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부진한 투구를 펼쳤지만, 사령탑은 그래도 믿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오는 13일(한국시간) 고우석은 한 차례 더 마운드에 오를 예정인데, 개막 엔트리 결정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무대가 될 전망이다. 사생결단(死生決斷·죽고 사는 것을 돌보지 않고 끝장내려 함)의 자세로 투구에 임할 고우석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에 따르면 12일(한국시간)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앞서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했다.
이 자리에서 쉴트 감독은 고우석에 대해 "(전날 경기에서는) 몇 개의 공이 홈플레이트 가운데 쪽으로 다소 몰렸다(He got a few balls in the middle of the plate). 그리고 상대 타자들이 좋은 스윙을 했다(They put some good swings on him)"면서 고우석이 일시적으로 부진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대 팀인 LA 에인절스 타자들을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어제 경기에서는 그의 투구에 있어서 볼 끝이 충분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때로는 이런 날도 있는 법이다(Some day, It's just not your day). 나의 마음은 편안하다. 고우석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기회를 또 다른 기회를 얻을 것(I feel comfortable he's going to get another opportunity and show what he can do)"이라면서 변치 않는 신뢰를 보냈다.
샌디에이고 구단 게임 노트에 따르면 고우석은 오는 1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사실상 메이저리그 개막 엔트리 진입을 앞두고 마지막 쇼케이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샌디에이고는 14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캑터스리그 시범경기를 끝으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LA 다저스와 개막전을 치르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샌디에이고는 15일 한국에 입국해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7일 팀 코리아, 18일 LG 트윈스와 각각 평가전을 치른다. 이어 19일 휴식 후 20일과 21일 대망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임한다. 앞서 샌디에이고 구단은 고우석과 팀 동료 김하성이 모두 한국으로 향한다고 알렸다. 그렇지만 한국으로 오는 것과 개막 엔트리 진입은 별개의 문제다.
고우석은 지난 1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의 호호캄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고우석은 8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역시 1개의 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2탈삼진 무실점으로 자신의 몫을 다했다. 당시 총 15개의 공을 뿌린 가운데, 스트라이크 비율은 60%였다. 타자 4명을 상대하는 동안 볼넷은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더불어 자신의 구위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확인한 점도 큰 수확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당시 고우석은 선두타자 타일러 소더스트롬을 삼진 처리한 뒤 또 다른 코리안 메이저리거인 박효준을 2루 땅볼로 유도했다. 후속 쿠퍼 보먼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으나, 맥스 슈먼을 재차 삼진으로 잡아내며 자기 투구를 마쳤다.
다만 고우석은 지난 4일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시범경기에서는 1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이었던 고우석은 7회초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를 밟은 뒤 선두타자 조니 파멜로에게 우익수 방면 3루타를 얻어맞았다. 이어 맷 셰플러를 상대로 볼넷을 허용한 뒤 다음 타석에 들어선 콜 영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실점을 기록했다.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첫 실점을 기록한 순간이었다. 계속된 무사 1, 2루 위기에서 고우석은 타일러 로클레어를 루킹 삼진, 마이클 아로요를 우익수 뜬공, 라자로 몬테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각각 잡아내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분명 실점하면서 크게 흔들릴 법도 했지만, 세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 짓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사흘 만인 지난 7일 고우석은 신시내티 레즈와 시범경기에서 7회초 팀의 5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 1이닝 동안 안타 1개를 허용했지만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고우석은 팀이 2-6으로 뒤지고 있던 7회초 마운드에 올랐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팀에서 마무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완디 페랄타의 뒤를 이어 마운드를 밟았다. 당시 고우석은 선두타자 스펜서 스티어를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하며 산뜻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 에르난 페레즈를 상대로 좌익수 방면으로 향하는 2루타를 얻어맞으며 순식간에 실점 위기를 맞이했다. 페레즈는 지난 2021시즌 도중 한화 이글스에서 대체 외국인 타자로 그해 시즌을 마칠 때까지 활약한 바 있다. 1사 2루의 실점 위기를 맞은 고우석. 그렇지만 고우석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공을 뿌렸다. 후속 P.J. 히긴스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2개를 채웠다. 히긴스와 대결하는 과정에서는 2루 주자였던 페레즈가 3루 도루에 성공하기도 했다. 더욱 압박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고우석은 다음 타석에 들어선 타일러 스티븐슨을 3루 땅볼로 유도하며 실점 없이 자신의 투구를 마쳤다.
하지만 나흘 만인 지난 11일 그의 네 번째 등판은 그야말로 악몽과 같았다. 고우석은 애리조나주 탬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서 팀이 4-0으로 앞선 6회말 등판, 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충격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선두타자 마이크 트라웃에게 우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3루타를 허용했다. 평소와 같은 수비 전형이라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타구로 보였다. 그렇지만 샌디에이고 우익수 팀 로카스가 중앙 쪽으로 치우친 시프트를 펼친 가운데, 전력으로 뛰어와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으나 놓치고 말았다. 타격 직후 고개를 숙이며 아웃을 직감했던 트라웃은 타구가 페어 지역에 떨어지자 2루를 돌아 지체없이 3루까지 질주했다. 어쩌면 불운으로 출발하면서 모든 게 꼬였을지도 모른다.
고우석은 계속해서 위기를 허용했다. 리반 소토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애런 힉스에게 한가운데로 몰린 실투가 나오면서 우측 담장으로 향하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았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거짓말 같은 난타가 시작됐다. 테일러 워드마저 고우석의 속구를 좌중간 외야로 날리며 1타점을 추가했고, 급기야 브랜든 드루리에게는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내주고 말았다. 고우석의 속구가 또 가운데 높은 쪽으로 몰렸고, 드루리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후 로건 오홉을 삼진 처리하며 한숨 돌리는 듯했으나 잭 네토의 평범한 우익수 뜬공을 샌디에이고 우익수 로카스트로가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하면서 네토는 2루에 안착했다. 결국 고우석의 투구는 여기까지였다. 션 레이놀즈가 그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고, 다행히 레이놀즈가 추가 실점은 하지 않으면서 고우석의 자책점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고우석의 시범경기 4경기 성적은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은 16.20. 3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8피안타(1피홈런) 6실점(6자책) 2볼넷 5탈삼진 피안타율 0.421,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3.00의 성적을 올렸다. KBO리그를 지배하는 마무리 투수였던 고우석은 역시 속구 구위가 살아나야 한다. 미국 야구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BA)는 지난해 12월 고우석에 관해 "그는 파워풀한 스터프를 가진 우완 투수"라면서 "속구는 93~95마일(약 149.7~152.9㎞)에 형성되고 있다. 최고 98마일(약 157.7㎞)의 속구를 뿌린다. 다만 투구 동작에서 디셉션(숨김 동작)이 부족한 편이다. 때로는 밋밋한 속구를 던진다. 그렇지만 여전히 순수한 구위만으로 타자를 상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BA는 "고우석은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투수다. 하지만 속구가 날리는 경향이 있다. 전반적으로 평균에 약간 못 미치는 제구력을 지니고 있다. 그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세컨드 피치(두 번째 구종)를 조금 더 날카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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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갈산초-양천중-충암고를 졸업한 고우석은 2017년 LG 트윈스에 1차 지명으로 입단, LG 트윈스의 클로저로 활약했다. 2023시즌까지 한국 무대에서 7시즌 동안 354경기에 출장해 19승 26패 139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마크했다. 개인 통산 총 368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305피안타(29피홈런) 163볼넷 401탈삼진 145실점(130자책)의 성적을 거뒀다. 2022시즌에는 42세이브를 올리며 세이브왕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는 44경기에 출장해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사실 고우석은 2023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해 어느 정도 미리 교감을 나눈 상태였다. 결국 지난해 1월 초 극적으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기간 2+1년, 총액 450만 달러(한화 약 59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고우석은 KBO리그에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7번째 선수다. 투수만 놓고 보면 류현진과 김광현(SSG 랜더스)에 이어 3번째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KBO 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다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는데 류현진은 계속해서 선발로 뛰었고, 김광현은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 바 있다. 순수 구원 투수로는 고우석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최초의 선수인 것이다.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개인적으로는 영어를 잘할 수 있을 정도만큼은 머무르고 싶다. 또 과거 일본 등에 진출한 선수가 '힘이 있을 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말씀을 한 게 생각난다. 저는 그 정도 급도 아니라 생각하고, 그런 부분을 말씀드리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그래도 영어는 마스터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디 애슬레틱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고우석은 2024시즌 연봉 175만달러(약 23억원)를 수령한다. 이어 2025시즌에는 이보다 50만달러가 많은 연봉 225만달러(약 29억원)를 받는다. 여기에 1년 연장 옵션 조항을 실행할 경우, 고우석은 2026시즌 연봉으로 300만달러(약 39억원)를 받을 수 있다. 또 연장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고우석은 50만달러(약 7억원)를 가져간다. 또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계약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하성 역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1년 계약할 당시, 마이너리그 거부권(3년 차부터)을 계약 조건에 추가한 바 있다.
보다 세부적인 옵션 계약 내용도 공개됐다. AP통신은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최대 계약 기간은 3년이며, 최대 총액 940만 달러(약 123억 2000만원)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고우석이 3년 동안 샌디에이고 구단으로부터 받는 보장 연봉은 700만 달러이며, 보너스 총액은 240만 달러(약 31억 4000만원)다. 고우석이 2024시즌 70경기에 등판할 경우, 10만 달러를 받는다. 2025년과 2026년에는 40경기, 45경기, 50경기, 55경기에 각각 등판할 때마다 10만달러씩 추가로 손에 넣을 수 있다. 아울러 마무리 투수 보직에 관한 인센티브도 포함돼 있다. 만약 고우석이 2024시즌과 2025시즌, 클로저로 15경기와 25경기, 35경기, 45경기에 각각 출전한다면 12만 5000달러씩 추가로 받는다. 이 금액은 다음 시즌 연봉에 더해질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계약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샌디에이고가 2024시즌 고우석을 1군 무대에서 분명히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김하성 역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1년 계약할 당시, 마이너리그 거부권(3년 차부터)을 계약 조건에 추가한 바 있다.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대우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매 시즌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왕복 항공권 2장씩 얻는다.
그렇지만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하다. 샌디에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클로저로 활약했던 마쓰이 유키와 과거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로버트 수아레즈,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팀에 합류한 좌완 완디 페랄타가 마무리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불펜 강화에 도움을 줘야 한다. 고우석의 합류로 샌디에이고 불펜은 거의 완성됐다. 고우석과 마쓰이는 경기 후반 마운드에 오르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우석과 마쓰이는 수아레즈와 함께 마무리 투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펼칠 것이다. 누가 마무리로 등판하든 3명 모두 중요한 상황에 나와 던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매체인 CBS 스포츠도 고우석과 수아레즈가 경쟁을 펼칠 거라 내다봤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앞서 고우석의 계약 소식을 전하면서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최고 경쟁자는 역시 마쓰이라 할 수 있다. 마쓰이 유키는 일본프로야구(NPB) 무대에서 9시즌 통산 236세이브를 올린 클로저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12월 마쓰이 유키와 계약기간 5년, 최대 3360만달러(약 44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마쓰이는 2013년 라쿠텐 골든이글스에 입단, 2023시즌까지 일본프로야구 통산 501경기에 출장해 25승 46패 236세이브, 평균자책점 2.40의 성적을 거뒀다. 2019시즌과 2022시즌에 이어 2023시즌까지 3차례 일본프로야구 세이브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쓰이는 지난달 23일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LA 다저스와 개막전에서 3회 팀의 5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마쓰이는 세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마쓰이는 총 12개의 공을 던졌는데, 그중 10개가 스트라이크로 연결됐다. 또 지난 1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시범경기에는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홀드까지 챙겼다. 이후 허리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오는 14일 오클랜드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다.
또 다른 경쟁자인 로버트 수아레즈는 과거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앨버트 수아레즈의 동생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로버트 수아레즈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된 불펜 자원이다. 2015년 멕시칸 리그를 거친 수아레즈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한신 타이거즈 소속으로 활약했다. 2020시즌에는 소프트뱅크에서 한신으로 이적한 뒤 첫 시즌부터 25세이브를 마크하며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이어 2021시즌에는 62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16으로 2시즌 연속 세이브왕에 올랐다. 이런 맹활약을 바탕으로 로버트 수아레즈는 2022시즌에 앞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700만 달러(한화 약 92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첫해인 2022시즌 수아레즈는 45경기에 출전해 5승 1패 1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2.27의 위력투를 선보였다. 총 47⅔이닝 동안 안타는 29개(4홈런)밖에 내주지 않았으며, 21볼넷 4몸에 맞는 볼 61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5로 수준급 피칭을 해냈다. 결국 시즌이 끝난 뒤 수아레즈는 샌디에이고와 5년 4600만달러(약 605억원)의 장기 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2023시즌에는 26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8홀드 평균자책점 4.23으로 다소 주춤했다. 총 27⅔이닝 동안 15피안타(4피홈런) 10볼넷 24탈삼진, WHIP는 0.90을 마크했다. 메이저리그 2시즌 통산 성적은 71경기에서 9승 4패 1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은 2.99.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로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수아레즈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5경기 동안 평균자책점이 8.31로 부진하다.
미국 현지에서도 로버트 수아레즈와 마쓰이 유키, 그리고 고우석을 불펜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불펜 강화에 도움을 줘야 한다. 고우석의 합류로 샌디에이고 불펜은 거의 완성됐다. 고우석과 마쓰이는 경기 후반 마운드에 오르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우석과 마쓰이는 수아레즈와 함께 마무리 투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펼칠 것이다. 누가 마무리로 등판하든 3명 모두 중요한 상황에 나와 던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매체인 CBS 스포츠도 고우석과 수아레즈가 경쟁을 펼칠 거라 내다봤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앞서 고우석의 계약 소식을 전하면서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가 언급한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일단 마무리 투수 보직은 고우석과 마쓰이 유키가 아닌 로버트 수아레즈에게 갈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 팀에는 좋은 투수들이 많다. 앞으로 이들의 활용 여부에 관해 잘 준비해야 한다. 상대 팀에 따라 유연하게 불펜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당연히 수아레즈가 부상이나 부진 등으로 이탈한다면 고우석과 마쓰이 유키에게 기회가 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둘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이지만,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성장한 자원들이기 때문이다. 과연 고우석이 사실상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사령탑은 일단 신뢰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