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2배 몰려도… ‘의료체계 허리’ 사명감으로 버텨

권도경 기자 2024. 3.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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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문병원들이 전공의 무기한 집단행동 탓에 축소 운영 중인 상급종합병원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대형병원 못지않은 전문성을 갖춘 전문병원은 전공의가 없는 구조 덕분에 의료 파행 국면에도 정상 운영을 하고 있어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전문병원이 버틴 덕분에 전공의 집단행동이 4주째 이어져도 최악의 의료 붕괴까지 치닫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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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공백 메우는 2차 병원들
상급병원서 전원 환자 급증에
당직 강화하고 인력 추가배치
의료계 “전문의 인센티브 주고
필수의료 분야 수가 조정해야”
정부, 다음주 전문병원 토론회
북적북적 11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어린이전문병원 우리아이들병원 진료실 앞이 진료를 받으러 온 아이들과 보호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곽성호 기자

#1.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명지성모병원. 수도권의 유일한 뇌혈관전문병원인 이곳 진료실 전광판 곳곳에는 ‘진료 지연’이라는 안내 문구가 떠 있었다. 이곳에는 약 2주 전부터 중증 환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넘어오는 환자들을 받아내면서다. 6인 병실은 거의 다 찼다.

#2.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우리아이들병원에는 최근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환아들이 20∼30% 늘었다. 이들은 중증은 아니지만 검사나 입원 조치를 바로 해야 하는 환아들이다. 최근 이 병원에선 복부 등 초음파검사 건수가 1.5배로 증가했다. 심장 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심장 초음파검사 대기시간은 1주에서 3주 이상으로 늘었다.

전국 전문병원들이 전공의 무기한 집단행동 탓에 축소 운영 중인 상급종합병원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대형병원 못지않은 전문성을 갖춘 전문병원은 전공의가 없는 구조 덕분에 의료 파행 국면에도 정상 운영을 하고 있어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전문병원은 상급종합병원에 견줘 전문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아 ‘전문의 중심 병원’의 표본으로 꼽힌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명지성모병원은 전공의 집단행동 직후 응급실 24시간 운영과 당직체계를 강화하고 인력을 추가 배치했다. 이 병원 간호사 A 씨는 “전체적으로 중증 환자가 최근 2주 새 증가하는 추세”라며 “대형병원에서 전원 오는 환자도 1.5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현재 상급종합병원이 맡아야 할 중증 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 병원 12개 진료과에는 전문의 35명이 일하고 있다. 이날 뇌혈관 2차 수술을 받는 환자 보호자 B 씨는 “바로바로 진료를 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환자가 평소보다 2배로 늘었다”며 “오전부터 자기공명영상(MRI) 찍는 곳에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고 말했다. 입원환자 C 씨도 “원래 한산했었는데 요즘엔 환자들이 바글바글하다”며 “지난주부터는 6인실도 다 찼다”고 말했다.

어린이전문병원도 마찬가지다. 성북 우리아이들병원에는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하기 힘든 환아들이 몰리고 있다. 자녀가 장염으로 입원한 보호자 D 씨는 “지난 주말 급하게 진료를 본 후 입원했다”며 “대형병원이었다면 입원이 바로 안 됐을 텐데 전문병원이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에는 소아과 전문의 15명을 포함한 의사 23명이 일하고 있다. 최근 중등증 환아 입원이 늘면서 주말과 야간 당직 콜도 증가했다. 소아과 전문의들이 평일과 주말 야간 당직을 서면서 응급상황이 있으면 바로 처치에 들어간다.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은 “의사는 환자 곁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어린이전문병원은 아이들이 경증, 중등증에서 중증으로 악화하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고 말했다.

전문병원이 버틴 덕분에 전공의 집단행동이 4주째 이어져도 최악의 의료 붕괴까지 치닫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의료체계 ‘허리’ 역할을 하는 전문병원을 육성한다고 밝힌 만큼 적극적인 지원책도 시급하다. 정 이사장은 “(진료 행위마다 가격을 매기는) 행위별 수가제 탓에 휴일과 야간 등 취약시간대에 당직을 서도 수가가 안 나온다”며 “전문병원 의료진 평가 기준을 높이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실력 좋은 전문병원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주에 전문의 중심 병원 등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해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권도경·노지운·김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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