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대 교수 비대위 “의대증원 1년 유예하고 국민 포함 대화 협의체 구성해야”
정부의 대화를 촉구하며 집단 사직을 예고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국민을 포함한 대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각 의대 교수들도 전공의·의대생 피해 발생 시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정부는 의료계와 소통하겠다면서도 “2000명 증원은 더 늦출 수 없다”고 했고, 의사단체들도 의대 증원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을 1년간 유예하되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구체적인 증원 숫자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정부, 야당, 여당뿐 아니라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단체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방재승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은 “의대생들 유급 사태가 시작되면 대한민국 의료에 대혼란이 온다”면서 “정부도 2000명으로 증원 인원을 정해둬서는 안 되며 의협(대한의사협회)도 ‘전면 재검토’(주장)를 철회하고 대화 협의체에서 논의해달라”고 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 시기를 1년 늦추면 그 피해는 훨씬 커질 것”이라며 “필수의료 부족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생각할 때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소득증가, 급속한 고령화를 고려할 때 의사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2000명 의사 증원을 흔들림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단체와 의협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대병원 비대위와 합의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도 이날 “서울대 의대 비대위 측 의견은 의협 비대위, 전공의 비대위랑 사전에 전혀 협의된 바 없으며 서울대 의대 비대위의 일방적인 희망일 뿐”이라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예고도 잇따르고 있다. 휴학 선언 의대생 유급 기점이 될 수 있는 오는 14일, 전공의 사직서 제출 한달이 되는 오는 18일 등을 기점으로 교수들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오는 14일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1일 긴급 총회를 하고 “정부가 사태 해결에 진정성이 없으면 18일부터 자발적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울산대 의대 교수들도 자발적 사직서 제출을 결정한 바 있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가까운 시일에 외래 진료 축소, 신규 환자 예약 중단, 수술 축소 및 중단, 기존 환자 외래 연기 및 입원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밝혔다. 중앙대 의료원 교수협의회도 “교수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전공의 및 의대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면 교수들은 이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강력한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예고에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다만 교수 집단 사직 등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설득 노력을 최대한 하겠다고 했다. 박민수 차관은 ‘교수 집단행동 시 진료유지명령을 내릴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의에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며 “‘한다, 안 한다’ 말하긴 어렵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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