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상금 갈취하고…"고맙다고 주더라" 주장한 전 국대 볼링 감독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선수들의 메달 상금 등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전 볼링 국가대표 감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7단독 박숙희 판사는 공갈 혐의로 기소된 A씨(70)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2월 대전 유성구 한 사무실에서 강릉전국체전 동메달을 획득해 개인 상금으로 500만원씩 받은 소속팀 선수들 5명으로부터 각각 100만원씩 총 500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6년 4월 개인에게 지급되는 선수지원금을 1000만원씩 받은 선수 3명으로부터 각각 200만원씩 총 600만원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A씨는 평소 피해 선수들에게 "상금 타서 커피 한 잔이라도 사주거나 한 푼이라도 준 적 있냐", "상금을 타서 혼자 먹으면 안 된다" 등 말을 수시로 하며 상금을 상납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드러냈던 걸로 파악됐다.

검찰은 A씨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욕설하는 등 선수들이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봤다.

또 30여년간 실업팀 감독과 국가대표 감독, 지역 볼링협회장 등을 지낸 A씨가 선수 선발권과 소속 선수의 연봉을 사실상 결정하는 등 막대한 지배력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A씨는 "선수들이 감사 인사를 위해 돈을 모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우월적 지위와 막대한 영향력을 이용한 공갈 범행으로 죄질이 불량함에도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피해 복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들이 선수지원금과 포상금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던 걸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