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면 그정도 던져야지, 박영현급 성장 가능"…'슈퍼루키' 들의 철벽투, 흐뭇한 사령탑들의 제자 자랑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1라운드면 그정도 던져야지", "박영현급 성장 가능하다"
지난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맞대결에서 9회, 흥미로운 볼거리가 탄생했다. 바로 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 김택연(두산)과 3순위 전미르(롯데)의 등판이었다.
두산은 지난해 열린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에서 고교시절부터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뿌리는 등 2023 WBSC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U-18)에서 6경기에 등판해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88이라는 압권의 성적을 남긴 김택연을 지명했다. 두산은 김택연만을 위한 특별 유니폼을 제작해 안겼고, 계약금으로 전체 1순위 황준서(한화 이글스)와 같은 3억 5000만원을 안겼다.
롯데의 선택은 경북고 시절 투수와 타자 모든 방면에서 남다른 재능을 뽐냈고, 지난해 7월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경북고를 30년 만에 최정상에 올려놓는 등 최우수선수상과 수훈상을 수상했던 전미르를 지명했다. 롯데 또한 전미르에게 계약금 3억원을 안길 정도로 큰 기대를 드러냈다. 당초 롯데는 전미르에게 '이도류' 기회를 기회를 줄 방침이었으나, 일단 투수로서 재능이 더 뛰어나다고 판단, 당분간 방망이를 내려놓을 방침이다.
먼저 투구에 나선 것은 전미르였다. 구승민이 두산 김인태의 타구에 맞으면서 갑작스럽게 마운드에서 내려가게 된 9회초 무사 1루에서 전미르가 마운드에 섰다. '특급유망주'의 등판에 사직 구장에는 큰 환호가 쏟아졌다. 전미르는 등판과 동시에 첫 타자 이유찬에게 내야 안타를 맞으며 경기를 출발했는데, 후속타자 김대한과 승부에서 5구째 125km 너클커브를 위닝샷으로 선택, 삼진을 솎아내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늘리며 한숨을 돌린 전미르는 후속타자 조수행과 맞대결에서 또다시 안타를 맞았지만, 타구가 얕았던 탓에 그 어떠한 주자도 홈을 밟지 못했다. 여기서 전미르가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 전미르는 1사 만루에서 장승현을 상대로 126km 너클커브로 '3구 삼진'을 솎아냈고, 후속타자 김재환을 상대로도 127km 너클커브를 결정구로 선택, 헛싀윙 삼진을 뽑아내며 'KKK'로 대량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전미르가 선보인 투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압권'의 투구는 또 나왔다. 이번엔 김택연이었다. 김택연은 두산이 3-0으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 빅터 레이예스를 상대로 146km 직구를 위닝샷으로 선택, 삼진을 뽑아내며 이닝을 시작했다. 그리고 후속타자 손성빈에게는 3B-0S의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 두 개의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낸 뒤 6구째 146km 직구로 연속 삼진을 기록, 후속타자 나승엽을 좌익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승·패의 결과를 떠나서 '슈퍼루키'로 불리는 유망주들의 훌륭한 투구에 사령탑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를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12일 사직 두산전에 앞서 전미르의 투구에 대한 질문을 받자 "1라운드 지명을 받은 투수라고 한다면, 그 정도는 던져야지"라면서도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사령탑은 "충분히 연투를 할 수 있는 체력도 갖추고 있는 것 같다"며 "슬라이더, 커브 등 자신이 던지고 싶은 변화구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9회말 등판한 김택연의 투구도 인상깊게 본 모양새. 그는 "공이 좋더라. 140km 후반을 던지는데, 잘 던지더라. 1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은 고졸 선수들은 모두 1군에서 던질 수 있는 구위는 충분히 된다"며 "다만 경기를 운영하는 것과 제구력이 관건이다. 힘만 놓고 본다면 140km 후반을 기록할 만한 구위는 다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의 첫 세이브 상황에서의 등판을 어떻게 봤을까. 사령탑은 "조금 힘이 들어갔던 것 같다. 이천에서보다 확실히 관중이 많았다. '더 많은 관중 앞에서, 긴장되는 상황을 어떻게 이겨낼까'에 대한 것을 봐야겠지만, 워낙 좋은 공을 갖고 있는 투수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김택연은 워낙 제구가 좋은 투수다. 다른 투수와 비교해서는 결코 떨어지는 수치는 아니지만, 한국에 들어온 뒤 스트라이크 비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관중 앞에서 던지다 보니 힘이 들어간 것 같은데, 이것도 과정의 일부다. 조금씩 경험을 쌓으면, 본인의 모습이 나올 것이고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민타자'는 김태연이 잘 성장한다면, 최근 국제대회에서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던 박영현(KT 위즈)와 같은 투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박영현 정도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며 "충분히 능력이 되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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