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KBO 중계 ‘대환장 파티’ 보니 새삼스러운 ‘최강야구’의 공력[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4. 3. 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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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시즌부터 프로야구 KBO 리그 뉴미디어 중계권자가 된 OTT 플랫폼 티빙(왼쪽)과 한국야구위원회 KBO의 로고. 사진 티빙, KBO



기자는 엔터테인먼트부 방송 담당과 스포츠부 야구 담당을 모두 한 경험이 있다. 엔터테인먼트 부서에 있다 스포츠부로 갔을 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콘텐츠를 대하는 팬들의 태도였다.

드라마나 예능 등 방송의 콘텐츠들은 비록 팬이 있을지라도 이를 즐기는 모습이 여가, 흥미 위주의 접근이 많았다. 하지만 야구를 대하는 팬들의 태도는 달랐다. 매년 144경기가 열리는 야구는 이들에게 일상이었으며, 때로는 삶의 이유였다.

그래서 야구 담당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배웠던 마음은 스포츠 종목 안에서의 존중이었다. 규칙이나 판정에 대한 존중,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 상대 팀에 대한 존중 나아가 야구라는 종목 자체에 대한 존중 등.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던 만큼 신성하기도 했다.

주자가 사는 ‘세이프(SAFE)’를 ‘세이브(SAVE)’로 표기한 티빙 KBO 리그 하이라이트 한 장면. 사진 티빙 방송화면 캡쳐



OTT 플랫폼 티빙이 2024시즌 프로야구 KBO 리그의 뉴미디어 부문 중계권을 갖게 됐다. 밝혀진 것으로는 3년 총액 1350억원의 어마어마한 규모다. 알려진 것처럼 티빙은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누적 적자가 1100억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큰 베팅을 한 이유는 당연히 세계적인 브랜드인 넷플릭스나 각종 스포츠 중계권으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쿠팡플레이 등에 밀려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감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리라 보인다.

큰돈을 들여 중계권은 가졌지만 티빙에게는 아직 야구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 보인다. 그게 아니라 야구를 좋아하는 스포츠팬들에게 존중이 일상이라는 명제조차도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개막한 2024시즌 KBO 리그 시범경기 중계에서 티빙은 이에 대한 여러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TV 중계권자들의 화면을 그대로 트는 생중계 부문에서는 별 탈이 없었지만 이를 요약해 전하는 하이라이트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일단 오후 4시도 안 돼 끝난 경기의 하이라이트가 오후 11시에 올라왔다. 그리고 주요 득점장면이 빠지는 등 경기의 흐름을 알 수 있는 편집도 아니었다.

KBO 리그 시범경기 LG-KT전 박해민의 안타에 ‘퇴근 안타’라는 자막을 단 티빙. 사진 티빙 방송화면 캡쳐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예능 프로그램과 비슷한 접근으로 달아놓은 자막이었다. 타자의 이름을 ‘등 번호’가 아니라 타순으로 부른다는 기본을 모른 채 ‘22번 타자’라는 신조어를 만들었고, 이닝에서 수비하는 팀의 수비수의 호칭인 3루수를 거론하며 “3루수가 득점했다”고 적었다. 선수 이름의 실수, 사진에서의 실수는 애교인 수준이었다.

LG와 KT 경기에서 LG 박해민이 안타를 치자 “집에 갈 때 되니 퇴근 안타”라는 자막을 단 부분이 대표적이다. 이는 팬들에 의해 예능적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는 상황이지만 중계권자의 하이라이트에 나올 법한 자막은 아니다. 선수의 의도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중계가 그의 심리를 마치 안다는 듯 단 자막은 팬들로 하여금 심각한 존중의 부재를 느끼게 해줬다. 이런 부분이 티빙 자막의 가장 큰 문제였다.

티빙의 중계 관련 시행착오를 보고 있노라니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JTBC ‘최강야구’의 공력이다. 2022년 6월부터 시작한 ‘최강야구’는 최강 몬스터즈라는 은퇴 야구선수들의 팀이 각종 아마추어, 프로 2군 등과의 경기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 스포츠 예능이다.

JTBC 스포츠 예능 ‘최강야구’ 포스터. 사진 JTBC



‘강철부대’ ‘도시어부’ 등에 이어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장시원PD는 알아주는 야구광이다. 그는 롯데 자이언츠의 오랜 팬으로 알려져 있으며 방송만큼 야구에 대한 지식도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최강야구’의 시즌은 마치 프로야구의 한 시즌과 같다. 연봉협상을 하고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경기가 끝나면 수훈선수를 뽑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강야구’가 신경 쓰는 것은 야구라는 종목에 대한 존중이다. 티빙과 ‘최강야구’는 경기 내용에 비슷한 모습의 자막을 달지만 ‘최강야구’의 자막은 오히려 경기의 흐름을 살리고, 예능적 재미를 더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청조 관련 사태를 패러디한 JTBC 예능 ‘최강야구’의 자막. 사진 JTBC 방송화면 캡쳐



이러한 이유는 ‘최강야구’가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을 이해하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부분에 있어서는 평론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그아웃에서의 반응, 경기결과가 끝난 후 선수들의 모습에서 재미를 뽑아낸다. 열심히 응원하다 투수가 투구판에 발을 올리면 조용해지는 관중들처럼 ‘최강야구’의 카메라 역시 승부의 순간에는 그 모습을 존중하며 그저 지켜본다.

대놓고 웃음을 노리는 예능 콘텐츠지만 스포츠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는 ‘최강야구’에 기존 야구팬들도, 야구를 잘 모르는 이들도 열광했다. 시청률은 월요일 오후 11시가 넘는 시간임에도 3~4%를 오가고, 관중을 모으면 고척스카이돔이나 잠실야구장도 너끈히 채운다.

티빙은 12일 ‘K-볼 설명회’를 따로 열면서 현재 지적된 여러 기술적 오류에 대해 빨리 시정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그렇게 되면 하이라이트 게재 시점은 빨라질 수도, 실수하는 자막은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야구에 대한 존중이 빠진다면, 뉴미디어 중계권자로서 팬들의 마음을 얻기엔 쉽지 않다. 티빙의 지금에는 가장 중요한 이것이 빠져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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