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홈런왕이 당한 커브로 KKK→외인 거포가 손도 못댄 150km 강속구로 KK…겁없는 신인들이 꿈틀댄다
[OSEN=부산, 조형래 기자] 신인들의 쇼케이스 무대였다. 롯데 자이언츠 신인 전미르, 그리고 두산 베어스 신인 김택연이 나란히 프로야구 무대를 주름잡을 수 있다는 것을 과시했다. 겁없는 신인들이 꿈틀대고 있다.
지난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프로야구 시범경기는 두산의 3-0 승리로 마무리 됐다. 큰 변곡점 없이 진행되던 경기가 갑자기 꿈틀댔고 경기장이 소란스러워진 것은 9회였다.
9회초 두산의 공격 때 선두타자 김인태가 롯데 투수 구승민과 상대했다. 그런데 김인태가 친 타구가 원 바운드로 구승민을 맞았다. 구승민은 타구를 피하지 못하고 어깨 쪽을 맞았다. 강도가 심하지 않았고 구승민은 곧바로 일어났지만 마운드를 내려왔다. 선수 보호차원에서 더 이상 투구를 진행하지 않았다.
구승민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신인 전미르.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당초 전미르는 투타겸업 자원으로 고등학교 3학년 시즌을 보냈고 롯데 역시도 투타겸업에 의지가 있다면 지원해줄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부임한 뒤 마무리캠프를 소화하던 김태형 감독은 전미르의 투수로서 재능을 더 눈여겨 봤고 결국 투수에 집중을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투수에 집중한 전미르는 더더욱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구위는 물론이고 마운드 위에서의 배짱, 경기 운영 능력, 변화구 구사 능력 등 투수로서 갖춰야 할 조건들을 모두 갖췄다는 구단 내 평가를 받았다. 특히 괌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날카로운 커브로 프로 선배들을 연거푸 삼진으로 잡아내자 선수들은 “도대체 무슨 구종이냐”라며 술렁이고 전미르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지난 10일 사직 SSG전에서 전미르는 9회 마운드에 올라와 최고 148km의 패스트볼을 던지면서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그리고 11일 경기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고 몸을 풀었는데 실제로 마운드에 오르는 상황이 발생했다. 연투를 감행했다.
위기 상황에 몰렸다. 무사 1루에서 첫 타자 이유찬에게 2루 강습 내야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뒤이어 등장한 김대한에게 패스트볼이 아닌 슬라이더와 커브로 카운트를 잡더니 결국 커브를 결정구로 활용해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한숨을 돌렸지만 패스트볼을 던지다 곧바로 중전 안타를 맞아 1사 만루 위기가 됐다. 전미르의 위기 관리 능력을 볼 수 있는 상황. 전미르는 주눅들지 않았다. 상황을 주도했다. 장승현을 상대로 슬라이더로 2스트라이크를 잡고 커브를 던져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구 삼진.
2사 만루에서 맞이한 타자는 ‘잠실 홈런왕’ 김재환. 김재환을 상대로도 주무기를 과감하게 던졌다. 144km 패스트볼이 밀리며 파울이 됐고 또 헛스윙을 유도했다.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뒤 다시 한 번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만들었다. 아웃카운트를 모두 탈삼진으로, 그리고 주무기 커브를 활용해서 잡아냈다.
전미르의 피칭을 지켜본 뒤 두산도 9회말 세이브 상황에서 신인 김택연을 투입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전미르보다 앞선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택연은 묵직한 강속구로 벌써부터 차기 두산의 마무리 투수로 꼽히고 있다.
김택연은 지난해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U-18 야구 월드컵에서 당시 이영복 대표팀 감독의 상식 밖의 투수 운영으로 혹사의 희생양이 됐다. 무려 5연투를 펼치면서 178개의 공을 던지는 혹사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김택연은 두산의 지명을 받고도 한동안 공을 던지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뒤 김택연은 다시 묵직한 강속구를 뿌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일본 미야자키 구춘대회 세이부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9회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최고 151km의 공을 뿌렸다.
이달 3일 후쿠오카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연습경기에서도 152km의 강속구로 1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시범경기에서도 지난 9일 이천 키움전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뒤 하루 휴식 후 롯데를 상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김택연은 선두타자로 롯데 외국인 거포 빅터 레이예스를 맞이했는데 과감하게 140km 후반대의 패스트볼을 뿌리더니 결국 풀카운트에서 146km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뒤이어 등장한 손성빈을 상대로는 제구가 흔들리기도 하며 3볼까지 몰렸지만 풀카운트까지 이끌었고 결국 헛스윙 삼진을 뽑아냈다. 5구 연속 패스트볼만 뿌렸다. 그리고 나승엽은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깔끔한 세이브를 기록했다. 최고구속은 150km까지 찍혔다.
경기 후 김택연은 “세이브 상황에 등판했는데, 과정은 여전히 아쉬웠다. 다만 볼넷이나 실점없이 이닝을 마친 점은 어느 정도 만족스럽다”라면서도 “지금은 처음이라 통하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정규시즌은 다를 것이다. 훨씬 더 집중력 있는 투구를 해야 하고, 쓸데없는 공을 줄여야 한다”라고 자평했다.
아울러 U-18 대표팀도 함께 다녀오면서 절친한 친구인 전미르의 피칭에 “불펜에서 몸을 푼 뒤 (전)미르가 던지는 것도 봤다”라며 “KKK 이닝을 만들었는데 같은 신인으로서 나 역시도 좋은 투구를 하고 싶었다. 긍정적인 자극이 됐다”라고 친구의 피칭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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