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원짜리 슬리퍼 샀는데, 산넘고 물건너 1300km 달려왔다[중국나라]
먼 거리에서 소액 결제해도 무료 배송, 실시간 추적 시스템
배송 오류나 파손도 있어, 쇼핑몰 ‘짝퉁 시장’ 범람도 우려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땅도 넓고 사람도 많은 중국에서는 매일매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국나라(중국나라)’는 온라인 밈으로도 활용되는 ‘오늘도 평화로운 ○○나라’를 차용한 시리즈입니다. 황당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뿐 아니라 감동과 의미도 줄 수 있는 중국의 다양한 이슈들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중국은 배달과 택배의 천국이다. 가전·가구는 물론 음식, 작은 생필품도 배달·쇼핑 앱을 이용해 집에서 받는 일이 생활화됐다. 지난해 중국의 택배 업무량은 1320억건을 돌파했다. 중국 1인당 택배 사용량은 약 90건으로 전년(78건) 수준을 훌쩍 넘었다. 지난달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 8일 동안 배송된 택배만 약 10억8000만개에 달했다.
중국의 택배 열기를 바탕으로 급속도로 성장한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등은 한국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이들 쇼핑몰의 인기 비결은 뭘까.
지난달말 중국 베이징에서 타오바오몰을 통해 슬리퍼 두 켤레를 구매했다. 타오바오몰은 알리바바그룹의 중국 내수용 쇼핑몰이다. 슬리퍼 가격은 한 켤레에 6.99위안(약 1276원)으로 총 13.98위안, 한화로 2550원 정도를 결제했다. 배송비는 없었다.
출고 지역을 찾아보니 중국 저장성 동남부 지역에 위치한 닝보시였다. 기자가 살고 있는 베이징시 왕징 지역과는 약 1360km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이다. 차로 운전해도 꼬박 13시간 이상이 걸린다. 서울과 부산 거리를 400km 정도라고 할 경우 3번 이상을 다녀갈 거리다.
타오바오 앱에서는 실시간으로 배송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2월 26일 오후 7시쯤에 슬리퍼를 주문했는데 이튿날 오전 8시 50분에 상품 배송이 시작됐다. 상품 구성이 간단하긴 했지만 주문 접수 후 간밤에 상품 포장, 출고까지 마무리된 것이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스마트 물류 시스템이 정착됐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물류회사인 중커웨이즈는 1시간에 약 9만6000건의 물량을 처리하는데 이는 사람 한 명이 약 200시간을 일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닝보시에서 출발한 택배는 이틀 후인 29일 오전 3시쯤에 베이징에 도착했다. 상품은 같은날 오전 집에서 받아볼 수 있었다. 1300km 이상 거리에서 출발한 상품인데 주문부터 도착까지 만 사흘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
2000원 조금 넘는 슬리퍼 두 켤레인데 어떻게 그렇게 먼 거리에서 무료배송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고객센터에 물어보니 “베이징은 배송비를 초과로 부과하는 지역이 아니다”란 답이 돌아왔다. 일부 지역은 배송비를 낼 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제품 자체에 포함됐다고 보는 게 맞는 듯하다.
실제 중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택배를 이용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배송이 빠를 뿐 아니라 고객 응대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상품을 주문했는데 재고가 없거나 문제가 있으면 곧바로 전화가 와서 다른 상품으로 바꿀지, 아니면 결제를 취소할지 묻곤 한다. 앱에서는 고객센터와 일대일 채팅을 통해 문의할 수 있는데 질문했을 때 대부분 1분 내 답변이 이뤄졌다.
한국 역시 ‘로켓 배송’ 같은 튼실한 택배 왕조를 구축했지만, 최근 들어 중국 쇼핑몰들의 한국 진출이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 쇼핑몰에선 볼 수 없는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이 신선한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모습이다.
물론 중국의 쇼핑몰 시스템 모두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우선 착오에 따른 배송 오류가 적지 않기 때문에 급하게 상품을 주문한 경우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워낙 많은 물량을 처리하는 탓인지 택배 상태가 온전치 못한 경우도 잦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중국 쇼핑몰에는 가품, 일명 ‘짝퉁’이 많다. 만약 나이키 가방을 하나 산다고 검색하면 무엇이 진품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다. 중국 쇼핑몰에 주어지는 많은 관심도 이런 ‘짝퉁 쇼핑’ 수요가 포함되진 않았을까. 막대한 규모의 가품 유입은 정상적인 소비 환경을 방해한다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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