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백기 들 용기” 발언에 교황대사 초치
우크라이나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백기를 들고 항복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 데 대해 항의하기 위해 자국에 주재하는 교황대사를 이례적으로 초치했다. 2년 넘게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에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비스발다스 쿨보카스 교황대사를 외무부로 불러들였다”며 “‘백기를 들 용기를 내 침략자와 협상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교황의 발언에 실망했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교황청 수장이 강자의 권익을 정당화하고 국제법 규범을 무시하도록 독려하는 대신, 선이 악에 대해 승리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힘을 합치라는 신호를 보내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 평화는 공정해야만 하며, 유엔헌장 원칙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 공식’에 기초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평화 공식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종전 협상안이다. 러시아군 철수와 정의 회복, 핵 안전과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등 10개 조건을 담았으며, 지난 1월15일 83개국이 4차 평화공식 회의에 참석했다.
초치는 양국에 외교 문제가 생겼을 때 자국에 머무는 상대국 외교관에게 항의하는 행위로, 바티칸 시국에서 파견돼 사실상 상징적으로 존재하는 교황대사를 초치하는 일은 드물다.
프란치스코 교황 발언에 대한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부 장관, 에드가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에 이어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도 “우크라이나의 항복은 평화가 아니다”며 교황을 겨냥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스웨덴 나토 가입 기념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 전쟁을 시작했고, 오늘 전쟁을 끝낼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에는 그런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 9일 공개된 스위스 공영방송 RTS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선 백기를 들고 항복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항복은 강자를 유리하게 할 뿐이라는 주장이 엇갈리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상황을 보며 국민을 생각하고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협상이라는 말은 용감한 말”이라며 “패배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을 볼 때 협상할 용기를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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