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소상공인 잡겠네" 알리와 테무가 몰고온 공포의 그림자
지난해 중국 직구 거래액 120% ↑
알리익스프레스 · 테무 공세 펼쳐
가품 · 품질 논란 끊이지 않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 파고들어
면세에 안전성 검사 의무도 없어
中 상품 판매 소상공인에게 타격
美도 중국발 제품에 고심 깊어져
소상공인 넘어 쿠팡까지 흔들까
# "카펫을 주문했는데 발매트가 배송됐다." 지난 1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중국 직구 플랫폼 피해 사례다. 이처럼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중국 직구 플랫폼 이용자 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 문제는 중국 직구 플랫폼이 도소매업을 하는 소상공인의 설 자리를 뺏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를 흔들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값싼 제품들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다. 중국 기반의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바바그룹)' '테무(핀둬둬·多多)' '쉬인' 등을 통해서다. 한편에선 "가품·품질 논란을 겪는 중국 직구 플랫폼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국내 소상공인부터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중국 직구 플랫폼을 얕봐선 안 된다는 거다. 정말 그럴까.
중국 직구 플랫폼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건 지난해 3월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 1000억원대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다. 이후 알리익스프레스는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기용하는 등 대규모 마케팅을 시작했다. '1000만 가지가 넘는 상품을 극강의 가성비로 5일 이내 무료배송'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알리익스프레스는 고물가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 앱엔 500~1000원대 생활용품·의류·전자기기 등이 수두룩하다. 품질 논란이나 배송지연·상품누락 등으로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 건수가 2022년 93건에서 지난해 465건으로 크게 늘긴 했지만, 가격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퀄리티는 별로더라도 알뜰살뜰 구매한다"는 소비자도 숱하다.
이는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앱·리테일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조사 결과, 올해 2월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818만명으로 전년 동월(355만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테무와 쉬인의 MAU도 역대 최대치인 581만명, 68만명을 기록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앱' 순위에서 쿠팡(1위)에 이어 2위와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당연히 온라인 직구 거래액도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직구 거래액은 총 6조7567억원으로 전년(5조3240억원) 대비 26.9% 증가했다. 그중 중국 온라인 직구 거래액은 3조2837억원으로 같은 기간 121.2%나 늘었다.
이같은 중국 직구 플랫폼의 공세는 도소매 업종에 종사하는 국내 소상공인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들이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이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한 상품을 사입해 판매하는 것이다 보니, 중국 직구 플랫폼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기가 어려워서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국내 사업자가 판매·유통을 목적으로 물건을 수입할 경우, 관세(최소 8%·품목별 상이)와 부가세(10%)를 내야 한다. 또 품목에 따라 개별법에 따른 수입 허가 인증절차를 밟아야 한다.
김준휘 관세사(소율관세사무소)는 "일례로 식품을 수입하는 사업자의 경우 성분표·제조공정도·공장등록증을 제출하고 정밀검사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생활용품·전기용품·어린이제품도 KC인증을 받아야 판매가 가능하다 보니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직구 상품은 150달러(약 20만원·미국은 200달러)까지 관·부가세가 면제되고 상품 목록만 제출하면 통관이 완료된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들은 "형평성을 고려한 직구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면세제도가 내수 시장을 위축시키고 중국 플랫폼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월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의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지원 및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직구 상품 과세, 인증 의무 부여, 연간결제 한도 설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직구 규제는 소비자의 불편과 불만을 야기할 수 있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떠오른 중국 직구 플랫폼에 골머리를 앓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선 2022년 9월 자국에 진출한 테무가 마케팅 공세를 펼치면서 미국 최대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테무는 지난 2월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프로풋볼 결승전)'에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슈퍼볼 광고비는 30초당 650만~700만 달러(약 87억~93억원)에 달하는데 테무는 5차례나 광고를 집행했다. 이것도 모자랐는지 1500만 달러(약 200억원)가량의 쿠폰과 경품도 뿌렸다. 테무가 슈퍼볼 광고를 진행한 건 2023년에 이어 두번째다. 광고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테무는 지난해 미국 소비자가 가장 많이 내려받은 앱 중 1위를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 내에선 직구품의 면세 한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800달러(약 106만원) 이하의 직구품은 관세를 면제하고, 통관 절차를 간소화해주고 있는데, 이를 틈타 중국 직구 플랫폼이 급성장했다는 거다. 마이크 갤러거 공화당 의원은 지난 1일 "테무와 같은 기업은 면세 한도 규정을 악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역시 우리나라처럼 중국 직구 플랫폼의 공세를 막을 뾰족한 수를 찾지는 못하고 있다. 문제는 세계 각국이 제어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이 중국 직구 플랫폼들의 시장 공략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에 물류센터 구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물류센터를 만들고, 상품을 국내에 들여온 후 판매할 경우, 가격뿐만 아니라 배송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다. 현재 5~7일이 걸리는 배송 기간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어서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0월엔 국내 판매자들이 입점할 수 있는 'K-베뉴(K-Venue)' 서비스도 론칭했다.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며 입점업체를 모으고 있다. 현재 LG생활건강·한국피앤지·참존 등 브랜드가 입점한 상태다. 지난 7일에는 쿠팡과 납품단가 협상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CJ제일제당도 입점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신선식품까지 카테고리를 확대할 계획이다.
물론 중국 직구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 안착하기엔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언급했던 가품 논란, 복잡한 환불절차 등이 반복되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직구 플랫폼을 더 이상 얕봐선 곤란하다는 반론도 숱하다. 중국 플랫폼 역시 문제점 개선에 힘을 쏟고 있어서다.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아직 현지화 단계로 개선해야 할 사항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고객센터 규모를 확대하고 현지 인력 채용을 늘려 서비스를 강화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알리익스프레스는 공격적 마케팅으로 국내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면서 "이들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넘어서 B2B(기업 간 거래)까지 영역을 확대하면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제조업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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