윤 사장 측은 지난달 13일 한미사이언스 경영복귀를 선언하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정기주총에서 공익법인 의결권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미사이언스와 통합대상인 OCI그룹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해 공익법인 의결권 행사를 제한받는다는 논리다. 다만 아직은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 계열로 정식 편입하기 전이어서 공익법인 의결권 행사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한미약품 경영권분쟁]⑱보름 앞둔 주총…'공익법인 의결권' 사용할 수 있나(3월5일)
이를 감안하면 가현문화재단(5.05%), 임성기재단(3.09%)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송영숙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볼 수 있다.
직계가족을 제외한 친인척이 보유한 지분도 변수다.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조카인 임진희 씨를 포함한 친인척들은 의결권 3.16%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월 26일 송영숙 회장은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서 이들 친인척을 특수관계인으로 포함했다. 반대로 지난 1월 23일 임종윤 사장 측이 직계가족 및 계열사와 함께 송 회장의 특수관계인에서 빠져나왔을 때는 이들 친인척도 임 사장의 특수관계인에서 빠졌다.
따라서 친인척이 보유한 지분은 송영숙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볼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송영숙 회장 측 우호지분은 공익법인과 친인척 지분을 더해 32.84%로 높아진다. 임종윤 사장 측(25.78%)을 앞서지만 여전히 과반에 못 미친다.
따라서 과반을 넘길 수 있는 핵심 캐스팅보트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5%)과 국민연금(7.6%)이 우선 꼽힌다. 합계 20%를 넘는 의결권으로 한쪽에 지지해 준다면 주총 판세는 급격하게 기울어진다.
신동국 회장은 어느 편에 설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중립을 지키고 있다. 국민연금도 의결권 활용 관련해서는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예측 불가능한 소액주주 참여…실질의결권 가를 변수
가장 예측하기 힘든 변수는 소액주주의 참여율이다. 주총 결과를 좌우하는 실질 의결권 비율은 총발행주식수가 아닌 참석주식수에 따라서 달라진다.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여율이 낮아질수록 주요주주의 의결권은 높아진다.
앞서 예측한 주요 주주들의 의결권은 총발행주식수(자사주 제외)를 기준으로 따져본 수치다. 소액주주가 100% 주총에 참석한다면 의결권 비중이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총 참석률 100%는 어려운 일이다. 소액주주의 참석률이 낮아지면 양측의 실질 의결권 비중은 높아진다.
소액주주의 50%가 주총에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임종윤 형제 측 우호지분은 25.78%에서 28.85%로 늘어난다. 소액주주가 10% 수준만 참여한다면 31.89%까지 높아진다.
같은 논리로 소액주주 50% 참석시 송영숙 회장측 우호지분(자체지분 및 공익법인·친인척 합산)은 32.84%에서 36.75%로 높아지고, 소액주주 10% 참석시에는 40.62%까지 올라간다.
이미 임종윤 사장측보다 많은 우호지분을 확보해둔 송영숙 회장 측은 소액주주 참여율이 낮을수록 유리하다. 다만 신동국 회장과 국민연금의 지분이 어디로 향할지 예단하기 어려운 가운데 양측 모두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기 위한 위임장 확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는 전자투표를 통한 참여가 가능하다. 평소 의결권을 사용하지 않던 소액주주도 총수일가의 대결구도 속에 관심도가 높아진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 사용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한미사이언스는 주총소집결의 공시와 함께 주주친화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회사 측은 중간배당을 도입하고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친화정책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소액주주 참석률과 표심은 뚜껑을 열어봐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 예측이 어렵다.
다만 소액주주 참석률을 50%로 가정한다면(찬반비율은 중립 가정),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3.99%)과 국민연금(8.5%) 의결권이 어느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신 회장과 국민연금이 임종윤 사장 측의 손을 들어준다면(위의 표 첫번째 줄), 50%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하면서 무난히 이사회에 진입한다.
신 회장이 송영숙 회장 측을 지지하고, 국민연금이 임 사장측 손을 들어주는 엇갈린 상황이 나오면(위의 표 두번째 줄), 송 회장 측이 과반을 확보하며 임 사장측의 이사회 진입을 저지할 수 있다.
반대로 신 회장이 임 사장 측, 국민연금이 송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준다면(위의 표 세번째 줄), 어느 한쪽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채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신동국 회장이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중립을 지키거나 주총에서 의결권을 아예 행사하지 않는다면, 소액주주의 표심은 더욱 중요해진다. 국민연금이 임 사장의 손을 들어주면 소액주주가 많게 참여하던 적게 참여하던 양 측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해 소액주주의 표를 받아야만 이사 선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액주주의 손에 이사회 선임이 맡겨진다면 다득표 대결로 이어진다. 이번 주총 안건상 과반수 찬성표를 받았더라도 다른 이사보다 찬성표 숫자가 부족하다면 이사회 진입이 불가능해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양측 이사진이 나란히 이사회에 진입해 '불편한 동거'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이사회가 경영판단 및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다 이목이 쏠리는 임주현, 이우현, 임종윤, 임종훈 후보 선임 안건에 찬성표가 집중된다면 양측의 후보가 동시에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
소액주주나 주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느 한쪽에 쏠림이 강한 이사회 구성보다는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고른 표심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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