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초읽기…‘자격 미달 의대’ 나올 가능성은?
교육부 “대학들, 평가 기준 고려해서 신청했을 것”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정부가 4월까지 각 대학에 의과대학(의대) 증원 2000명 배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각에선 '의대 자격 미달' 학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생 수와 별개로 교육 환경 여건이 구축되지 않으면 의대 자격이 박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우'라며 선을 그었지만, 모든 대학이 증원 규모에 맞춰 의대 교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지 교육계 관심이 모아진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대학이 3401명의 의대 증원을 신청했다. 정부는 배정위원회를 구성해 학교별 의대 증원 배분을 4월내로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각 학교는 입시요강을 수정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승인에 따라 2025학년도 대입시행계획을 발표한다.
다만 각 대학이 의대 정원을 '자유롭게' 늘릴 수는 없다. 의대의 국가시험 자격을 심사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의평원은 각 의대의 의학교육 시행 상태를 심사해 왔다. 심사는 '의학교육 평가 인증 기준(기본기준 92개·우수기준 51개)을 토대로 각 의대가 교육을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평가 기준에는 강의실이나 실습실 등 교육 기본시설과 임상실습이나 소규모 학습을 위한 교육 지원시설, 교육 프로그램, 학생 복지 등이 포함된다.
특히 의평원은 의대 정원이 기존보다 10% 넘게 늘면 교육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화'로 간주해 별도 심사를 거친다. 주요변화 평가 결과에 따라 각 의대는 기존 인증기간(2년·4년·6년)이나 유형(인증·불인증)이 변경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지만 의평원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의대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
안덕선 의평원 원장은 11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증원을 신청한 대학이 기존대로 의학교육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를 별도 심사한다"며 "의평원은 정부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주요 변화 평가를 엄정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주요변화 평가에서 의대 증원 준비가 미흡할 경우 기존 인증기간이 변경될 수 있다"며 "가령 인증기간이 6년인 학교의 준비가 부실하면 기간이 단축되거나 최악의 경우 인증이 철회된다"고 지적했다.
인증이 철회되면 해당 학교는 정기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안 원장은 "정기평가 결과, 문제가 심각하면 최종적으로 '불인증' 판정을 받고 교육부가 해당 대학에 처분을 내려 학생 모집 등에 제재를 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기평가에서도 기준 미달이 이어지면 해당 의대의 학생들이 국가고시 응시자격도 상실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과거 서남의대가 의학교육평가 인증에 실패해 폐교됐던 사례도 언급됐다. 안 원장은 "당시 신입생 모집에 차질이 생기다 결국 갈 곳 잃은 서남의대 학생들이 전북대와 원광대에 편입한 사태까지 발생했다"고 부연했다.
안 원장은 "서남의대는 부속병원 미비, 교수들 기준 미달, 교육과정 미흡 등 총체적인 부실 상태였다"며 "인증 유지 상태인 현재 의대들이 이같은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짚었다. 다만 "이번 대규모 증원에 걸맞는 교수, 시설, 교육 프로그램, 학생 복지, 행·재정 지원이 종합적으로 확대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최악의 사태까지 가정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의대 증원 최대 변수는 교수 충원"
안 원장은 의대 증원을 준비하는 대학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수진 확충'이라고 강조했다. 교수 증원 없이 학생 수만 증가하면 교육의 질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우려에서다. 안 원장은 "의학교육의 정량적인 기준보단 질적인 평가가 주된 기준이어야 한다"며 "학생이 40명일 때와 100~200명일 때 필요한 교육자의 수는 엄연히 다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학생 수가 2~3배 늘었는데 교수는 그대로면 교육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상 교수들의 경우 교육, 연구, 진료 세 가지 업무를 모두 맡는다"며 "학생 수 증가로 임상 실습이 늘어도 교육에 온전히 집중해줄 인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복지부나 교육부 측에서 엄청난 지원을 해준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는 각 대학이 의평원 심사 기준을 고려해 증원을 신청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날 통화에서 "각 대학이 의평원 인증을 받을 역량이 된다고 판단해 증원 신청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족한 의대 교수 수에 대한 우려에도 "의평원 평가 기준을 모두 고려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국립대를 대상으로 교수 충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027년까지 거점국립대 9곳 소속 의대 교수를 1000명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1200~1300명을 약 2배인 2200~2300명 수준으로 늘려 교수 부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대 교수 지원에 대해서는 "사립대는 의대 증원 신청 시 학교법인이 의학교육 투자차원에서 교수 충원 계획을 제출했다"며 "정부가 충원할 부분이 아닌 자체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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