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강행 시 빅5 줄도산…몇달 내 한국의료 무너져"

강승지 기자 2024. 3. 1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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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 라디오 인터뷰
"2000명 못 박으니 대화 안돼…칼자루 쥔 건 정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긴급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3.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몇 달 안에 빅5 병원, 소위 대형병원부터 줄도산이 날 수 있다."

방재승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은 12일 오전 MBC라디오 전화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방 위원장은 "문제를, 대란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18일 전에 어찌 됐든 정부와 의사단체가 협상테이블에 앉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전날(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에서 긴급 총회를 열고 "정부가 합리적인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 기점으로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자"는 점에 합의했다.

비대위는 교수들 1475명 중 1146명(응답률 78%)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날 공개했다. 우선 응답자의 87%는 '현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국민과 의료계 모두에 큰 상처만 남기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일정 시점 기준 교수들의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에 동의했다.

방 비대위원장은 "서울대병원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한 달이 지나면 자동 사직이 개시되는데 그 시점이 (오는) 18일"이라며 "유급 문제도 각 대학별로 많이 다른데 제일 빠른 의대는 14일이다. 전국적으로 유급이 점차 확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2000명 의대증원을 철회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전날 비대위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로도 응답자의 99%는 '2000명 증원결정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도 허점이 많으며 실제 이행되리라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협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전공의·전임의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간 건데 의사 수 2000명을 가지고 얘기하면 이견이 많다. 진짜 맞는 통계인지를 알 수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의사 수 증원을 정부가 제일 앞에 내세웠지만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의 허점이 더 많다. 실제 이행될 거라고 그 어떤 의사나 교수들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반대를 한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재원을 활용하고 어디까지, 공공의료기관을 늘릴 건지에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의사 수를 정하지 말고 증원 가능하다. 대화협의체 구성에 동의하자. 정부와 의협이 이것만 합의해주면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병원에 복귀하고 정상 진료가 돼 국민 피해가 덜 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반면 정부가 기존 방침대로 3월 중 대학별 의대증원 배정도 마친다면 의대생들의 무더기 유급은 물론,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들이 유급되면) 내년에 의예과 1년에 8000명 들어와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 미복귀론) 빅5 병원, 소위 대형병원부터 먼저 파산, 줄도산이 날 거다. 몇 달 안에. 그러면 수십 년간 쌓아온 우리 한국 의료체계의 우수성, 이런 게 다 무너진다"고 했다. '증원된 의대생들을 도저히 가르칠 방법도 없겠다'는 진행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18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총회에서 합의된 걸 두고는 "사직을 비대위에서 강요는 할 수 없다. 개인 의지가 중요하다. 실제 어느 정도 사직이 될지는 가봐야 알겠다"며 "타 대학 비대위도 비슷하게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방 위원장에 따르면 전국 의대 교수협 가운데 총 14개 대학에서 비대위가 설치됐다. 이날 저녁 온라인 회의를 통해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점차 합의를 이룰 예정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행정처분, 명령에 두려울 교수도 많을 거다. 오죽하면 이렇게 했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환자들 피해가 불가피한 걸 두고는 "30년간 환자만 바라보고 산 의사다. 이런 비대위원장 역할을 해본 적도 없다. 국민에게 욕먹고, 손가락질받으면서 선두에 나서 정부가 잘못했다고 얘기할 때는 의사들도 그만한 억울한 심정이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의료인으로서 정말 죄송하고 참담한 심정이 들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번 의료대란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 환자들이 이미 베네수엘라가 망가지는 것처럼 될 거고, 지식인으로서 그냥 무섭다고 가만히 발언 못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들어주지 않는다. 의사가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정부가 2000명을 딱 못 박으니 아무것도 대화가 안 되지 않는가. 칼자루 쥐고 있는 건 정부지 의사단체가 아니다"라며 "필수의료를 보는 뇌혈관 신경외과 의사 입장에서 봐도 이거는 정부가 너무 한 것"이라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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