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효성-코오롱, 왜 韓 아닌 美서 차세대 타이어소재 특허 분쟁?
국내 섬유화학업계 라이벌인 효성과 코오롱이 미국에서 특허 소송전을 시작했다. 양사의 주력 상품인 ‘타이어코드(타이어 내부 보강재)’ 사업에서 차세대 제품인 전기차용 타이어코드를 두고 핵심 기술을 침해했는지가 쟁점이다.
업계에선 이 특허분쟁이 미국에서 제기된 점도 주목한다. 전기차 주요 시장인 북미 시장의 중요성과 별개로 특허소송에서 당사자 양측이 가진 정보와 증거를 최대한 공개하도록 하는 미국 ‘디스커버리(Discovery·증거개시)’ 제도를 통해 빠른 결론이 가능한 점도 고려됐다는 평가다.
◇전기차 고중량 버틸 타이어소재 주도권 싸움
코오롱그룹의 화학소재 전문기업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달 말 차세대 제품인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 특허 침해를 이유로 효성첨단소재와 효성USA를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금지 및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한 손해배상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코오롱인더가 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하이브리드타이어코드(HTC)는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 섬유와 나일론이 혼합된 제품이다. 현재 시장의 주류 상품인 폴리에스터(PET) 타이어코드와 비교해 지지력 등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PET 타이어코드 비중이 높지만 전기차용 타이어를 중심으로 타이어코드에 아라미드를 적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수백kg에 달하는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는 전기차 시장에서는 기존 대비 고강도 타이어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코오롱인더 입장에선 효성의 시장점유율을 따라잡을 신제품이기도 하다. 효성첨단소재와 코오롱인더는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각각 약 51%, 15%를 점유하고 있다. 코오롱인더는 미국 법원 소송 제기 이유에 대해 “수십 년간의 연구 개발을 통해 얻은 특허권이 무단으로 침해됐다고 판단했다”며 “타이어코드 최대 수요처가 북미인데다 향후 집중해야 할 시장인 만큼 이번 소송은 보호조치의 차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효성 측은 “현재 미국법원으로부터 소장을 송달받지 않아 소송금액 등 소송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이 필요하다”며 “추후 구체적인 사항이 확인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美 디스커버리 제도로 쟁점 미리 확인
코오롱 측은 재판에 들어가기 전 특허소송 당사자 양측이 가진 정보와 증거를 공개하도록 하는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술이 전기차용 타이어에 주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주요 수요처인 북미에서 특허를 인정받아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디스커버리는 영미 소송법 제도로, 본 재판이 시작되기 전 당사자 서로 가진 증거와 서류를 제출해 상호 공개하고, 쟁점을 미리 명확하게 정리하는 제도다. 상대방의 증거를 확인하고 소송을 진행하거나 화해로 마무리해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거나 소송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은 제도다.
특히 특허 분쟁에선 쟁점이 되는 정보가 대부분 연구소나 공장 안에서 다뤄지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증거 수집이 사실상 불가능해, 디스커버리 제도 효과가 더 크다. 앞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사이 배터리 기술 분쟁도 미국에서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조기에 결론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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