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격전지 된 美 장기채 ETF…주도권 경쟁 치열

조슬기 기자 2024. 3. 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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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장기채 ETF 전쟁 격화…금리 인하 때 수익 극대화 기대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미 장기채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시중 자금이 올 들어 꾸준히 유입되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들 간의 상품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고금리 당시 발행한 채권에 미리 투자해 안정적으로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기준금리가 점차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장기채 가격도 오르는 만큼 매매차익까지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상장된 미국 장기채 ETF 2종을 포함해 모두 13개의 미국 장기채 관련 ETF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투자금을 가장 많이 끌어모으며 시장을 이끄는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로 출시 1년 만에 순자산 규모만 9천억 원에 달합니다. 

해당 ETF는 국내 첫 월배당 미국 장기채 상품으로 듀레이션(잔존 만기)과 상품 구조가 유사해 한국판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국채(TLT) ETF'로 불립니다.

특히, 미국 장기채 상품 중 최초로 현물 채권을 편입해 월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전체 순자산의 절반에 달하는 4천400억 원이 개인 투자자 몫일 정도로 한투운용의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월배당을 받으면서 장기채의 자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를 파악해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넓힌 게 주효했다"며 "현재 미 장기채 투자 트렌트를 이끄는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국내 ETF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각각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ETF'와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H) ETF'를 통해 3천억 원 넘는 투자금을 끌어모았습니다. 

그러나 두 ETF 모두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아 월배당 투자 열기에 올라타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로 인해 배당 열풍을 타고 기초자산 매수와 함께 해당 자산의 콜옵션을 매도해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커버드콜 전략을 가미한 장기채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신한자산운용이 내놓은 'SOL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합성) ETF', 미래에셋운용의 'TIGER 미국30년국채프리미엄액티브(H) ETF'가 대표적으로 매달 1% 이상의 분배금이 지급돼 안정적 현금 창출이 가능한 게 특징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ETF 시장 점유율 3위인 KB자산운용이 채권 가격 상승과 일본 엔화 가치 상승에 동시에 베팅하는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H) ETF'를 최근 내놓으며 1천억 원 넘는 시중 자금을 유치해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한투운용은 이에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 액티브(H) ETF'와 미국30년국채 ETF의 환노출 버전인 'ACE 미국30년국채 액티브 ETF'를 추가로 내놓으며 장기채 시장 선점을 위한 시장 점유율 확대 경쟁에 재차 뛰어든 상태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 상반기를 채권 투자자들이 '고금리 막차'를 탈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최근 통화정책 보고에서 연내 금리 인하를 시사한 만큼 향후 몇 년에 걸쳐 내려갈 수 밖에 없는 금리 여건을 감안하면 채권에 투자할 적기라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만기가 긴 장기채 특성상 금리 하락 시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라며 "여기에 가격이 오른 채권을 팔아 매매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인식까지 더해져 미 장기채 투자는 한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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