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의사 다 빼가면 우리는요” 분통…공보의 수도권 차출에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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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커녕 의사도 없는데···. 다 빼 가면 우린 어찌합니까."
가뜩이나 지방은 병원과 의사 수가 부족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은데 공보의 차출로 의료 공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의협은 "정부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사 수를 늘린다고 했는데 이 사태로 지역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수백명의 군의관과 공보의를 차출한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일"이라며 "오지 주민과 군인의 생명을 경시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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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료 첨병’ 공보의 차출에 지역사회 반발
의협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지적
“병원은커녕 의사도 없는데···. 다 빼 가면 우린 어찌합니까.”
12일 오전 경북의 한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아 든 40대 김모씨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분을 삭지 못하는 사람처럼 입술을 깨물어 댔다. 김씨는 무릎 통증으로 거동이 힘든 어머니를 대신해 4개월 전 병원 수술을 예약했고, 날짜에 맞춰 직장에 연차도 냈다. 하지만 수술을 닷새 앞둔 이날 병원 측으로부터 “수술을 미뤄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긴 한숨과 함께 전화를 끊은 그는 “가뜩이나 지방은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한데 다 차출해 가면 ‘벼룩의 간’을 빼먹는 꼴 아니냐”면서 “이래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을 해서라 다들 서울에 사나 보다. ‘서울공화국’이 따로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역의료의 첨병인 공중보건의사를 포함한 의사를 수도권을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차출하는 정부의 결정에 지역사회에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지방은 병원과 의사 수가 부족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은데 공보의 차출로 의료 공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문제는 지방 의료공백을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공보의가 차출되면서 지역의료 공백 사태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수도권에서도 의료 취약지로 손꼽히는 전남·경북도는 이번에 공보의를 포함해 의사 23명을 각각 차출당했다.
전북도는 10명의 공보의가 차출돼 이 중 4명은 도내에 배치되고, 6명은 다른 시·도 수련병원 등에 파견된 상태다. 이들 공보의가 근무한 보건소는 다른 공보의가 순회진료를 통해 빈자리를 메울 계획이지만 파견이 장기화하면 지역의료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남도 역시 파견 공보의 17명 가운데 7명은 도내, 10명은 다른 지역으로 파견됐다.
지방 공무원들은 이번 정부의 결정이 ‘일방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당장 급한 불 끄겠다고 공보의를 차출해서 보내달라고 하면 지방은 어떡하느냐”면서 “차출되는 인원수까지 공문이 내려와 지역에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정부의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행태를 꼬집었다. 의협은 “정부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사 수를 늘린다고 했는데 이 사태로 지역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수백명의 군의관과 공보의를 차출한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일”이라며 “오지 주민과 군인의 생명을 경시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성환 대한공보의협의회장은 “지역에는 안 그래도 적은 수의 공보의가 배치돼 있었는데 차출 때문에 보건소 업무가 중단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이번 파견으로 지역의료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무안=배소영·김선덕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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