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스타벅스, 이디야, 메가커피…당신의 선택은? 'K-불황형 소비'가 뭐길래
2019년 미국으로 떠나 연수와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4년 만에 회사에 돌아와 보니 목동 SBS 주변 커피 지형도가 바뀌어 있었다.
식사 후 최대한 빨리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뜻의 우스갯소리인 '식후 3보 즉사' 법칙에 의해 점심시간 자주 가던 커피숍들이 말 그대로 환골탈태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게 노란 간판의 메가커피. 이른바 저가형 커피가 회사 주변에 새로 생겼는데 출근시간, 점심시간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많았다. 그 바로 앞에는 매머드커피라는 또 다른 커피숍이 경쟁하고 있었고, 그 옆으로는 예전부터 있던 빽다방도 여전히 장사가 잘됐다. 이 매장들은 심지어 SBS를 중심으로 원을 그려가며 여기저기 2호점, 3호점이 문을 열고 운영하고 있었다.
메가커피도 잘 되고 스타벅스도 잘 된다?
이디야 커피는 저가 커피의 개척자 같은 존재이다. 스타벅스 초창기, 커피 한 잔에 5,000원이면 차라리 국밥을 먹겠다며 커피값 논란까지 일던 그때 이디야는 합리적 가격으로 스타벅스와 경쟁을 벌였다. 스타벅스 옆자리만 찾아다니며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렸고 호응도 좋았다. 하지만 이후 이디야는 커피콩의 고급화를 진행하며 가격을 조금씩 올리기도 했는데, 초저가 커피인 메가커피와 매머드커피, 컴포즈커피 등의 브랜드가 생겨나면서 위치가 매우 애매해졌다.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가격은 4,500원으로, 요즘 여기저기 많이 생기고 있는 분위기 좋은 개인 카페의 커피 가격과 비교했을 때 더 이상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여전히 미국에서 온 고급스러운 커피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 오죽했으면 얼마 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서민은 오지 않는 곳' 발언으로 떠들썩하기까지 했을까. 당시 때아닌 '귀족커피', '서민커피' 논쟁이 붙기는 했지만, 크게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소비자 접근성은 확대하면서도 고급 이미지는 그대로 가져간다는 것이 스타벅스의 입장에서 보자면 득이 되는 마케팅 전략이다.
반면 저가 커피인 메가커피나 컴포즈커피 등은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1,500원이다. 싸다. 초대형 용량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3,000원 정도밖에 되지 않다 보니, 출근길에 이거 한 잔 사서 반나절 이상 두고두고 마시는 사람들도 많다.
이디야 커피는 현재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3,200원이다.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가격이다. 반면 브랜드 이미지는 여전히 저가 커피 이미지가 강하다. 애매하다. 귀족커피도, 서민커피도 아닌 애매한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이다.
물론 이디야 커피만의 장점이 있다. 메가·컴포즈 등 저가 커피들은 앉아서 먹는 자리가 없는 곳이 많지만 이디야는 어디나 넓은 좌석이 완비돼 있다. 노트북을 펴놓고 앉아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된다는 점을 따지고 보면 이디야는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 이러다 보니 특히 공부할 것이 있는 학생들 위주로 이디야를 여전히 많이 찾는다는 목소리도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디야 커피 스스로가 위기라고 느끼고 있는 듯하다. 이를 극명히 나타내 주는 게 신규 점포 출점 수이다.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이 한 해 동안 컴포즈 커피는 573개의 점포를 새로 열었다. 메가커피가 417개 점포를 신규로 출점했고, 그 다음 순위는 더벤티와 빽다방이었다. 매장을 새로 많이 오픈한 커피숍 1위부터 4위가 모두 저가 커피인 것이다.
반면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려가던 이디야는 신규 점포 218개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며 5위를 기록했는데, 컴포즈 커피의 반도 안 되는 수치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디야 커피의 문창기 대표는 지난달 신년사에서 '재도약'을 강조하며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비싼 것 아니면 아주 싼 것으로
요식 사업 분야 한 가지 예만 더 들자면 햄버거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 햄버거 시장은 다른 품목에 비해 유독 쑥쑥 자라나고 있는 분야이다. 2020년 3조가 채 되지 않던 시장 규모는 매년 늘어나 2023년 5조 원에 다다랐다. 비슷한 계열인 피자나 치킨 시장의 성장세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버거 브랜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게 파이브가이즈와 슈퍼두퍼 같은 미국에서 물 건너온 녀석들이다.
이들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파이브가이즈는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햄버거 브랜드이지만, 미국에서도 싸지 않은 브랜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파이브가이즈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까지 주문하면 가장 기본으로만 시켜도 2만 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고든램지 버거에 비하면 이 또한 애교이다. 고든램지 버거는 기본적으로 햄버거 단품이 3만 원이 넘는데 심지어 14만 원 하는 메뉴도 있다. 그런데도 화제성 때문인지 장사가 잘 된다.
프리미엄 버거와 정반대로 편의점 햄버거 역시 최근 매출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홈플러스에서는 당당버거라고 햄버거 두 개에 5,000원에 파는 상품이 나왔는데 역시 인기이다. 그렇다면 버거 시장에서의 샌드위치 끼인 신세는 누구일까? 시장 전문가들은 소위 빅5로 불리는 맥도날드, 버거킹, KFC, 롯데리아, 맘스터치가 예전만 못하다고 본다. 이들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지만 정작 가격은 예전만큼 싸지 않다. 공교롭게도 맥도날드와 버거킹, 맘스터치는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데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음식뿐이 아니다. 2023년 LCC라고 불리는 저가 항공이 처음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승객 수를 뛰어넘었다. 2003년 국내에 저가 항공이 등장한 뒤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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