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대구시의 축산물도매시장 폐쇄 강행에 벼랑 끝으로 몰린 종사자들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40년간 '대구의 고기'를 책임진 대구시 축산물도매시장
대구시가 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축산물도매시장 폐쇄를 강행하면서 관련 종사자 2백여 명이 생계를 잃고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되었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1981년 문을 연 대구시 축산물도매시장은 지난 40여 년간 소와 돼지를 도축해 신선한 고기를 240만 대구 시민들에게 공급해 오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소 8,300여 마리와 돼지 17만 7천여 마리를 도축해 유통했습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대구시 축산물도매시장에서 도축해서 나온 소 지육, 즉 몸통 고기 물량의 90.1%가 대구에서 소비됐습니다.
같은 해 대구시 축산물도매시장에서 잡은 돼지고기의 경우 지육은 62%가 대구에서 소비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대구시 소유여서 가축 질병 발생과 같은 수급 불안정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해 안정적인 축산물 공급 기능을 해 왔습니다.
2020년 7월 대구시가 발표한 '대구축산물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및 유통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지자체가 소유한 전국 유일의 축산물도매시장으로서 이런 역할을 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구제역 사태 발생 때 과도한 가격 상승이나 축산물 부족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것에는 대구시 축산물도매시장이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폐쇄 권고와 남겨진 사람들
그런데 2023년 1월 대구시는 언론을 통해 갑자기 축산물도매시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구시 감사위원회가 예상되는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축산물도매시장의 위치가 부적절하다며 폐쇄 등을 권고했기 때문입니다.
전임 권영진 대구시장 시절인 2019년 12월, 축산물도매시장을 현대화한다면서 자연녹지지역을 준공업지역으로 용도변경까지 한 것과는 180도 상황이 바뀐 것입니다.
축산물도매시장을 운영해 왔던 신흥산업은 졸지에 문을 닫게 되었고 임직원 90여 명은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방병배 신흥산업 대외협력부장은 " 대구 북구 먹거리 센터로 활성화한다니까 거기에 대해서 영업도 전환해야 하겠다고 하고 기쁜 마음으로 향후의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구시장이 단체장이 바뀌면서 아무런 명분도 없이 폐쇄 결정했습니다"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축산 부산물을 사서 파는 축산물도매시장 내 30여 상인들도 장사를 접어야 할 상황입니다.
더욱이 대구시가 상인들과 맺은 계약 기간은 2026년 9월까지로 아직 2년 이상 남아 있어 사실상 계약 위반이나 다름없습니다.
대구시 "저희가 전국 도축장 돌아다녀서라도 부산물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대구시는 축산물도매시장이 폐쇄되더라도 고령군과 군위군 등지에 있는 다른 도축장에서 부산물을 구해서 주면 문제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안중곤 대구시 경제국장은 지난 1월 대구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고령 공판장이라든지 아니면 저희가 전국 도축장을 돌아다녀서라도 그분들이 원하는 부산물에 대해서 저희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상인들은 신선한 축산물 부산물을 싸게 살 수 없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말합니다.
배효현 대구시 축산물도매시장 부산물 상가 회장은 " 여기 도매시장 없으면 부산물을 어디서 구합니까? 대구시가 어디 가서 구해다 준다고 하는데 대구시가 그걸 구해줘요? 말이 안 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미수금만 최소 2억···시대 역행하는 대구시?
30여 명의 중도매인들도 대구시 축산물도매시장이 폐쇄되면 거래처의 미수금을 받기 힘들어져 도산을 걱정해야 할 지경입니다.
중도매인들은 소매상의 주문이 없어도 지육, 즉 몸통 고기를 사서 식육 업자들에게 공급해 주고 대금을 나중에 받고 있습니다.
축산물도매시장에서 이런 미수금은 거래 관행상 불가피한 것이어서 중도매인들의 큰 피해가 우려됩니다.
미수금 규모는 중도매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소 2억 원에서 60억 원에 이릅니다.
또한 다른 축산물도매시장이나 공판장에는 기존 중도매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일거리를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중도매인인 이계상 씨는 " 1년 동안 물건 거래를 하면 외상을 어떻게 회수하고 하는 계획을 세우는데 갑자기 폐쇄한다고 하니까 물건 미수금 회수가 상당히 문제고, 중매인으로서 먹고사는 것도 막막합니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축산물 도매시장 종사자들은 대구시가 법원의 결정대로 폐쇄 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왜 유독 대구시만 반대로 가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관련 종사자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대구경실련은 종사자들이 대안을 마련하고, 경상북도 등 관련 기관이 대체 시설을 마련할 때까지 폐쇄 처분을 유보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대구M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