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끄는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새 효능…HIV 환자 치료 부작용에 효과

박정연 기자 2024. 3. 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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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인 위고비. 노보노디스크 제공.

다국적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생산하는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환자들의 체중 증가로 인한 대사 문제를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심혈관 질환 예방 치료제로 사용 승인을 받기도 한 위고비는 새로운 효능이 밝혀지면서 다양한 효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치료 효과에 대한 초기 데이터가 확보되면 항HIV 약물로 종종 발생하는 대사 문제를 통제하는 핵심 치료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레트로바이러스 학술대회'에서 위고비가 HIV에 걸린 환자들의 체중 감량을 돕고 지방 축적을 막는다는 내용의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를 주도한 대니얼 리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메디컬센터 교수는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HIV로 대사 합병증을 겪는 환자 중 약 20%가 이미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나 같은 계열의 약물을 투여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경우 매우 좋은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HIV 감염자에 대한 위고비의 효과를 조사한 연구는 이전까지 거의 없었다.

HIV 감염자의 비만 발병률 증가 추세는 일반인과 유사하다. 하지만 HIV를 억제하는 데 사용되는 특정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이 환자의 체중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가운데 위고비나 당뇨병치료제 '오젬픽'으로 판매되는 세마글루타이드는 혈당 수치를 낮추고 식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을 모방한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의 경우 이 약물을 통해 상당한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달 초에는 미국 치료법 연구 단체인 통합임상시스템의 에이즈 연구 네트워크 센터 연구원들이 HIV 치료를 받는 222명을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의 체중 감량 효과를 살피기도 했다. 분석 결과 이 약물은 1년 만에 평균 6.5kg, 초기 체중의 5.7%의 체중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앨리슨 에커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 연구팀은 초기 임상 시험을 통해 세마글루타이드가 HIV 환자의 복부 지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최근 발견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연구 참가자는 그렇지 않은 참가자에 비해 'C-반응성 단백'이라는 혈액 염증 지표가 거의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학술대회의 또 다른 발표에서는 HIV 감염자의 지방비대증에 대한 세마글루타이드의 사용을 조사한 연구 성과에 대한 발표도 있었다. 이 질환은 복부 지방이 축적되면서 염증을 늘리고 심장 대사 위험도 높인다. 

위고비는 HIV 환자의 지방성 간 질환 치료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HIV 감염자의 30~40%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 중 하나는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대사 장애 관련 지방성 간 질환이다. 상태가 진행됨에 따라 간부전 및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아직까지 이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승인된 약물은 없다.

2020년 조던 레이크 미국 텍사스대 건강과학센터 교수 연구팀은  HIV와 대사 장애 관련 지방성 간 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약 6개월 동안 매주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의 사용을 평가했다. 그 결과 참가자 중 29%가 간 질환이 완전히 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레이크 교수는 "우리가 본 것은 짧은 기간 동안에도 간 지방이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위고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근육 감소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 교수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참가자는 근육량이 감소했으며 이 효과는 약물을 복용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찰됐다. 60세 이상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리 교수는 "HIV에 걸린 노인은 세마글루타이드와 관련된 근육 손실에 취약한 만큼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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