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털매머드 유전자복원, 툰드라에 떼로 풀어놓는다고요?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Q. 지난주 미국에서는 4000년 전 멸종한 털매머드의 복원이 성큼 다가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복원에 필요한 아시아코끼리의 체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하는데요. 그럼 영화 ‘쥬라기 공원’ 속 공룡처럼 털매머드가 지구에 돌아오게 되는 건가요?
A. 털매머드는 선사시대 멸종 동물 가운데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입니다. 여러 종의 매머드 중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았고, 한반도에서 관련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죠. 미디어에서 표현하는 빙하시대를 보면, 털을 휘날리며 얼음 위를 걷는 덩치 큰 동물이 나오곤 하는데 바로 털매머드입니다.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나 영화 ‘10,000 BC’에 주인공 등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멸종 시점이 4000년 전으로 다소 ‘최근’이라 냉동 상태로 발견된 사체가 여러 구 있기 때문일까요. 털매머드를 복원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습니다. 미국 하버드대학 의과대학원의 조지 처치 교수와 연구진은 2015년부터 시베리아 얼음 속에서 얻은 털매머드의 신체 조직에서 유전자 정보를 밝혀내 이를 현존하는 동물 가운데 털매머드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아시아코끼리의 유전체 안에 끼워 넣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처치 교수는 2021년 아예 멸종생물 복원(De-extinction)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생명공학기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의 공동 창업자로 나서 현재까지 연구를 이어오고 있어요.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털매머드 이외에도 멸종동물인 도도새, 태즈메이니아늑대 등의 복원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지난 6일(현지시각) 이들의 연구에 큰 진전이 있었다는 내용이 발표됐습니다. 아시아코끼리의 피부 조직을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에 성공했고, 이로 인해 털매머드의 복원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은 국제학술지 ‘네이처’나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도 주요하게 다뤘는데요, 그동안 아시아코끼리의 유전체로 줄기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역분화한 세포)를 만드는 일은 몹시 어려운 일로 여겨져 왔기 때문입니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에 개발된 줄기세포를 시험적으로 배양해 털매머드와 거의 같은 유전자를 가진 수정란으로 만들어 2028년까지 출산까지 이루겠다는 목표를 내놨습니다.
이들의 실험이 최종적으로 성공한다면, 정말 멸종한 털매머드는 지구에 되살아오는 걸까요? 과학계에서는 이들의 과학적 업적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영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의 이번 연구 결과를 질의응답 방식(Q&A)으로 소개했는데요, ‘털매머드를 멸종 위기에서 되살리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털매머드를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며 앞으로도 그럴 수 없다”는 단호한 답을 내놨습니다.
그 이유는 시베리아 동토층에서 털매머드의 사체가 몇몇 발견되어 유전체(게놈) 염기서열이 밝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 종을 복원하기엔 빈틈이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털매머드와 겉모습이 비슷한 동물을 만들어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멸종한 털매머드라고 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입장은 국내 유전공학연구소에서 근무했던 전문가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황아무개 박사는 “이론적으로 털매머드와 겉모습이 닮은 생명체를 만들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이 생명체를 털매머드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유전자은행에 있는 정보들을 짜깁기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온전히 잘 태어날지 아닐지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털매머드 자체가 현존하는 아시아코끼리와 디엔에이 구성이 99.6% 일치하기 때문에 복원된 털매머드는 ‘털북숭이 코끼리’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적합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리적 문제도 있습니다. 털매머드를 복원하려면 수정란을 2년 가까이 품을 암컷 아시아코끼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아시아코끼리는 이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적색목록에 올라있는 멸종위기종입니다. 그런데 ‘대리모’로 동원되게 되면 어떤 건강상의 문제를 겪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죠. 영국 셰필드대학 생물학자 토리 헤리지 박사도 “우리가 ‘털북숭이 코끼리’ 한 마리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코끼리를 죽어야 하겠느냐”며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회의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복원된 털매머드가 이제 와서 과연 어디서 살아가야 할지 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가운데,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털매머드를 떼로 복원해 북극권 툰드라 지대에 방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멸종 이전의 털매머드가 서식했던 곳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것이죠.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의 창립자인 벤 램 대표는 “매머드를 되살리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 방출을 막을 수 있고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털매머드와 같은 대형 포유류를 북극 지역에 도입하면 영구 동토층이 녹는 것을 늦추고, 메탄을 땅 밑에 가둘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생각도 듭니다. 코끼리는 고도의 인지능력을 갖추고 복잡한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입니다. 나이 든 현명한 암컷을 중심으로 생활하며 긴 거리를 이동하며 물 웅덩이를 찾고 먹이를 구합니다. 무리 가운데 누군가가 죽으면 장례를 치를 정도로 독특한 문화를 공유합니다. 갑자기 등장한 ‘털북숭이 코끼리’는 과연 코끼리만의 이런 행동과 문화를 스스로 익힐 수 있을까요?
“그들(털매머드)에게는 털매머드가 될 방법을 알려줄 어른이 없습니다.” 철학자이자 전직 사육사인 영국 사우스햄튼대학 헤더 브라우닝 박사의 지적은 복원된 털매머드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지 반문하게 합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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