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빗슈 vs 글래스나우, 김하성 vs 베츠 개막전 빅뱅… 오타니-야마모토도 서울서 본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대한민국에서의 역사적인 첫 메이저리그 경기의 문을 열 선발 투수들이 모두 확정됐다. 이변은 없었다. 거의 예상대로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나란히 선발 투수들을 확정해 공개하며 시리즈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엄연히 162경기 중 하나인 만큼 양팀 모두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서울시리즈에 나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 2연전 선발 투수를 12일(한국시간) 동시에 공개했다. 두 팀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야구 세계화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에 나선다. 올해 세 차례 월드투어가 예정된 가운데 첫 시리즈는 오는 3월 20일과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서울시리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한국과 연관이 깊은 두 팀의 매치업으로 결정하며 벌써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장 중요한 선발 투수도 이날 확정됐다. 20일 열릴 개막전 선발의 영예를 누가 차지할지가 관심을 모은 가운데 다저스는 우완 타일러 글래스나우(31), 그리고 샌디에이고는 우완 다르빗슈 유(38)를 각각 선발로 예고했다. 당초 시범경기 로테이션을 고려했을 때 두 선수의 개막전 등판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있었는데 역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현시점에서 내세울 수 있는 두 팀의 필승 카드들이기도 하다.
글래스나우는 201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피츠버그의 5라운드 지명을 받은 선수로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피츠버그에서 손꼽히는 선발 유망주 중 하나로 뽑혔고, 2016년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2018년 탬파베이로 트레이드돼 팀의 에이스급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다만 부상이 자주 겹치면서 지금까지 기대만큼의 활약은 하지 못했다. 특히 2022년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으며 드디어 뻗어나가는 듯했던 경력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수술에서 돌아온 지난해 21경기에서 120이닝을 던지며 10승7패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개인 첫 10승 고지에 등정하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다저스와 트레이드로 서부로 왔으며, 팀 로테이션 사정상 개막전 선발 후보로 뽑혔다. 글래스나우는 탬파베이 소속 당시 개막전 선발로 나선 경험이 있으며, 이번이 두 번째 개막전 선발 영광이다.
만약 워커 뷸러가 정상적으로 대기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 뷸러의 팔꿈치 수술 후 재활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개막전 선발 후보는 글래스나우와 야마모토 요시노부(26)로 압축됐다. 그리고 글래스나우가 낙점을 받았다. 글래스나우는 시범경기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해 정상적인 컨디션을 보여줬으며 최근에는 공식 경기 외 연습 경기에서 투구 수를 끌어올리며 최종적인 점검을 거친 끝에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 연속 클레이튼 커쇼의 차지였다. 하지만 커쇼가 2019년 몸 상태를 100%로 끌어올리지 못하자 류현진이 개막전 선발로 나가는 영예를 안았다. 그후 개막전 선발은 매번 바뀌었다. 2020년은 더스틴 메이, 2021년은 클레이튼 커쇼, 2022년은 워커 뷸러, 2023년은 훌리오 우리아스였다. 올해도 타일러 글래스나우라는 새 얼굴이 개막전 선발로 나간다.
이에 맞서는 샌디에이고는 백전노장 베테랑이자 다저스 킬러인 다르빗슈 유가 선발로 나가 맞불을 놓는다. 샌디에이고 역시 원투펀치, 즉 다르빗슈 와 조 머스그로브의 서울시리즈 등판은 매우 유력한 상태였다. 두 선수 이상의 카드도 마땅치 않았다. 둘 중 누가 개막전 선발로 나가는지가 관건이었는데 다르빗슈가 먼저 나간다. 다르빗슈는 2021년과 2022년 샌디에이고의 개막전 선발이었으며 텍사스 소속이었던 2017년에도 개막전 선발로 나간 적이 있다. 개인 통산 네 번째 개막전 선발의 영예다. 일본인 투수로 네 차례나 개막전 선발에 나간 선수는 다르빗슈와 다나카 마사히로(전 뉴욕 양키스‧현 라쿠텐)가 전부다.
다르빗슈는 현재 샌디에이고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201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통산 11번의 시즌에서 266경기에 모두에 선발로 출전해 103승85패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했다. 샌디에이고 이적 후에도 2021년 8승11패 평균자책점 4.22, 2022년에는 16승8패 평균자책점 3.10으로 활약했다. 한때 은퇴설이 나돌기도 했던 다르빗슈는 2023년 시즌을 앞두고 팀과 6년 총액 1억80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해 소문을 잠재우기도 했다.
다르빗슈는 지난해 부상 이슈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며 시즌 24경기에서 136⅓이닝 소화에 그치며 8승10패 평균자책점 4.56를 기록했다. 올해 반등을 노리는 가운데, 다르빗슈가 유독 다저스에 강하다는 사실도 개막전 선발 낙점에 하나의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다르빗슈는 지난해 다저스를 상대로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98의 짠물 피칭을 보여준 것을 포함해 통산 12번의 다저스전 등판에서 4승5패 평균자책점 2.38로 다저스에 대단히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이날 경기의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선수는 따로 있다. 바로 LA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하고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다. 현대 야구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투‧타 겸업을 현실화한 선수로 이미 메이저리그는 물론 전 세계 프로스포츠의 아이콘이 된 오타니는 이날 다저스 데뷔전을 가질 것이 확실시된다. 벌써부터 미국 유수의 취재진들이 오타니의 이 역사적인 경기를 보기 위해 서울행을 예약한 상태다.
오타니는 지난해 시즌 막판 경력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올해는 투수로는 등판이 불가능하다. 2025년 시즌 개막을 목표로 재활 중이다. 그러나 오타니는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한 특별한 재능이다. 오타니는 타자로는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야수라고 해도 팔꿈치 재활이 필요해 당초 개막 시리즈 출전이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오타니는 서울시리즈 출전을 자신하고 있다. 이미 시범경기에도 꾸준히, 주기적으로 나서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몸에 큰 문제가 없다면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할 것이 유력시된다. 오타니를 보기 위해 일본에서 오는 팬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열리는 2연전 두 번째 경기도 선발 매치업이 풍성하다. 이날은 메이저리그 전체가 주목하는 선수가 마운드에 오른다. 바로 올 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와 계약한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주인공이다.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한 야마모토다. 3년 연속 사와무라상에 3년 연속 퍼시픽리그 MVP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적수가 없었고, 국제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결국 2023-2024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 시장의 선발 최대어로 뽑힌 가운데 올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 절차를 밟아 다저스와 계약했다.
계약 규모 자체부터가 화제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 10년 이상 장기 계약을 했다. 투수에게 자그마치 12년 계약을 줬다. 금액도 덩달아 뛰었다.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를 보장받았다. 이는 종전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액이었던 게릿 콜(뉴욕 양키스)의 9년 총액 3억2400만 달러를 100만 달러 차이로 뛰어넘는 것이었다. 많은 돈을 받은 만큼 기대치도 커질 수밖에 없고, 야마모토의 투구에 메이저리그 전체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는 샌디에이고는 조 머스그로브(32)가 맞불을 놓는다. 시범경기 활약이 부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샌디에이고가 다르빗슈에 이어 내놓을 수 있는 확실한 카드다. 2023년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5년 총액 1억 달러에 계약했다. 지난해 다저스를 상대로는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3.38로 나쁘지 않은 투구를 했다. 피츠버그에서 트레이드로 샌디에이고로 건너온 머스그로브는 이후 계속 안정적인 투구를 한 선수다. 2021년 32경기에서 11승9패 평균자책점 3.18, 2022년 30경기에서 10승7패 평균자책점 2.93, 그리고 2023년 17경기에서 10승3패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했다. 지난해 부상에 발목이 잡혔지만 그래도 건강할 때는 수준급 투수다. 2022년은 올스타 경력도 있다.
야수진에서도 흥행 매치업이 있다. 바로 김하성(29)과 무키 베츠(32)의 유격수 맞대결이다. 공교롭게도 샌디에이고와 다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주전 유격수를 교체했다. 김하성과 베츠가 새로운 유격수로 이번 서울시리즈부터 맞붙는다.
KBO리그 최고 유격수였던 김하성은 2022년 팀의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2023년 시즌을 앞두고 팀이 올스타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영입하자 포지션을 2루로 옮겼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김하성의 수비력, 보가츠의 공격력을 모두 살리기 위해 팀이 전격적인 포지션 교체를 선언해 큰 화제를 모았다. 김하성은 고척스카이돔이 마음의 고향이다. 키움 시절 홈으로 썼던 구장이다. 적어도 이번 서울시리즈에서는 샌디에이고 동료들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임무도 기대를 모은다.
메이저리그 최고 우익수 중 하나인 베츠는 지난해부터 팀 사정상 2루와 유격수를 보는 일이 많아지더니 올해는 아예 유격수로 자리한다. 내심 주전 유격수로 생각했던 개빈 럭스의 심각한 송구 문제 때문에 팀이 결단을 내렸다. 베츠는 아마추어 시절 유격수를 봤던 기억이 있지만,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지난해 98이닝을 소화한 게 전부다. 베츠가 유격수 자리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도 이번 시리즈의 주요한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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