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대화하자”…정부 “채널 열려 있지만 2000명 증원 확고”
교육·복지장관 상대로 소송…증원 견해차 커 합의 쉽지 않을 듯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사들과 정부의 강대강 대치에 의대 교수들도 전면에 나섰다.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피해가 갈 경우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며 사직서 제출이나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정부에 △2000명 증원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철회하고 재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1일 총회를 열고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을 기점으로 자발적인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응급, 중환자는 어떻게든 의료진들이 진료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12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전화 인터뷰를 통해 "대란을 되돌릴 방법은 18일 전에 어찌 됐든 정부와 의사단체가 협상테이블에 앉으면 되지 않을까"라며 이번 사태로 몇 달 안에 빅5 병원부터 줄도산이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가 2000명 의대증원을 철회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전날 비대위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로도 응답자의 99%는 '2000명 증원 결정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도 허점이 많으며 실제 이행되리라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의사 수는 정하지 말고 증원할 수 있다. 대화협의체 구성에 동의하자. 정부와 의협이 이것만 합의해 주면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병원에 복귀하고 정상 진료가 돼 국민 피해가 덜 가지 않을까 싶다"고 진단했다.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의대는 서울대·연세대(세브란스)·울산대(아산)·가톨릭대(성모)·성균관대(삼성) 다섯 군데다. 앞서 울산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회의를 열어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에 합의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과 일정은 추후 공지하기로 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협은 전날 오전 투표로 안석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뽑았다. 비대위는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이 현실화했을 때 집단행동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오후 6시 온라인 회의로 현 사태에 대해 논의하며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14일 회의를 통해 집단행동 여부 등을 모색한다. 아주대, 원광대와 영남대, 충북대 등 전국 곳곳의 의대 교수들이 비대위를 구성하고 있다.
방 비대위원장은 전국 의대 가운데 총 14개 대학에서 교수협 비대위가 설치됐다고 했다. 이날 저녁 온라인 회의를 통해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점차 합의를 이룰 예정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행정처분, 명령에 두려울 교수도 많을 거다. 오죽하면 이렇게 했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40개 의대 중 교수협의회가 있는 33개 의대가 참여 중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이날 성명서를 내 "전공의와 학생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현 사태를 야기한 정부에 대해 단호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는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2000명 증원은 비과학적·비합리적 정책이기에 반대하며 의대생 유급, 전공의 사법조치 시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행동의 방식으로 사직, 겸직 해제가 거론된다.
아울러 전의교협은 지난 5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전공의·의대 학생·교수 대표, 수험생 대표 등은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2025학년도 증원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도 제출했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여러 경로와 채널로 (교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대화 계획도 잡혀있는데 진행되는 대로 설명하겠다"면서도 "정부는 2000명 증원에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늦추기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전공의들처럼 교수들의 집단사직에도 진료유지명령 등을 내릴지에 대해 박 차관은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면서 "지금 한다, 안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소개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답이 없는 문제가 돼가고 있다. 국민 보기에는 양쪽 모두 편들고 싶지 않을 상황이 오겠다"며 "병원에 남은 의료진의 너무 지쳤고 피로도가 상당하다. 서로 협상의 여지를 내보일 때"라고 전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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