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교수 사직 우려, 각종 명령 가능…전문의 중심병원 추진"
정부가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이 집단 사직 움직임을 보이자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이라면서도 교수들에 대해서도 각종 행정명령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또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해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을 신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비상진료체계를 위해서는 경증·비응급환자 분류와 타 의료기관 안내 인력에 대한 지원사업도 시행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은 1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개최 후 브리핑을 열고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오는 18일 집단 사직한다고 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그러한 일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의료계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할 경우 진료유지명령을 내릴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검토 중에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로서의 소명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교수 사회의 살아있는 양심을 믿으며 집단 사직 의사를 철회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전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전공의와 비공개 만남을 가졌고 이날 박 차관이 응급의료현장 의료진과 간담회를 갖는다며 의료계와 소통하겠다고 했다.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해서도 정부는 확고한 입장이나 이와 관련 대화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간호대 정원이 2010년 1만4385명에서 내년 2만4883명으로 늘었음에도 현장에서 간호 인력 부족을 호소할 정도로 의료 수요가 증가했고, 의사 부족으로 병원이 비정상적으로 전공의에 의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에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을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전문의 고용을 확대하고 전공의에게 위임하는 업무를 축소하며 인력 간 업무 분담을 지원하는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원사업' 모델을 만들어 내년부터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적용한다.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에 필요한 수가 지원도 병행 추진한다. 의료기관 설립 시 의사 배치기준을 개정해 전공의를 전문의의 1/2로 산정하는 등 전문의를 보다 많이 고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전문의 1년 단위의 단기계약 관행을 개선해 장기 고용을 보편화하고 육아휴직과 재충전을 위한 연구년 등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다음 주 전문의 중심 병원 등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해 현장 의견을 수렴한다.
대학병원 내 질 좋은 일자리도 늘린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재 1700명 규모의 국립대병원 전임교수 정원을 2027년까지 현재보다 1000명 이상 더 증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병원의 임상, 연구, 교육이 균형있게 발전하도록 지원도 강화한다.
비상진료체계를 위해서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증·비응급환자 분류와 타 의료기관 안내 인력에 대한 지원사업을 오는 15일부터 시행한다. 100여개의 종합병원에 평균 2명 정도의 전담인력을 지원한다.
전날부터 투입한 군의관과 공보의 158명 관련 이날 오후 법적 책임을 보호하는 장치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도 배포한다. 다음 주 추가로 공보의 200여명을 상급종합병원에 파견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복귀했거나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 보호를 위해 이날부터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를 운영한다. 신고 연락처는 △010-5052-3624 △010-9026-5484다. 박 차관은 "전공의들이 이탈한 지가 4주째가 되어 가고 있다"며 전공의들에 "의사는 환자 곁에 계셔야 한다. 용기를 내시고 담대하게 현장으로 복귀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법률대리를 맡은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전공의 대표들, 의대생 대표들, 의대 교수 대표들, 수험생 대표들이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방송사 생중계로 5200만 국민 앞에서 공개 토론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힌 데 대해 박 차관은 "법정에서 다퉈야 될 내용 같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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