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배제로 예고된 피치 클록 논란…KBO 서둘러 대책 내놔야(종합)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시범경기 초반 투수의 투구 간격을 엄밀히 계측하는 '피치 클록'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9일 시범경기 개막과 함께 일부 현장 지도자가 올 시즌 피치 클록 시행 반대 의사를 공개로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KBO 사무국은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도입해 경기 시간 단축에 큰 효과를 본 피치 클록을 올해 한국프로야구에도 도입하기로 하고 시범경기에서 운영 중이다.
투수는 피치 클록 규정에 따라 주자가 있을 때 23초, 없을 때는 18초 안에 투구해야 한다.
아울러 타자는 8초가 표기된 시점에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투수는 볼, 타자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게 된다.
KBO 사무국은 2024시즌 전반기엔 피치 클록을 시범 운용한 뒤에 후반기 정식 시행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문제는 피치 클록 도입 논의와 결정 과정에서 새 제도 적용의 당사자인 선수의 목소리는 완전히 배제됐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던 셈이다.
똑같은 절차를 거쳐 올해 정규리그부터 전격 시행되는 자동 투구 판정시스템(ABS)보다 피치 클록에 선수를 필두로 현장 관계자들이 더욱 반발하는 이유는 충분한 검토와 테스트를 거치지 않아서다.
KBO 사무국은 2020년부터 퓨처스(2군)리그에서 ABS를 4년간 시범 운용했다. 운용 노하우도 쌓였고 선수나 지도자들의 심리적 저항감도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1군 도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피치 클록은 아직 퓨처스리그에서도 시험하지 않은 제도다. 스프링캠프에서 피치 클록을 경험한 몇몇 구단 선수들을 제외하곤 대다수 선수는 TV에서나 보던 피치 클록을 시범경기에서 체험 중이다.
게다가 피치 클록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투수와 포수, 그리고 야수가 사인 교환 시간을 줄이기 위해 착용하는 밴드 형태의 필수 전자 장비인 '피치컴'도 있어야 하나 이는 도입조차 안 됐다.
국내에는 이를 개발하는 업체가 없고, MLB에서 쓰는 수입품을 쓰려면 정부의 전파인증을 받아야 한다.
KBO 사무국은 지난해 7월 한국 야구 레벨업 프로젝트의 하나로 피치 클록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10개 구단 사장으로 이뤄진 이사회에서 이른바 '입김 센' 4개 구단 사장이 올 시즌 시행을 강력하게 주장해 현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정작 선수들의 대표 단체인 프로야구선수협회에는 피치 클록 도입 논의와 관련해 일언반구 말이 없다가 이사회 결정을 통보만 했다.
선수협회의 한 관계자는 11일 "선수들이 피치 클록 시행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유를 갖고 충분한 테스트를 거친 뒤 실전에 적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선수협회는 시범경기 기간 10개 구단 선수를 대상으로 피치 클록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현장의 분위기가 녹록지 않다면 KBO는 혼란 방지를 위해 서둘러 피치 클록을 올해에는 시행하지 않는다고 공식 선언해야 한다.
'전반기 시범 운용 후 후반기 적용 여부를 검토한다'는 모호한 표현이 혼란을 더 부추길 수 있어서다.
"전반기까지 성적이 좋았던 팀이 (후반기 변수가 될 수 있는 피치 클록을) 뭐 하러 찬성하겠나"라고 반문한 이강철 kt wiz 감독의 발언이 솔직한 이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새 규정과 관련한 선수들의 견해를 공식 통로로 청취하는 과정도 필요해 보인다.
MLB는 노사 협약으로 구단 대표 6명, 선수 대표 4명, 심판 1명을 합쳐 11명으로 이뤄진 경기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규정 도입, 규칙 개정 등 경기와 직결되는 굵직한 현안을 결정한다.
구단 쪽 인사가 과반이어서 MLB 사무국의 의중대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형식적이나마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합의에 이른다는 점이 중요하다.
KBO 사무국의 관계자는 "현재 벌어지는 논란을 조기에 매듭짓기 위해 서둘러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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