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소환된 의협 간부 “전공의 선동? 인정 못 해”…1시간 만에 조사 거부도
정부의 의대 증원을 반대하며 전공의 집단행동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간부 3명이 12일 경찰에 출석했다. 이들은 “전공의 사직이 일부 의사들의 선동 결과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의료법 위반 방조·교사 등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정부가 고발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의 소환조사는 이날 일단락될 예정이었으나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조사를 중도 거부하고 나가면서 향후 추가 소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 업무방해 및 의료법 위반 방조 등 혐의를 받는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의협 비대위원)을 불러 조사했다. 함께 고발된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 6일,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지난 9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임 회장은 조사를 받기 전에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들의 사직은 범죄가 아니라 직업 선택권 행사”라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 사직으로 수련병원의 업무가 방해받았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병원 업무를 방해한 건 전공의들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강행한 정부”라고 말했다.
이어 임 회장은 “전공의 사직이 일부 의사들의 선동과 교사의 결과라는 것도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제가 받는 혐의는 SNS에서 공개적으로 선동성 게시물을 작성하였다는 것이 주된 범죄사실”이라며 “우리나라 법에서 선동죄로 처벌하는 경우는 내란이나 외환, 폭발물에 대한 죄에 해당할 때뿐인데, 결국 정부가 의료계 정책 반대를 내란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과 박 위원장도 의협이 전공의 집단사직을 부추겼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박 위원장은 “전공의 사직은 선동이나 사주로 이뤄진 일이 아니다”라면서 “젊은 의료인이 이 나라 의료의 백년대계를 그르치는 실정에 대해 양심에 의지하고 전문가적 지식을 바탕으로 항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임 회장 측은 수사관의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1시간여 만에 조사를 거부하기도 했다. 임 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찰이 출석 날짜를 ‘3월13일’로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을 때는 ‘지침상 어렵다’며 받아들여주지 않다가, 반강제로 일정을 조율해 오늘 출석하니 내일(13일)까지 조사가 이어질 수 있고 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경찰이 ‘왜 시비를 거냐’며 부당한 언행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출석 때 본인 입장을 (기자들 앞에서) 공식 밝혔던 것과는 달리 아무 입장표명 없이 돌아간 후 수 시간 만에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경찰수사를 비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출석 일자를 다시 지정해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일과 3일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막기 위해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들과 공모해 위력으로 각 병원 업무를 어렵게 했다고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또 전공의들이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도록 교사 또는 방조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7일 오전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료현장에 남은 전공의 개인정보가 담긴 이른바 ‘전공의 블랙리스트’가 올라온 것과 관련해 사건의 진위와 의협 사주 여부 등도 수사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최근 내부망에 글을 올려 “전공의 병원 복귀·정상 진료를 방해하는 명백한 범죄”라며 “과거 일부 노조에서 비노조원 업무를 방해했던 불법적 행태와 다를 바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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