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118번. 단 2경기 보고 염갈량 "5월에 1군 등록시킨다" 공언. 이러니 반할 수밖에...[대구 포커스]
[대구=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죽기 살기로 하잖아. 기회 줘야지."
이번 시범 경기에서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을 반하게 만든 선수가 있다. 바로 등번호 118번의 외야수 최원영(21)이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22년 2차 6라운드 57순위로 입단한 우투우타의 외야수다. 현재는 육성 선수 신분이다.
그동안 1군에서 뛴 적이 없다. 퓨처스리그에서도 2022년 3경기에만 출전해 7타수 3안타에 홈런 1개, 3루타 1개를 친 적이 있고, 지난해엔 14경기서 39타수 12안타로 타율 3할8리를 기록하면서 홈런 1개, 4타점, 2도루를 기록해 2군에서도 경기를 많이 뛰지는 못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주전급 위주로 꾸린 애리조나 1군 캠프엔 포함되지 않아 이천 퓨처스 캠프에서 훈련을 한 최원영은 시범경기를 앞두고 퓨처스 코칭스태프의 추천으로 1군에 올라와 시범경기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단 2경기만에, 그것도 교체로 출전했는데 염 감독의 마음에 들어왔다.
최원영은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시범경기 첫 날 6회말 대수비로 우익수로 나서면서 1군 경기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9회초 첫 타석에서 상대 투수 박영현으로부터 몸에 맞는 볼로 첫 출루를 기록했고, 곧이은 김현종 타석 때 1B1S에서 박영현이 3구째 124㎞의 슬라이더를 던질 때 2루 도루를 시도해 성공했다. 과감한 도루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김현종이 삼진을 당했지만 다음 타자인 구본혁의 중전안타 때 홈을 밟아 첫 득점에도 성공.
염 감독은 다음날인 10일 KT전에 앞서 최원영을 언급했었다. 염 감독은 "최원영은 원래 최승민 다음으로 생각했던 대주자 요원인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최승민의 경쟁자가 될 것 같다"면서 "나는 대주자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 시즌에 대주자가 3∼4승 정도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누가 더 효과적일지 봐야할 것 같다"라고 했다.
최원영은 10일 경기에서 또 한번 빠른 발을 과시했다. 7회초 선두 문성주가 중전안타를 친 뒤 대주자로 투입된 최원영은 상대 투수 박시영이 이재원을 상대로 던진 초구 126㎞의 슬라이더에 바로 2루로 달려 도루를 성공시켰다. 이후 구본혁의 유격수앞 땅볼 때 3루까지 달린 최원영은 박해민의 투수 앞 내야 안타 때 홈을 밟아 득점에 성공했다. 9회초엔 타석에 들어섰으나 공 3개로 삼진 아웃.
2경기 연속 과감한 도루를 한 염 감독이 최원영에 대해 좀 더 후한 평가를 내렸다. 염 감독은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전엔 최원영에 대해 "최원영을 1군에서 뛰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염 감독은 "최원영이 육성선수 신분이라 5월 1일에 1군 등록이 가능하다"면서 "5월 1일이 되면 1군에 불러올릴 생각이다. 그동안 2군에서 대주자, 대수비에 대한 훈련을 시킬 것이다"라고 밝혔다.
염 감독은 최승민에 대해서는 "최승민도 1군에서 대주자로만 있으면 경기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원영이 올라올 때 최승민은 2군에 내려가 경기를 뛰면서 타격을 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했다.
염 감독을 2경기만에 사로잡은 것은 그의 노력이다. "충분히 대주자로서 가치가 있어 보인다"라고 한 염 감독은 "그가 야구하는 스타일이 너무 좋다. 정말 죽기 살기로 한다. 나는 그런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열심히 하면 우리 팀은 기회를 주는구나'라는 생각을 선수단에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최원영은 11일 삼성전에서도 도루를 추가했다. 5회초 볼넷으로 출루한 박해민을 대신해 대주자로 나간 최원영은 1B에서 2구째 삼성 선발 코너 시볼드의 143㎞의 직구에 2루 도루를 감행했다. 첫 판정은 아웃. 그러나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로 정정됐다. 커진 베이스가 세이프가 되는데 한몫했다. 홍창기의 1루수앞 땅볼 때 3루까지 갔고, 김현수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 때 홈을 밟아 득점.
최원영은 7회초엔 2루수앞 땅볼을 친 뒤 상대 실책과 빠른 발로 2루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 김현종 타석 때 3루를 훔치다가 이번엔 태그 아웃. 4번째 도루 시도에 첫 아웃이었다. 최원영은 9회초에 한번 더 타석에 섰는데 우익수 플라이로 잡혔다. 3경기서 3개의 도루와 3득점을 기록했지만 아직 3타수 무안타로 1군에서의 데뷔 첫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염 감독은 대주자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1점차 승부에서 대주자가 중요한 순간 득점을 하는 것이 승패를 가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지난해 초반 신민재를 대주자로 기용했었는데 신민재가 이후 2루수 주전이 되면서 최승민을 NC 다이노스에서 1대1 트레이드로 데려와 대주자로 기용했다. 올시즌에도 최승민이 대주자 요원으로 1군에서 뛰는 것이 확실한 상황. 여기에 새롭게 최원영이라는 경쟁자가 등장했다. 더 간절하게 뛰는 선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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