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전공 확대에 단과대도 적극 호응… 소수학과 보호장치도 마련”
“학생 전공권 실질적인 확대위해
이중전공 활성화하고 전과 쉽게
의대 의견 듣고 10% 증원신청
2026년부터 의사과학자 트랙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재정위기
외국인 유치·평생교육으로 돌파”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의 대학 자유전공 선발 확대 추진, 의대 증원 등 대내외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 운영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입과 관련해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변화에 맞춰 대학 차원에서 입시 변별력을 높일 다양한 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유전공 선발 규모를 늘리기 위해선 기존 학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 중 하나가 자율화와 분권화다. 자유전공 모집단위의 정원을 모으는 데 총장의 강제력을 전혀 동원하지 않았는데도, 경영대의 경우 현재 320명 정원의 4분의 1 정도인 80명을 내놓겠다고 했다. 경영대 입장에서는 자유전공으로 들어온 학생 중 많은 수가 다시 경영 전공을 희망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의 수월성 등을 고려해 큰 폭을 내놓은 거다. 공과대는 학과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 적정선을 찾기 위해 논의 중이다. 일정 학과에 학생 수요가 급증할 경우 온라인 강의를 확대한다거나 교원을 충원하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소수학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소수학과가 위치한 문과대, 이과대의 경우 정원을 내놓는 걸 희망하지 않고 있어 그렇게 하도록 할 예정이다. 문과대, 이과대의 경우 학문의 다양성 차원에서 보호해야 하는 학과들이 많이 있는데 희망대로 기존 정원을 유지하도록 해 자연스럽게 소수학과 보호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다른 학과에서 일정 학점 이상 들으면 이중전공으로 자동 기록되도록 하는 등 이중전공도 활성화시키고 전과 문턱도 낮출 것이다.”
―의대를 보유한 종합대학 총장으로서 최근 의대 증원을 둘러싼 논란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최근 실시된 교육부의 의대 증원 수요조사에서 고려대는 기존 의대 정원(106명)의 10%가량인 10명을 증원 신청했다. 구성원 간 갈등이 첨예한 다른 대학과는 달리 우리 대학은 의대 교수들이 숙고해 건의한 내용을 그대로 수용했다. 우리가 교육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되는지를 비롯한 현실적인 문제들과 정부 증원 방침 등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현재 의사 수를 늘리는 걸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다만 규모를 두고 다투는 문제인데, 결국 정책을 실행할 의사들과 소통과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서울대가 의과학과를 신설하는 조건으로 기존 의예과 외 50명 추가 증원을 정부에 신청했다. 고려대도 의사과학자 양성 계획이 있나.
“이번 교육부 의대 증원 수요조사에서도 의사과학자 양성 계획을 반영해 추가 신청했다. 고려대 의대는 2026년부터 6년제 통합 교과과정을 운영할 예정인데, 그 안에 의사과학자 양성 트랙 과정을 둘 것이다. 해당 트랙을 이수하는 학생도 10% 정도로 시작해 장기적으로 30%까지 확대해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연내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단도 출범한다. 이와 더불어 의대 자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계 유수의 의대에서 연수 및 박사학위를 공동으로 받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교육부가 2028학년도부터 수능을 모든 학생에게 공통과목으로 치르게 하고 심화 수학을 배제하는 내용의 대입개편안을 발표했다. 대학 입장에선 입시 변별력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전반적으로 현재 수능보다 출제범위, 반영영역이 축소되기 때문에 기존처럼 수능 최저학력 기준 요건을 유지할 수 있는지, 수능 위주 전형인 정시를 지금과 같은 형태로 운영할 수 있는지 고민되는 상황이다. 입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 수능 성적 외에 교과 반영 비율을 높인다거나 논술을 강화하는 등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우선 이런 방향에서 2025학년도 입시에서 논술고사를 7년 만에 부활시키기로 했고, 2024학년도에 신설했던 정시 교과우수전형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수능은 일종의 자격고사화하고, 대학에 입시 자율권을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외에 학생 선발 시 다양성, 균형성을 확보하기 위해 2026학년도부터 다문화전형을 신설할 예정이다.”
―대학 재정 여력이 바닥나고 있다. 정부 정책으로 15년 이상 동결된 등록금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가난한 학생들과 재정적으로 힘든 대학이 서로 계속 밀고 당기는 현 상황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본다. 지금 정부는 빠져 있고 대학과 학생들 간 긴장 관계가 돼 있는데,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 좀 더 커져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을 보면 정부가 고등교육에 지원해주는 비율이 60%, 민간이 담당하는 부분이 40%인데, 우리나라는 민간 몫 70%와 정부 몫 30%로 뒤바뀐 상태다. 대학이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받으면 그중 80%가 구성원 인건비로 바로 나가버려서 연구나 양질의 교원 확충 등에 대한 투자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위기 상황에 놓이고 있는데, 타개책이 있나.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이 재정적인 위기를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외국인 학생 유치, 생애주기 교육과정 마련, 비대면 교육 활성화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고려대도 10∼15% 수준인 외국인 학생 비율을 해외 선진 대학처럼 3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국인 학생 전용의 글로벌자율학부도 최근에 신설했다. 또 30∼60대를 위한 평생교육기관의 역할도 하려고 한다. 고려대가 2024학년도부터 융합데이터과학대학원도 만들었는데 직장인들의 수강 문의가 많아서 야간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정도로 호응이 좋다. 식품자원경제학 분야에서도 온라인 석사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추진 중이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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