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박목월 시, 타계 45년 만에 세상 밖으로…미발표 육필 시 166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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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파 시인 중 한 명인 박목월의 미발표 시가 1978년 시인의 타계 후 45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박목월 시인의 장남인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이하 위원회)가 166편의 미발표 시를 공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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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청록파 시인 중 한 명인 박목월의 미발표 시가 1978년 시인의 타계 후 45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박목월 시인의 장남인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이하 위원회)가 166편의 미발표 시를 공개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박덕규 명예교수(단국대), 우정권 교수(단국대), 방민호 교수(서울대), 유성호 교수(한양대), 전소영 초빙교수(홍익대)가 배석해 미공개 육필 노트의 내용을 분류하고 분석한 결과를 설명했다.
박동규 명예교수는 인사말에서 "아버님 육필 노트에 수록된 460여 편 중 미발표작 290편에서 작품 형태를 갖췄다고 판단되는 166편을 선별했다"며 "노트의 존재는 어린 시절부터 알았지만, 아버님이 시를 쓰시고도 왜 발표하지 않았는지 의도가 가늠이 안 됐고, 아들로서 아버님 시를 평가하기가 어려웠다"고 그동안 발표를 미뤘던 이유를 밝혔다.
이어서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시인인 아버님의 전 생애를 나타내는 자료, 시인의 시 창작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료가 필요하다고 봤다"며 "새로운 시도들, 실험성 높은 시 작품들에 대해 완성도와 작품의 가치 등에 대해 젊은 학자들에게 평가를 맡긴다"고 설명했다.
박동규 명예교수는 미공개 육필 노트를 보관한 사연에 대해 "전적으로 어머니 공"이라며 "한국전쟁을 치르는 등 역사의 격동기 속에서 수차례 집을 옮기면서도 무사히 노트를 보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정권 단국대 교수는 박목월 시인의 공개 작업 과정과 이번에 새로 발표된 시들의 연대별, 특성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박목월 시인은 1936년과 1939년엔 동시적 운율과 리듬을 지녔고, 1950년대 후반에는 슬픔과 상실의 정서가 흐르며, 1960년대엔 일상적 삶과 가족의 사랑을 노래했고, 1970년대엔 한국전쟁, 해방, 조국, 근대 희망 등을 노래했다. 시대의 흐름과 시인의 고민이 반영된 작품의 흐름이다.
우정권 교수는 "미공개 육필 노트는 박동규 교수 자택에 보관된 것이 62권, 유족이 동리목월박물관(경주 소재)에 기증한 것이 18권 등 총 80권에 달한다"며 "2023년 8월 발간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2월까지 6개월간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노트는 박목월 시인이 등단한 1939년 무렵부터 1970년대 타계 전까지 전 생애에 걸친 작품 수백 편을 싣고 있다. 여기에는 시인의 창작, 첨삭, 거듭된 수정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인의 육필이라는 유품적 의미와 작가의 창작 과정에서 보이는 내면의 의식 흐름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한국 문학사의 귀중한 사료다.
위원회는 앞으로 디지털 작업한 것을 바탕으로 전자책을 발행하고, 전집과 평전을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 낭송회 페스티벌, 강연회 등을 통해 시문학 활성화에 기여하고, 박목월 시를 노래로 창작하고, 뮤지컬과 영화 등 제2의 창작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인공지능(AI)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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