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고용주 살해 카자흐인, 도주 20년만에 본국서 재판

한국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달아난 카자흐스탄인(人)이 20년 만에 현지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한국 법무부의 기소 요청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 청사./뉴스1

12일 법무부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인 A씨가 한국에서 일하던 당시인 2004년 5월, A씨의 고용주 B(당시 48세)씨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고용주의 시신은 인근 저수지에서 발견됐고 A씨가 카자흐스탄으로 떠났다.

법무부는 A씨가 고용주를 살해하고 시신을 숨긴 뒤 카자흐스탄으로 도피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카자흐스탄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당국은 2007년 1월 자국 헌법에 따라 자국민 인도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법무부의 청구를 거절했다.

이에 법무부는 2009년 1월 A씨를 카자흐스탄 현지에서라도 기소해 처벌할 것을 요청했다. 수사기록을 제공하고 수차례 실무 협의, 현지 출장, 화상 회의 등 계속 설득을 이어왔다. 결국 카자흐스탄 당국은 사건 발생 약 20년 만인 지난달 28일 A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당시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범죄인 인도 조약이 발효되기 전이라 A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기소 요청은 상호주의에 입각해 이뤄졌다”며 “외국 국적 범죄인이 한국에서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자국으로 도주하더라도 준엄한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과, 자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국내외에 천명한 사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