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은 왜 의견 갈렸나' 시즌 한창일 때 피치클락 최종 결정, 재앙이 찾아올 것이다

김용 2024. 3. 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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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시범경기 KT와 SSG의 경기. 7회말 2사 KT 황재균 타석 때 피치클락 위반 경고를 받았던 SSG 김광현이 이닝을 마친 뒤 송수근 구심과 대하를 나누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3.11/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재앙이 찾아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평생까지는 아니지만, 이번 시즌 프로야구 한 해 농사를 완전히 망칠 수 있다. 피치클락에 대한 얘기다.

2024 시즌 시범경기가 개막하고, 각 팀들이 어떤 준비를 했느냐는 이슈로 화제가 돼야 할 시기다. 하지만 KBO리그는 현재 피치클락, ABS(로봇심판) 얘기에 매몰돼있다.

큰 화제가 될 걸로 여겨졌던 로봇심판보다, 피치클락이 더 난리다. 10개 구단 감독들이 서로 다른 의견들을 내며 대립 아닌 대립을 하고 있다.

피치클락은 경기 시간 단축이라는 지상 과제를 위해 허구연 총재가 야심차게 도입하려 한 제도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피치클락 제도를 사용하고 있고, 실제 경기 시간 단축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 리그 LG와 KT의 시범경기, 경기장에 설치된 피치클락의 모습.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3.09/

그런데 KBO리그는 현장의 반발이 심하다. ABS와 함께 도입하니 너무 변화가 커 지도자, 선수 모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한국야구의 스타일, 선수들의 특성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제도라는 얘기가 나온다. 일부 감독들은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근거가 설득력이 없지 않다.

문제는 찬성하는 감독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감독들은 팬들을 위해 결국은 정착시켜야 하는 제도라고 주장한다. 이 또한 맞는 얘기다. 젊은 팬들은 이제 지루한 콘텐츠를 싫어한다. '쇼츠'가 대세인 가운데 3시간 이상 늘어지는 야구를 볼 젊은 팬은 많지 않다.

이에 3지대 주장을 펼치는 감독들이 나오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공감을 하지만, 확실한 준비를 하고 1~2년 2군 등에서 확실한 제도 확립을 위한 시간을 가진 후 1군에 도입하자는 것이다. 올시즌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1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시범경기 KT와 SSG의 경기. 7회말 2사 KT 황재균 타석 때 송수근 구심이 SSG 김광현에게 피치클락 위반 경고를 주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3.11/

문제는 서로간의 의도를 순수하게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감독이나 구단들이 서로 간의 이해 관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치클락이 도입되면, 빠른 주자가 많은 팀들이 유리해진다. 견제가 한 타자당 3개로 제한되고, 시간에 쫓겨 투구를 하니 주자 견제에 신경을 쓸 수가 없다. 빠른 선수들이 많은 팀 감독들이 피치클락 제도를 찬성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도루 저지율이 낮고, 뛸 선수가 없는 팀 감독들이 피치클락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제도의 근원적 취지를 넘어, 각자 생존이 걸린 프로 무대에서 이런 이해 관계 대립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예상된 일이기도 했다.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 리그 LG와 KT의 시범경기, 9회초1사 1,2루 KT 김영현이 피치클락 경고를 받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3.09/

문제는 KBO의 어정쩡한 스탠스다.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장 반대가 극심하니 일단 전반기 시범운영이라는 안을 내놓았다. 그럴 듯한 묘안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악의 수가 될 수 있다. 일단 전반기 시범운영 동안 피치클락을 지키는 팀, 제대로 지키지 않는 팀의 경기 승패가 갈리면 대혼란이 찾아올 수 있다. 전반기 시범운영 기간에는 피치클락 위반을 해도 페널티가 없는데, 그렇다면 굳이 지켜가며 야구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원래 하던대로, 호흡 다 가다듬고 플레이 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이렇게 룰을 지키지 않을 시범운영은 의미가 없다.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섯 열린 삼성과 한화의 시범경기. 한화 황준서가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뒤로 피치클락이 15초가 남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3.10/

여기에 더 큰 문제는 후반기를 앞두고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는 점이다. 제도 도입을 확정한다고 가정해보자. 하위권에 있거나, 안그래도 불만이 있던 팀들이 폭발할 수 있다. 피치클락 제도를 잘 이용해 선두를 달리는 팀이 있는데, 만약 제도 도입이 철회된다고 하면 자신들에게 엄청난 불이익이 될 수 있다. 하기로 했던 걸 왜 안하느냐, 이걸로 우리가 우승 못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 공방을 펼치면 이번 시즌 성적에 대한 가치가 크게 폄훼될 수밖에 없다.

모든 룰은 시즌이 개막하기 전, 확실히 정해놓고 하는 게 최고의 선택이다. 시즌 중반에 변수를 둔다는 건,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프로리그에서 무수한 뒷 말을 낳을 수밖에 없다.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시범경기 롯데와 SSG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나균안이 SSG 에레디아를 상대하고 있다. 피치클락을 테스트하고 있는 시범경기.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3.09/

일단 전반기 시범운영안을 발표해놨으니, 갑자기 개막부터 공식 도입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야심차게 준비한 제도를, 하루 아침에 없는 일로 만들어버린다면 허 총재의 입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시즌 중반 최종 결정안을 밀고 나가면, 재앙이 찾아올 게 뻔하다. 과연 KBO는 어떤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것인가.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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