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삼성·SK하이닉스, 美 반발 우려해 노후 반도체 장비 판매 중지”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나선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노후한 반도체 장비 판매를 중단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FT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노후한 반도체 장비를 중고 시장에 내놓는 대신 창고에 보관해 왔다”고 전했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FT에 “(반도체 장비가)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게 돼 미국 정부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고 거래업체 관계자는 “일부 중국 바이어들이 러시아에 반도체 장비를 팔고 있어 미국 측의 반발도 두렵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이 지난 3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 캠퍼스에서 공급망 문제, 특히 반도체 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재계 지도자, 주 주지사들과 가상 회의를 열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FT는 “고성능 반도체와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확보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늦추기 위해 미국이 수출 통제를 실시했고, 이후 반도체 제조사들은 2022년부터 오래된 기계를 보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무기 개발을 막고,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정보통신(IT) 기업을 잇달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미국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에 기술이나 부품, 장비를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수출이 금지되는 셈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화웨이가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첨단 반도체를 선보이자, 한국·일본·독일·한국 등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에 반도체 관련 규제를 강화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FT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 세대의 반도체 다음에 다음 세대 반도체를 빠르게 내놓기에 장비 회전이 빨라 중고 장비 공급의 원천”이라며 “한국의 반도체 회사는 일반적으로 중고 장비를 패키지로 묶어 딜러에게 경매로 내놓고, 가장 큰 구매자는 중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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