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주년' 유리상자 "세상의 모든 노래가 사랑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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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 '유리상자'는 사랑이라는 클리셰에 고유성을 부여한다.
'신부에게' '사랑해도 될까요' '순애보' '아름다운 세상' 등 히트곡을 숱하게 불러도 유리상자는 습관적으로 노래하지 않는다.
유리상자는 이번에 '녹색지대' 곽창선, '서울패밀리' 위일청과 함께 공연한다.
-유리상자는 '사랑 노래'의 대표주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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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마포아트센터서 '어떤가요8 - 화이트데이 듀엣 특집' 출연
'학전, 어게인 콘서트' 참여…마음·추억 속에 늘 함께 있을 것"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듀오 '유리상자'는 사랑이라는 클리셰에 고유성을 부여한다. 남들에겐 보편적인 일이지만, 각자에겐 특별한 결혼식 축가만 이들이 1500번 이상 부른 이유다.
흔해빠진 사랑에 진정성을 만드는 건 '성의의 문제'다. '신부에게' '사랑해도 될까요' '순애보' '아름다운 세상' 등 히트곡을 숱하게 불러도 유리상자는 습관적으로 노래하지 않는다. 1997년 9월 1집 '순애보'를 발매한 뒤 데뷔 27주년을 맞았음에도 여전히 유리상자에 대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유리상자는 마포문화재단이 오는 14일 오후 7시30분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여는 '어떤가요8 - 화이트데이 듀엣 특집'에 출연한다.
마포문화재단의 인기 기획공연 시리즈 '어떤가요'는 '음악은 타임머신이다'라는 콘셉트로, 1980~2000년대 인기 가수 무대를 소환한다. 매 공연 평균 4060 예매율이 70% 이상이다. 유리상자는 이번에 '녹색지대' 곽창선, '서울패밀리' 위일청과 함께 공연한다. 더구나 유리상자의 노래가 가장 잘 어울리는 화이트데이다.
유리상자는 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저희에게는 너무나 좋은 의미이죠. 레전드라는 말보다 여전히 저희를 기억하고 찾아주심에 너무나 감사할 뿐입니다. 특히 자녀분과 함께 오신 관객에게 좋은 추억이 됐으면 합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두 멤버와 나눈 일문일답.
-데뷔 27주년 소감은요. 최장수 듀오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듀오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입니까?
"자주 드리는 말씀인데… 장수의 비결은 적당한 '무관심'입니다. 이것은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서로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듀오는 외롭지 않다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더 즐겁고 덜 힘들죠."(이세준)
"제가 생각했을 때는 그래도 꾸준히 이어오는 '유리상자만의 색깔'이 담겨있는 음악이 오랜 활동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 노래를 들으면 '유리상자 같은 노래다!'라고 이야기하고 좋아해 주시더라고요."(박승화)
-포크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승화 씨는 김현성, 윤도현 씨와 종이연이라는 포크 그룹에서 활동하기도 했는데요. 현재 국내 대중음악계에선 포크 음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밥상에 올라오는 김치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빠지면 많이 섭섭하죠."(박승화)
-첫 음반을 낸 그 해 12월 학전 소극장에서 첫 콘서트를 연 것으로 압니다. 그 학전이 오는 15일 폐관을 앞두고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열고 있는데요. 이 공연의 일환으로 지난 3일 학전 블루 소극장에서 열린 무대에서 눈물을 쏟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당시 마음은 어떠셨나요?
"소극장은 무대 예술의 풀뿌리가 아닌가 싶어요. 학전은 소극장의 대표격이구요. 가난한 아티스트와 관객을 이어주는 소통의 장이었죠.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 이제는 그 역할을 여러 다른 매체와 공간에게 내어주고 퇴장하지만… 우리 마음과 추억 속에 늘 함께 있을 겁니다."(박승화·이세준)
-권진원 씨, 설경구 씨와 김민기 대표님의 '아침이슬'을 부르셨다고요. 이 곡을 마지막곡으로 정한 이유는요.
"학전이 김민기이고 김민기가 학전입니다. 그분의 대표곡을 헌정하는 것이 예의이고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박승화·이세준)
-김민기 대표님은 두 분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김 대표님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무심한 듯 다정하신 분이시죠. 그분이 엎드려 내어주신 길을 많은 후배들이 편히 걷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건강을 부탁드립니다."(박승화·이세준)
-소극장 문화가 사라지는 건 우리 대중음악계에 손해라고 봅니다. 소극장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마포아트센터는 공연장으로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소극장 공연을 보고 나면 단순히 공연을 봤다가 아닌… 가수를 만나고 왔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건 소극장만이 가진 큰 매력이죠. 마포아트센터는 소극장은 아니지만 소위 말하는 '공연이 잘되는 공연장'으로 가수들 사이에 소문이 났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텐데… 인프라와 마케팅적으로 아주 우수한 공연장이기에 가능한 평가인 듯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도 이번 공연이 굉장히 기대됩니다."(박승화·이세준)
"어느 분야든 다양성은 그 가치를 크게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공연은 대중음악과 공연계에 아주 큰 의의가 있다고 여깁니다."(이세준)
-유리상자는 스테디셀러를 보유하고 있죠. 현재 음악계는 1위 곡은 있어도 유행가는 없는 시대라고 합니다. 오래도록 불리는 곡들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시대적인 이유가 크겠죠. 그 당시는 노래가 한번 히트하면 최소 6개월 정도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만큼 노출의 빈도가 높고 그 기간동안 쌓이는 추억도 많기에 그만큼 많은분들께 스며들 수 있었는데… 지금은 심하게는 시간 단위로 순위가 바뀌니 그 노래가 우리네 인생에 자리 잡을 시간이 너무 부족하지 않나 싶네요."(박승화·이세준)
-유리상자는 '사랑 노래'의 대표주자입니다. 좋은 '사랑노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리상자 곡을 제외하고 국내외에서 가장 좋은 사랑 노래를 골라주신다면요?
"저는 이별노래도 사랑노래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늘 어떤 형태로든 사랑을 하며 살죠. 이별도 사랑의 일부분 아닐까요. 그래서 전 '세상의 모든 노래가 사랑노래다' 여깁니다. 우리 삶에 사랑을 빼고 설명할 수 있는건 거의 없으니까요."(이세준)
-이번 마포아트센터 무대에선 어떤 노래를 들려줄 건가요?
"저희의 시간이 충분한 것 같으면서 아쉬운 시간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웃어요'를 시작으로 '사랑해도 될까요', '사랑하기 좋은 날', '순애보' 등을 들려드리고 '붉은 노을', '아름다운 세상'으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관객이 잘 아는 노래와 즐거운 노래를 알차게 들려드리려고 합니다."(박승화)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공연 후반부 30여 분 정도로 잔잔한 히트곡과 관객분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신나는 노래를 적절히 섞을 예정입니다."(이세준)
-이번 공연엔 서울패밀리 위일청 씨, 녹색지대 곽창선 씨도 함께 합니다.
"두 분과 인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절로 올라가는 기분입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뵙는데 즐거운 무대, 행복한 무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박승화)
"개인적으로 저에게는 대 선배님이자 형들이시죠.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자리에 섰던 분들과의 영광스러운 무대가 될 것 같습니다. 두 분과는 매우 오랜만에 뵙습니다."(이세준)
-화이트데이에 어울리는 가수답게 축가 섭외도 0순위입니다.
"축가는 저희가 부르지만 그곳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 그리고 혼주분들입니다. 그분들께 갖추는 최대한의 예의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콘서트 같은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지만 늘 저희가 주인공은 아니라는 생각을 노래와 멘트에 담으려 노력합니다.(박승화·이세준)
-SBS TV 드라마 '파리의 연인'(2004)에서 박신양 씨가 유리상자의 히트곡 '사랑해도 될까요'를 불러 엄청나게 재조명됐죠. 그 당시를 추억하자면요.
"당시 여자친구(지금의 아내)와 같이 보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곡 분위기가 워낙 달라서 처음엔 저희 노래인지도 인지하지 못하다가 제 순서가 되니 저도 모르게 따라 부르는 절 발견하고 웃었네요. 그 드라마 덕분에 그해 전국 투어 10여 개 도시가 완전 매진됐어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감사한 행운이었어요."(이세준)
-그동안 음악적 변화를 시도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요?
"지금의 음악이 저희가 공통으로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스타일입니다. 변화를 시도한 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대중들은 그쪽에 별 관심이 없으시더라고요. 멤버 각자의 취향이 완벽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어서…. 그 부분은 각자의 솔로 활동으로 해소합니다."(박승화·이세준)
-오랜 기간 활동을 하며 특히 힘들었던 시기나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특별한 불화나 슬럼프는 없었습니다. 그동안 서로에게 말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 그랬다면 지금도 말하면 안되겠죠. 해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그 무언가라는건 존재하지 않습니다."(박승화·이세준)
-유리상자 27년 음악생활 중 가장 의미 있는 곡은 어떤 곡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역시나 데뷔곡인 '순애보'와 학전 소극장에서의 첫 공연이 아닐까 하네요. 저희의 인생을 엄청나게 바꿔준 노래와 장소이죠."
-공연 소식이나 앨범 발매 등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3월21일에 이세준의 솔로 음원이 발표됩니다. 오랜만에 OST가 아닌 제가 직접 준비한 음원이 나와요. 추후 발표될 미니앨범의 선공개 곡인데 많이 기대해 주세요."(이세준)
"가을에는 유리상자 새 노래와 단독 콘서트 소식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박승화)
-화이트데이에 공연을 하시죠. 유리상자 또는 유리상의 노래를 사탕의 맛에 비유하자면 어떤 사탕을 고르시겠습니까?
"달달함 속 시원한 맛을 생각하고 싶은데 그 반대인 시원함 속에 달달함이 있는 박하사탕이 생각나네요.ㅎㅎ"(박승화) "유리상자속에 여러 맛의 온갖 사탕이 다 들어 있을 것 같은데요?^^"(이세준)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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