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드림’ 납작한 개와 로봇이 마음을 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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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서 스리디(3D) 작법이 기본사양인 시대에 '로봇 드림'의 검고 두꺼운 테두리선 안의 투디(2D) 캐릭터들은 납작하다.
13일 개봉하는 '로봇 드림'은 기술의 발전으로 갈수록 현란해지는 애니메이션·영화가 놓치곤 하는 정서적 울림을 꿰뚫는 작품이다.
'로봇드림'은 실사영화를 연출해온 스페인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의 첫 애니메이션이다.
베르헤르 감독은 '로봇 드림'에서 "이미지로 이야기하는 영화의 본질"과 "한 편의 꿈을 꾸는 것과 같은 영화"를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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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서 스리디(3D) 작법이 기본사양인 시대에 ‘로봇 드림’의 검고 두꺼운 테두리선 안의 투디(2D) 캐릭터들은 납작하다. 깡통로봇을 연상시키는 로봇과 강아지의 생김새도 촌스럽다. 100분이 넘는 상영시간 동안 단 한마디의 대사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갈 무렵 두 캐릭터의 애틋한 이별을 지켜보며 눈물이 고이는 걸 참기 힘들다. 13일 개봉하는 ‘로봇 드림’은 기술의 발전으로 갈수록 현란해지는 애니메이션·영화가 놓치곤 하는 정서적 울림을 꿰뚫는 작품이다.
1980년대 즈음의 뉴욕 한복판. 혼자 살던 ‘도그’는 이웃들이 가족이나 연인과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티브이(TV)에서 광고하던 로봇을 주문한다. 조립된 뒤 생기를 찾은 ‘로봇’과 도그는 절친이 되어 동네를 누빈다. 바닷가에서 함께 물놀이를 즐긴 날 로봇은 몸이 마비되듯 움직이지 못한다. 너무 무거워서 바닷가 모래밭에 로봇을 두고 올 수밖에 없었던 도그는 폐장된 해수욕장에 몰래 들어가 로봇을 데려오려고 갖은 애를 쓰지만 번번이 제지당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외로워진다.
‘로봇드림’은 실사영화를 연출해온 스페인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의 첫 애니메이션이다. 미국의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 사라 바론의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해 전 세계 주요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 베르헤르 감독은 ‘로봇 드림’에서 “이미지로 이야기하는 영화의 본질”과 “한 편의 꿈을 꾸는 것과 같은 영화”를 추구했다. 의도적으로 대사를 배제하고 모래밭에 누워있는 로봇이 도그와 다시 만나는 꿈을 여러 방식으로 반복해 꾸는 이유다. 로봇은 우연히 모래밭에 불시착한 동물들의 도움이나 주변의 변화로 다시 벌떡 일어나 도그에게 달려가지만 꿈에서 일어나면 늘 제자리다.
‘로봇 드림’은 시간과 함께 변할 수밖에 없는 관계에 대한 성찰을 담는다. 계절이 바뀌면서 쌓이는 그리움은 다른 이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되고 수많은 우연은 새로운 친구를 선물한다. 한참 뒤 애타게 찾던 도그를 봤을 때 로봇은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로봇 드림’은 사랑이든 우정이든 오랜 시간 뒤 다시 조우하게 됐을 때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새로운 관계와 복잡한 마음을 극도로 단순한 스타일과 침묵 속에 경이롭게 표현했다.
캐릭터는 단순하지만 배경은 신카이 마코토(‘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가 울고 갈 만큼 디테일이 살아있다. ‘킴스 비디오’, 롤러스케이트, 쌍둥이 빌딩, 코니아일랜드 등 80년대 뉴욕의 아이콘들이 빼곡하고 어스윈드앤드파이어의 ‘셉템버’가 영화의 빈티지 감성을 끌어올린다. 또한 ‘오즈의 마법사’ ‘맨하탄’ ‘원스’ 등 걸작들의 오마주 장면으로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애정도 듬뿍 채워 넣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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