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소설 속 체내 유전자 편집 치료법 실험 성공

강영진 기자 2024. 3.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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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세포를 추출해 유전자를 편집한 뒤 투여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법과 달리 환자에게 직접 약물을 투여해 유전병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실험에 성공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비해 "체내 진행(in vivo)" 방식의 새 유전자 치료법은 환자에게 직접 약물을 투여해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의 발현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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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추출 뒤 유전자 편집해 투여하는 방식과 달리
환자에 직접 유전자 편집 기능 약물 주입하는 방식
[서울=뉴시스]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해 편집한 유전자를 투여하는 치료법과 달리 유전자 변이의 발현을 억제하는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치료법의 실험에 성공했다. 사진은 유전자 편집 가위(크리스퍼)의 상상도. (출처=몰리큘라 디바이시스 홈페이지) 2024.3.1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환자의 세포를 추출해 유전자를 편집한 뒤 투여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법과 달리 환자에게 직접 약물을 투여해 유전병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실험에 성공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크리스퍼라는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유전자를 편집함으로써 겸상적혈구 빈혈을 치료하는 방법이 지난해 최초로 미국에서 승인됐다. 환자의 세포를 추출해 질환을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를 잘라내는 등 유전자 배열을 편집한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법이다. 이 치료법은 거액의 치료비가 들어 일반화하기가 어렵다.

이에 비해 “체내 진행(in vivo)” 방식의 새 유전자 치료법은 환자에게 직접 약물을 투여해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의 발현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WSJ는 새 치료법의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면 수백 만 명의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 의학에 근본적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키툰데 오둔시는 심장과 신경 조직에 잘못된 단백질이 축적되는 아밀로이드증 환자다. 단백질 축적이 계속되면 심장이 멈춰 사망하게 되는 유전병이다. 그는 지난 2022년 3월 영국 런던의 한 실험실에서 수액을 맞았다. 인텔리아 테라포이틱스와 레제네론 파마코이티컬스가 제조한 이 수액에는 나노 지질 입자가 포함돼 있었다. 이 나노 입자들은 오둔시의 간에서 질병 원인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도록 고안됐다.

체내 진행 방식의 치료법은 체외 유전자 편집 기술보다 훨씬 간편하며 적용 범위가 훨씬 넓어질 수 있다. 인텔리아의 CEO 존 레너드 박사는 대부분의 신체 세포는 추출이 불가능하다면서 “체내 진행 방식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유전자 편집기를 체내 각 기관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아직 개발돼 있지 않다. 다만 많은 혈액이 모이는 간의 경우 혈액에 투여된 유전자 편집 물질이 쉽게 도달할 수 있는 특징이 있어 우선적 실험 대상이 되고 있다.

체내 진행 유전자 편집 치료법으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실험을 해온 버브 테라포이틱스는 지난해 11월 소규모 실험에서 저밀도콜레스테롤(LDL)을 55% 낮추는데 성공했다. 이 회사 CEO 세카르 카티레산 박사는 매일 약을 복용하는 대신 한 번의 치료만으로 평생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그린(57)이라는 환자는 숙모 등 친척 여러 명이 사지 약화와 호흡 부전으로 조기 사망했다. 마라톤을 하는 등 건강했던 그가 다리에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면서 약해졌고 2020년 유전자 검사로 아밀로이드증임을 확인했다. 이듬해 저용량의 인텔리아 약물 치료를 받은 그는 한 달 뒤 질병 원인 단백질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효과를 낸 다른 환자도 2명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다시 최대 용량을 투여한 뒤 다시 다리가 튼튼해졌고 타는 듯한 통증도 사라졌다. 지난해 9월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등정에 도전했던 그는 올해도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치료 받은 환자들은 아밀로이드 생성이 9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90분 씩 주 5회 걷기를 하는 오둔시는 “하루하루 축복 받은 날”이라며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체내 진행 치료법에는 질환과 무관한 유전자까지 편집할 위험성이 있다. 조사 결과 치료 때문에 사망한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실험적 치료를 받은 한 환자가 치료 5주 뒤 심장 발작으로 사망한 일이 있는 등 아직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약물을 투여한 지 하루 만에 심장 발작을 일으킨 환자도 있었다. 심장 질환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실험 대상이 된 환자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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