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2명 약물살해’ 혐의 요양병원장 등 검찰 송치

결핵 환자에 염화칼륨 투여
경찰 “병원 경영난에 범행한듯”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의 결핵 감염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 환자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요양병원장 등 2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전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7일 살인 혐의로 병원장 이모(46) 씨를 서울서부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 2015년 운영하던 서울 동대문구 요양병원에서 결핵에 걸린 80대 여성 환자와 60대 남성 환자에게 약물을 투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공범으로 지목된 병원 행정직원 A(45) 씨도 같은 혐의로 송치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씨가 사용한 약물은 염화칼륨(KCL)이었다. 염화칼륨은 일부 국가에서 사형 집행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은 약물을 투여받은 후 약 10분 만에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당시 병원에 근무했던 직원한테서 “병원장이 염화칼륨을 받아간 뒤 환자들을 단독 진료했고, 이후 전혀 사망할 상황이 아니었던 환자가 숨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염화칼륨을 의료용으로 쓸 땐 소량을 희석해서 쓰는데, 경찰은 이들이 원액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환자가 숨진 직후 부검이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사인에 대한 입증이 안 된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사망 환자 2명은 병원 내부에서 결핵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경찰은 감염병으로 인해 병원에 극심한 경영난을 겪던 이 씨가 환자들이 결핵에 걸린 사실이 알려지면 병원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당시 서울서부지법은 “피해자들의 직접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도주·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 등을 기각 사유로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을 인지한 후 오랜 시간 수사를 계속한 끝에 송치했다”고 말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