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자율배상 계산기 두드리는 은행들

2024. 3. 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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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통해 배상기준 수용여부 검토
외부 배상위원회 구성 가능성도

금융감독원의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자율배상안이 나오자 은행들이 본격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현재로선 은행들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고, 외부 ‘배상위원회’를 설립해 자율배상에 착수하는 안이 유력하다. 단 배상비율이 20~60% 수준에 넓게 분포돼있고, 배상 규모가 수조원에 달할 수 있는 만큼 모든 사례의 기준을 따지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의 홍콩 H지수편입 ELS 분쟁조정기준안이 발표된 후 은행들은 각자 대책회의를 통해 수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H지수 ELS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이사회의 안건으로 올려 결의할 방침이다.

금융권은 각 은행이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전날 판매원칙을 위반한 판매사에 기본 20~40%에 판매사·투자자별로 배상비율을 가감하도록 하는 분쟁조정안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기준안에 따라 배상이 원활히 이뤄져 판매사와 투자자 간 법적 다툼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해당 안을 수용해 사적화해를 진행하라는 일종의 경고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금감원이 제시한 분쟁조정 리스트를 엄격하게 반영할 것”이라며 “가감없이 딱 리스트에 나와있는대로 진행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각자 다른 명칭의 배상위원회도 꾸려야 한다. 외부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ELS 배상위원회(가칭)’을 조성해 개인에 대한 배상률을 심의·의결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에는 피해자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지만, 현재 ELS는 은행별로 수만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규모가 더욱 커지고 시간도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단 현재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그대로 수용할 시 현직 최고경영책임자(CEO)를 포함한 임원의 배임 이슈도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은행들이 법률 검토를 진행해야 할 부분이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수장이 바뀌거나, 금융사의 CEO가 교체됐을 때 왜 해당 조정안을 그대로 수용했느냐는 배임 문제제기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ELS가 20년간 팔려온 대중적인 상품인 만큼 더욱 꼼꼼한 법률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금감원에서 가이드라인 성격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제시한 만큼 배임은 빗겨갈 수 있을 거라고 예측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 사모펀드와 DLF 사태를 빗대어 봤을 때 여러 로펌들의 의견들을 들어봐도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가 확인되면 배상을 진행해도 배임이슈는 크게 없다고 결론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율배상에 나설 확률도 있다. 은행에서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데 있어 불건전영업이 진행됐다는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배상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평판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은행 관계자는 “사례가 워낙 많다보니 리스트를 적용하기 힘든 애매한 케이스도 나올 것”이라며 “이때는 고객에게 유리한 쪽으로 배상을 해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ELS 가입자들 사이에선 금감원의 이번 기준안에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금감원은 대부분의 배상비율이 20~60% 범위에서 결정될 것으로 추정했는데,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가산항목 중 예적금 가입목적 입증절차나 기타조정항목에 따른 차감요인이 아직 불확실한 데다, ELS 가입금액 5000만원 초과분부터 배상비율을 차감한다는 데 대한 불만이 큰 상황이다.

길성주 H지수ELS피해자모임 위원장은 “은행이 배상기준안에 따라 가입자별 배상안을 만드는 데 최소 2~3개월은 걸릴텐데, 그 시간에 피해자들은 피가 마를 것이고 개별 배상안을 받더라도 만족스러울지 의문”이라며 “이제 은행과의 전쟁이다. 주요 판매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액배상 등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승희·강승연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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