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악성 민원과 신상 공개에 시달린 30대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비극을 막을 방법은 없는지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멱살 잡고 싶다', '욕해도 되냐'는 공격적인 글이 이어지고, 이름과 직장 직통 번호까지 포함된 신상 정보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지난 5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공무원을 향한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물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달 김포 한강로의 도로 파임 현상으로 이뤄진 보수 공사였습니다.
이때 일부 차선이 통제되면서 차량 정체가 심해지자 공사 담당자인 이 공무원에게 항의 민원이 잇따라 접수됐습니다.
이 공무원은 직통 번호로 전화를 걸면 개인 전화로 연결되게끔 착신 전환을 해둔 상태였는데, 새벽 시간까지도 수십 통의 민원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포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실명하고 전화번호가 공개되고 그랬었나 봐요. 힘들어했다고 하네요. 길 막힘 이런 것 때문에 악성 민원이라고만 그냥 표현하더라고요."]
유족들은 숨진 공무원의 개인 컴퓨터에서 '업무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동료 공무원들은 악성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동료 공무원/음성변조 : "악성 민원이 신입 때 얼마나 부담이 되고 힘든지 여실히 알고 있고, 300통이든 200통이든 때론 천 통이든 담당자 혼자서 다 감당해야 하는 사실들이…"]
[동료 공무원/음성변조 : "도로 공사나 이런 게 불가피하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민원인들이 이해를 조금 해줬으면 좋겠고요.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공무원노조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7천여 명 중 84%가 최근 5년 사이에 악성 민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악성 민원으로 인한 후유증도 큰데요.
이들은 퇴근 후에도 당시 감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어지고, 업무와 관련한 무기력함과 함께, 새로운 민원인에 대한 두려움까지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사건 이후 관계 기관들은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요.
먼저 김포시는 숨진 공무원의 신상 정보를 유포한 게시자를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신상 정보를 공개한 글이나 인신공격성 게시글 등을 수집한 상태고 민원 전화 통화 내용도 확인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공무원을 상대로 한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팀을 꾸렸습니다.
민원인들이 온라인에서 어떤 위법행위를 하는지, 응대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겁니다.
공무원 노조는 공무원들이 폭언이나 폭행을 당했을 때 소속 기관장이 가해자를 의무적으로 고소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2022년 9월 공직에 입문한 새내기 공무원의 꿈은 멈춰 섰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동료 공무원들의 바람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영상편집:강지은/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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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기자 (3h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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