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 우승' 투수와 갈고 닦았다…"좋은 기운 들어오지 않을까" 캠프 불참? KKKKKKKKKK+무실점으로 증명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좋은 기운 들어오지 않을까요?"
'좌승사자'로 불리는 찰리 반즈는 지난 2022시즌에 앞서 롯데 자이언츠와 연이 닿으며 올해로 3시즌째 KBO리그에 몸담고 있다. 미국 무대에서도 각광을 받았던 '유망주'였던 반즈는 KBO리그 입성 첫 시즌 31경기에 등판해 186⅓이닝을 소화, 12승 12패 평균자책점 3.62의 성적을 거뒀고, 당시 '털보에이스' 댄 스트레일리와 함께 롯데의 든든한 '원·투 펀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22년 4월에는 무려 6경기에 등판해 5승 평균자책점 0.65라는 압권의 성적을 거뒀다. 당시 반즈와 마찬가지로 뜨거운 한 달을 보낸 한동희와 집안경쟁에서 밀리게 되면서 월간 MVP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엄청난 임팩트를 남긴 것은 분명했다.
반즈가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만큼 롯데는 당연히 동행을 제안했고, 반즈 또한 롯데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런데 KBO리그 데뷔 첫 시즌과 2023시즌 초반의 활약은 너무나도 달랐다. 시범경기 때부터 아쉬운 모습을 거듭하던 반즈는 정규시즌이 시작된 후에도 4월 한 달 동안 4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7.58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데, 비시즌 투구폼에 변화를 줬던 것이 밸런스에 영향을 미쳤던 까닭이다. 이에 반즈는 과거의 투구폼으로 돌아가는 것을 택했고, 부진은 오래가지 않았다.
반즈는 5월 4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1.82로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기 시작하더니, 7월 3승 2패 평균자책점 3.33을 마크, 8월 2승 1패 평균자책점 2.05의 성적을 남기는 등 '좌승사자'의 모습을 되찾는데 성공, 그 결과 지난해 30경기에 등판해 170⅓이닝을 소화, 11승 10패 평균자책점 3.28로 데뷔 첫 시즌보다 오히려 더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 그리고 롯데는 당연히 반즈에게 다시 한번 동행 의사를 전달했다. 특히 김태형 감독 또한 취임 직후 반즈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반즈와 롯데의 동행이 결정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유는 반즈가 KBO리그에 잔류하는 것보다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는 것에 조금 더 무게를 뒀기 때문이었다. 실제 반즈는 일본프로야구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반즈가 롯데 유니폼을 벗는 일은 없었다. 반즈는 지난해 12월 17일 보장금액 120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의 총액 135만 달러(약 18억원)에 재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계약 직후 반즈는 "부산으로 하루 빨리 돌아가 최고의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 앞에서 팀을 위해 던지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런데 미국 괌-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반즈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던 반즈가 가족의 곁에서 시즌을 준비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낸 까닭이었다. 이에 롯데는 평소 반즈가 얼마나 성실하게 몸을 만들고,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인지 알고 있는 만큼 흔쾌히 반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태형 감독 또한 괌 스프링캠프 당시 "반즈가 선발 로테이션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준비를 해 온다고 하더라. 본인이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이 있지 않나. 가만히 놔둬도 미친듯이 할 거다"라고 껄껄 웃었다.
특히 반즈는 미국에서 투구 영상을 촬영, 꾸준히 구단에 훈련 상황을 보고하는 등 성실하게 몸을 만들었고, 지난달 29일 한국땅을 밟았다. 그리고 지난 8일 동의과학대를 상대로 첫 실전 투구에 나섰다. 대학 팀을 상대로 등판했던 만큼 경기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반즈가 얼마나 몸을 잘 만들어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반즈는 첫 실전 등판에서 4이닝을 단 1피안타로 막아냈다. 그리고 무려 10개의 삼진을 솎아냈는데, 투구수는 50구에 불과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9일 SSG 랜더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에 앞서 "날씨가 굉장히 추웠기 때문에 많은 공을 던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시즌을 준비해오는 영상들을 봤는데, 지금 반즈가 안 좋다고 해서 안 쓸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그렇게 걱정하지 않는다. 반즈가 개인적인 목표를 갖고 굉장히 준비를 잘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리고 반즈가 오랜만에 취재진과 만났다.
그동안 미국에서 어떻게 몸을 만들어 왔을까. 반즈는 "미국에서 친구인 조던 몽고메리가 FA(자유계약선수)라서 함께 훈련을 하면서 시즌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몽고메리는 지난 2014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122순위로 뉴욕 양키스의 지명을 받은 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는 등 메이저리그 통산 7시즌 동안 141경기에 출전해 38승 34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 중.
특히 몽고메리는 지난해 세인트루이스에서 6승 9패 평균자책점 3.42의 성적을 남기던 중 트레이드를 통해 텍사스로 이적하게 됐고, 텍사스에서는 11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평균자책점 2.79의 훌륭한 성적을 거두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그리고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29로 활약하는 등 텍사스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WS) 우승에 큰 힘을 보탠 후 FA 자격을 얻었다. 몽고메리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FA 최대어'로 불렸지만, 아직까지 행선지를 찾지 못한 상황. 이에 반즈와 함께 시즌을 준비했다.
몽고메리와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반즈는 "몽고메리는 고등학교(Sumter High School) 때부터 친구였다"며 "몽고메리는 굉장히 좋은 커리어를 갖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했기 때문에 배고 배울점이 굉장히 많았다. 시즌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매달 스케줄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를 직접 보고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도 행선지를 찾지 못한 몽고메리에 대해 "따로 들은 것은 없지만, 조만간 사인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일단 몸 상태는 완벽하다는 것이 반즈의 설명. 그는 "지금 몸 상태는 완벽하다. 100%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곧바로 시즌에 돌입해도 될 정도"라며 "특별히 다르게 시즌을 준비하지는 않았다. 평소에 했던 것처럼 날짜에 맞춰서 빌드업을 해왔다. 그리고 단톡방을 만들어서 코치님들, 트레이닝 파트 분들과 훈련 내용을 공유해왔다. 다만 팀에 합류한지 며칠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 오신 감독, 코치님들, 선수들과 적응의 시간은 필요하지만,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출산으로 인해 팀 합류가 늦어졌지만, 반즈는 둘째에 대한 질문에 활짝 웃었다. 그는 "출산 매우 잘 진행됐다. 지금은 둘째와 가족 모두가 한국에 들어왔는데, 정말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윌커슨의 경우 야구보다 육아가 더 힘들다고 하더라'는 말에 "내가 생각했을 때도 육아를 하는 것이 야구보다 훨씬 쉬운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팀 합류가 늦어지면서 반즈는 아직까지 2024시즌 용품들을 지급받지 못했다. 이에 주형광 코치의 등번호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훈련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반즈는 '주형광 코치의 티셔츠를 입고 있다'는 말에 "아직 새로운 장비를 받지 못했다. 코치님의 옷을 잠시 빌려 입었다"며 주형광 코치의 현역 시절 커리어를 알고 있는 듯 "이 티셔츠를 입어서 아마 좋은 기운이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도 작년처럼 열심히 해서 우리팀이 계속해서 이길 수 있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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