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내가 갑질했다고? 내가 을질당했소!" 하지만 팀장님이 몰랐던 두 가지
입사 2년 차인 팀원 A 씨가 팀장에 대하여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 업무 피드백 과정에서 폭언과 고성이 반복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신고서 내용을 보니 팀원 A 씨는 업무 성과가 좋지 않은 편이었고, 그런 A 씨에게 팀장은 지속적으로 업무 피드백을 하였으나, 그 내용을 A 씨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가보다는 A 씨의 능력을 문제 삼는 비난이 더 주를 이루고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 조사가 이뤄지려던 찰나, A 씨의 신고 사실을 인지한 팀장이 다시 A 씨를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신고하였다. A 씨의 업무 수행 능력 부족과 불성실함, 피드백에 대한 불수용 등으로 인해 본인이 너무 힘들었다는 주장이었다.
팀장은 조사 과정에서도 '을질' 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을 수차례 반복했다. A 씨에게 업무 피드백을 수차례 주어도 개선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업무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숱하다고 했다. 피드백 내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꾸라는 가이드를 주기도 하였으나, '이 정도는 입사한 지 일주일 된 신입사원들도 할 거다'라거나 '아직도 업무가 이 정도밖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A 씨가 업무를 잘할 의지가 없다고밖에 해석이 안 된다'는 말 등을 하였다고도 인정하였다. 팀장의 고충이 많았겠다는 심정적 동의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다만, 두 가지가 넘어가지지 않았다.
첫 번째, '을질'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했다. 사회적으로 '갑질'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배경은 근로계약서상 갑으로 칭해지는 사용자를 비롯하여 직장사회 내에서 더 우위에 있다고 평가되는 상급자 등이 비인격적 행위들을 하는 것이 제한되고 중단되어야 한다는 인식들이 자리 잡혀가면서였다. 직장 사회 내에서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양태의 갈등이나 사람 간의 어려움들이 모두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법령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지위나 관계의 우위'에 있는 사람들의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들을 규율하고자 하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었다. 따라서 '을질'이라는 통칭은 '후배권력'이라는 말처럼 상충되는 두 단어의 만남이었다. 또한, 을질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취지 및 목적과 완전히 다른 바였다.
두 번째, 팀장은 조사 과정에서 A 씨의 업무 피드백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혼날 게 있으면 혼나야 하는데' 라거나 '자세가 안 되어 있어서' 라는 등의 표현들을 반복해 사용했다. 실제 피드백 내용에 있어서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A 씨의 의지에 대하여 넘겨짚거나 업무에 대한 수행 능력을 문제 삼는 말들을 반복하기도 하였다. 관리자가 전통사회의 '엄격한 아버지' 같은 역할을 수행해도 된다는 통념이 여전히 조직사회에 남아 있었다. 다 큰 성인들의 '노무를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관계들 사이에서 '혼난다'라는 표현이나 '자세가 안 되어 있다'는 다분히 주관적 평가를 발설하는 것에 전혀 어색함이 없어 보이는 것이 현재 우리 조직사회의 민낯 같았다.
팀장은 팀원의 업무를 관리감독하고 팀원의 업무 역량이 향상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팀원의 동기 부여를 위하여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쉽게 말해,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여 존경받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책임 범위가 넓고 그만큼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태도가 되었든, 능력이 되었든 팀원의 부족한 역량이 있을 시엔 이를 개선하여야 하는 책임 역시 팀장에게 주어지는 것이 맞다.
물론 팀장이 리더로서의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부분으로 넘어가면 그에 대해선 조직이 팀장들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를 하였는가부터 살펴봐야 한다. 즉, 팀장에게 팀원 관리 및 팀 업무 총괄이라는 중책을 맡기면서 팀장이 성과, 업력, 경력뿐만 아니라 팀원들을 관리하는 위치에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역량에 대해서 조직이 책임지려 했는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 조직이 자기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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