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로 가는 프로야구 중계… 월 5500원 내야 모바일서 본다[10문10답]
티빙, KBO와 유·무선 계약
3년 1350억 ‘역대 최대금액’
쿠팡도 작년 K리그 계약 따내
프로스포츠 OTT 중계가 대세
스마트폰 대중화로 시장 커져
모바일 시청 비중 30%대 넘어
시범경기 중계는 기대 밑돌아
“정규리그에선 부족한 점 보완”
2024년 프로야구가 오는 23일 개막한다. 출범 43년째를 맞는 프로야구는 변곡점을 맞았다. 그간 네이버 등 대형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무료로 제공되던 온라인·모바일 중계가 유료로 전환된 것이다.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4일 CJ ENM(티빙)과 KBO리그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상파·인터넷TV(IPTV)는 이전과 똑같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PC나 스마트폰으로는 ‘무료 시청’이 불가능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을 통해 요금제에 가입해야 시청할 수 있다. 결제하지 않으면 온라인으로는 야구를 못 보는 시대, 프로야구 유·무선 유료 중계에 관해 궁금증을 풀어본다.
1.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권이란
프로야구에서 유·무선 중계권 사업권은 일반적으로 ‘뉴미디어권’으로 불린다. 다시 말해 유·무선 중계권은 유선 인터넷, 모바일 등 뉴미디어에서 프로야구 관련 콘텐츠를 방송할 수 있는 권리다. 2000년대 후반부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유·무선 중계권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될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다. 특히 2017년에는 프로야구 모바일 중계 시청 비중이 33.5%까지 상승했다. 과거 TV 광고 수입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실질적인 수입이 유·무선 시장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반대로 TV로 야구를 보는 것은 TV 중계방송권이다. 지상파 방송사 3사에선 프로야구를 볼 수 있지만, 연간 자체 중계 비중은 크게 떨어진다. 대신 지상파 3사의 자회사 격인 스포츠 케이블 채널(KBSN스포츠·MBC스포츠플러스·SBS스포츠)과 TV 중계권을 가진 SPOTV·SPOTV2가 돌아가면서 전체 경기를 생중계한다. 엄밀히 말해 케이블 중계권도 공짜가 아니다. 케이블 중계를 보기 위해선 IPTV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2. 역대 유·무선 중계권료는 어떻게 변했나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프로야구 중계권료 수입에서 유·무선 중계권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무선 중계 시장이 만들어졌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무료 온라인 시청’이 첫 시작이었다. KBO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무선 중계권 판매 권리를 대행사인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에 위임했지만, 2018년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의 독점 대행 권리가 끝나면서 직접 계약 주체로 나섰다. 이후 2019년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카카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이 5년간 총 1100억 원(연평균 220억 원)에 뉴미디어권을 확보했다. 앞서 2014∼2018년까지 5년간 계약된 총 465억 원(연평균 93억 원)보다 2.3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 그리고 올해 CJ ENM이 3년간 1350억 원의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금액으로 모바일 중계권을 손에 넣었다.
3. KBO와 각 구단은 얼마씩 받게 되나
KBO는 온·오프라인 중계권료를 프로야구 10개 구단에 모두 균등하게 나눠준다. 따라서 프로야구 구단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늘어난 중계권 수입이 구단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앞서 KBO는 지상파 3사와 3년간 총 1620억 원(연평균 540억 원)에 TV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2026년까지 온·오프라인 중계권료 2970억 원을 확보했고, 매년 990억 원이 10개 구단에 분배된다. 올해 각 구단이 나눠 받은 99억 원은 연평균 예산(약 500억 원) 5분의 1에 해당하는 큰 금액. 특히 지난해까지 76억 원에서 23억 원이나 구단 수입이 늘었다. 20억 원이면 해외 스프링캠프를 치를 수 있는 비용이다. 수도권 SSG 구단 관계자는 “매년 모그룹에 100억∼200억 이상을 지원받는 구조에서 99억 원이라는 금액은 큰 도움이 된다. 각종 이벤트, 마케팅 등으로 팬들에게 더 큰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 OTT는 왜 모바일 중계권을 샀을까
수익 창출의 원천인 구독 회원을 늘리기 위해서다. 프로야구는 한 해 800만 명이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는 국내 넘버원 인기 스포츠. CJ ENM은 프로야구팬들을 구독자로 확보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 프로야구는 국내 스포츠 중 팬층이 가장 두꺼운 데다가 봄부터 초겨울까지 리그가 8개월 이상 이어져 장기 구독자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거액을 베팅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티빙은 쿠팡플레이에 국내 OTT 2위 자리를 내줬고, 웨이브와 합병을 추진 중이다. 프로스포츠 업계에서 OTT를 통한 유료 중계는 세계적 흐름이다. 애플TV는 지난해 25억 달러(약 3조3000억 원)를 들여 리오넬 메시가 뛰는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의 10년 치 중계권을 사들였다. 국내에선 프로축구 K리그가 지난해 쿠팡플레이와 모바일 중계권 계약을 맺으며 포문을 연 바 있다.
5. 모바일 이용 요금제는 어떻게 되나
최소 5500원을 투자해야 프로야구 경기를 볼 수 있다. 티빙은 ‘광고형 스탠더드’ 요금제를 통해 월 5500원으로 야구 경기는 물론, 드라마와 영화 등 티빙이 보유한 16만 개 이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했다. 광고형 스탠더드 요금제는 가입자가 광고를 보는 대신 풀HD급 화질로 동시 2대에서 접속해볼 수 있는 요금제. 티빙은 갑작스러운 유료화로 부담을 느끼는 야구팬들을 위해 시범 경기가 열리는 지난 9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진 무료로 볼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 기간 이후엔 티빙 월 이용권을 사야 한다. 티빙 관계자는 “5500원이 프로야구 요금제로 출시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광고형 요금제를 고심했었다. 요금제 발표 시기와 KBO 모바일 중계권 계약이 겹쳐 마치 프로야구 전용 요금제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5500원은 국내외 스포츠 중계 OTT 대비 저렴한 가격. 실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MLBTV’의 요금은 월간 29.99달러(3만9000원)다. 티빙 광고형 요금제 대비 7배 이상이다. 티빙은 가장 저렴한 기본 요금제가 월 9500원(신규 회원 기준·기존 회원 9000원), 스탠더드 요금제는 월 1만3500원(기존 1만2500원)이다.
6. 모바일 중계 어떻게 이용하면 되나
스마트폰·인터넷·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로 티빙에 접속하면 된다. 티빙은 메인화면에 ‘KBO’ 버튼을 눈에 띄게 배치, 이것을 누르면 따로 전용 야구 코너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가 시작되면,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라고 적힌 KBO 공식 로고가 담긴 메인 화면이 우선 배치된다. 이를 클릭하면, 전국 5개 야구장의 경기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팬들이 보고 싶은 경기장을 클릭하면 바로 중계화면으로 넘어간다. 프리롤 광고(처음 콘텐츠 시청을 눌렀을 때 나오는 광고)는 없다. 광고형 스탠더드 요금제는 야구 중계와 함께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제외한 모든 콘텐츠도 시청할 수 있다. 무료 콘텐츠도 있다. 경기가 끝난 뒤 다시보기와 하이라이트는 무료로 제공된다. 경기 상황을 문자로 알려주는 그래픽 중계 등도 이용권 없이 확인할 수 있다.
7. 자유로운 2차 영상 가공은 될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 하이라이트 공개나 2차 창작 콘텐츠 생성을 강력히 제한했다. 하지만 티빙은 일반 팬들의 쇼트폼(짧은 분량의 영상) 제작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일반 야구팬은 40초 이내의 경기 쇼트폼 영상을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모든 SNS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유튜브를 운영해 수익을 내는 사용자일 경우 쇼트폼을 활용하는 방식이 제한된다. 티빙 관계자는 “영상을 사용해서 수익을 창출한다면 제한을 둘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구단들은 경기 영상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KBO와 모바일 중계권 계약에 포함됐다. 과거 구단 동영상 채널의 경우, 경기 장면을 활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라커룸과 더그아웃 등 그라운드 밖에서 진행한 인터뷰 등이 주된 콘텐츠였다. 구단들이 티빙의 모바일 중계권 계약을 반기는 이유다.
8.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사례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프로 스포츠가 발전한 나라에는 무료 중계란 말 자체가 아예 없다. 실제 MLB와 일본프로야구(NPB)는 지상파·케이블TV, 모바일 중계가 모두 유료다. MLB 사무국은 직접 모바일 중계를 MLBTV를 통해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매주 금요일 MLB 2경기를 라이브로 볼 수 있는 OTT 애플TV플러스(월 구독료 9.99달러)도 등장했다. 반면 일본프로야구는 다소 복잡하다. NPB는 구단마다 중계권을 별도로 보유하고 있어 개별적인 협상이 필요하기 때문. TV 중계는 ‘스카이퍼펙트TV!’가 맞춤형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선 2019년에야 뉴미디어 중계가 시작됐고, 모바일로 NPB 경기를 시청하려면 OTT 업체인 다즌(DAZN)을 이용해야 한다. 다즌의 월 구독료는 2300엔(약 2만 원). 다즌은 2020년부턴 히로시마 홈 경기를 제외한 11개 구단 전 경기를 제공 중이다.
9. 시범경기 중계는 실망스러워…반전의 여지 있나
이달 9일 개막한 시범경기는 티빙의 유·무선 중계 능력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였다. 그런데 결과가 기대 이하다. 기존 포털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영상의 품질마저 기대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 자막 오류에 느린 업데이트 등이 맞물렸다. ‘세이프(SAFE)’라는 기본적인 표현을 ‘세이브(SAVE)’라고 잘못 기재하고 ‘22번 타자 채은성’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문구도 넣었다. 22번은 채은성의 등번호다. 여기에 정리되지 않은 하이라이트 영상에도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앞서 프로축구 K리그 중계권을 따낸 쿠팡플레이의 성공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시 K리그가 유료 중계로 바꾸면서 초반에 반발이 거셌지만 높은 중계 품질과 각종 파생 콘텐츠 제작으로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티빙 관계자는 “시범경기에서 시범 운용을 통해 부족한 점을 체크하고 있다. 정규리그에선 고품질 콘텐츠를 선보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10. 모바일 중계권 재판매 가능성 있을까
야구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티빙 측은 협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입장. 그러나 업계에선 티빙이 회원 확보 차원에서 당분간 재판매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티빙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와 이동통신사 등에 프로야구 중계권을 재판매해 이익을 거두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네이버나 이동통신사 등이 무료 중계 서비스를 하면 팬들이 티빙 대신 무료 포털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티빙이 이들 포털사이트 등에 큰 금액을 받고 중계권을 판매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연간 450억 원 수준의 중계권료를 투자한 만큼 재판매를 하더라도 금액은 최고 100억 원 이상의 거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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