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교수 집단사직시 '진료유지명령' 검토…의료계와 소통 중"(종합)
'전문의 중심 병원' 신속 추진…"수가 지원·장기고용 보편화"
(서울=뉴스1) 김규빈 천선휴 기자 = 정부가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을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은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4대 의료개혁 과제 중 하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1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대학병원의 인력구조를 '전문의 중심'으로 바꾸어 수련생인 전공의를 제대로 수련하고, 환자에게는 전문의 중심의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의료체계를 개선하여 전공의는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에게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내년부터 국립대 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의료기관 설립 시 의사 배치 기준을 개정하여 전공의를 전문의의 절반으로 산정하는 등 전문의를 더 많이 고용할 방침이다.
또 전문의 배치기준을 강화하여 병원이 전문의를 충분하게 고용하도록 하고 보상 체계도 개선할 계획이다. 지난달 29일 정부는 현재 1700명 규모의 국립대병원 전임교수 정원을 2027년까지 현재보다 1000명 이상 더 증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를 개선하고,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확대해 전문의 중심 인력 운영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전문의 고용체계도 손본다. 박 차관은 "1년 단위 단기계약 관행을 개선하여 장기 고용을 보편화하고 육아휴직과 재충전을 위한 연구년 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노력하겠다"며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에 대한 수가 지원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 현장의 사례를 검토하고, 전문의 중심 병원의 모형과 개선 사항을 검토 중이다. 다음 주에는 전문의 중심 병원 등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박 차관은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전원 사직하겠다는 것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또 다른 집단사직으로 환자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떠한 경우에도 환자의 생명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교수 사회의 살아있는 양심을 믿으며, 집단 사직 의사를 철회하여 주시길 바란다"며 "실제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남은 기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개 대학병원에서 교수님들이 모임을 예고하고 있고, 성명도 많이 발표하고 있어서 교수사회가 동요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정부는 이런 상황이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대화 등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할 경우 진료유지명령을 내릴지에 대한 질의에 박 차관은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검토 중이다"고 답했다.
이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의대 교수 등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공개토론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박 차관은 "법정에서 다퉈야 할 내용을 국민들 앞에서 토론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답했다.
교육부가 의과대학을 둔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동맹휴학'을 허가한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업 거부가 확인된 곳은 6개 대학으로, 해당 학교에서는 학생 면담·설명 등을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대학에 엄정한 학사관리를 요청하고 있다. 현재까지 학칙에 따른 요건을 갖춘 휴학계 제출은 5451건(재학생의 29.0%)이며, 휴학철회는 1개교 1명, 휴학 허가는 6개교 8명이다.
전날 전공의와 비공개로 만났으며, 이날 오후에는 응급의료 현장 의료진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에대해 박 차관은 "전공의들이 대화를 하기 매우 어려운 여건에 있는 상황이고, 비공개 대화를 요청했고 비공개로 대화를 나누었다"며 "구체적으로 어디의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 지금으로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뿐만 아니라 교수 사회와 각 기타 의료계 여러 분야와 지속적으로 소통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좀 더 활발하게 소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박 차관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것을 전제로 대화를 하자거나 협상을 하자거나 하는 그 모든 것에 대해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대해서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운 과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화가 가능하다'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것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를 운영해 도움을 요청하는 전공의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공의가 원하는 경우에는 타 수련기관으로 이동 조치하고,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까지 접수된 사례는 없다.
박 차관은 "병원으로 복귀할 의향이 있음에도 유·무형의 불이익을 우려해 복귀하지 못하고 있거나, 현장을 지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공의들께서는 보호·신고센터로 적극 연락해주시길 바란다"며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신고할 수 있는 2개의 직통번호를 운영하며 향후 온라인 등으로 신고, 접수가 가능하도록 채널을 다양화할 계획이다"고 했다.
정부의 비상의료체계 가동 결과, 상급종합병원의 입원 환자 수는 평시 대비 약 40% 정도 감소했다. 집단행동 이전인 지난달 1일부터 7일과 비교하면 지난 4일 입원환자는 40.7%까지 감소했으나, 11일엔 37.7%까지로 소폭 회복했다. 11일 기준 상급병원 수술은 지난달 15일 대비 52.9% 감소했다.
전날 20개 의료기관에 파견된 공중보건의사 및 군의관은 이날까지 근무에 필요한 교육을 마친 후 13일부터 근무를 시작한다. 이번에 배치되는 인력 중 57%는 배치되는 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경험이 있다. 정부는 추가 인력 파견 시 수련기관, 임상경험 등을 최대한 고려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병원 내 진료협력센터 인력 운영에 대한 재정 지원을 통해 병원 간 환자 의뢰와 회송 업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또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환자에 대한 병원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진료협력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8일에는 사업에 참여하는 전문의 명단을 확정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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