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칼럼] 불안 속 프로야구 변화···지금, 누가 중심을 잡아야 하는가

최강야구 몬스터즈 김성근 감독 2024. 3. 1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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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창원에서 열린 KIA- NC의 시볌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피치 클락이 보인다. 연합뉴스



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뛰던 시절 이야기다. 제주도에서 훈련하는 것을 옆에서 본 적이 있다. 박찬호는 포수를 앉혀놓고 좌타자 바깥쪽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던졌다. 같은 곳을 겨냥해 연이어 공을 던지는 것을 보고 그 자리서 이유를 물었던 기억이 있다. 빠른 공과 커브(슬러브)밖에 없었던 박찬호는 나름 큰 변화를 선택한 것이었는데, 그즈음이 바로 한 단계 도약하는 시간이었다.

메이저리그는 몸쪽 스트라이크존이 좁은 반면, 바깥쪽 스트라이존은 공 하나 정도 넓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환경에 맞춰 살길을 모색했다. 스트라이크존의 공 한개 또는 반개 차이는 때때로 어마어마한 변화를 만든다.

지난 주말 시작된 시범경기를 통해 우리 프로야구에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변화를 보고 있다. 수원 LG-KT전 장면 중 하나를 보자면 KT 외국인타자 로하스가 낮은 볼에 삼진을 당하고 들어가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기존 스트라이크존과는 다른 지점이었다. 이전에도 스트라이크존 변화가 종종 있었지만 아래쪽 존을 잡아주기 시작하면 높은 쪽은 잡아주지 않는 식이었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이 시행되면서는 아래와 위가 모두 확대된 것 아닌가 싶다. 여기에 양 사이드 스트라이크존까지 조금 더 후해지고 있다.



컨트롤 좋은 투수라면 굉장히 유리해질 수 있다. 타자들은 그 반대로 어려워지는 환경이다. 지난해 우승팀 LG 좌타자 대부분은 바깥쪽 보더라인 공을 잘 밀어쳐 많은 안타를 만들었는데 달라진 존에는 어떤 영향을 받을지 궁금하다. 타자가 몸쪽 존의 공 반개를 더 의식하기 시작하면 바깥쪽 대응도 무뎌진다. 스트라이존의 공 반개 변화는, 눈에 보이는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바꿔놓을 수 있다.

참 많은 변화가 보인다. LG 김현수는 타석에 들어가는 동작이 무지 간결했다. 시범 운영한다는 피치클록을 준비한 것 아닌가 싶었다. 또 LG 주자들은 도루 스타트가 굉장히 빨랐다. 탕, 하면서 총쏘듯 출발했다. KT 투수 중에는 자기 템포를 놓치고 폭투로 던지는 경우도 봤다. 한두 경기에서 나타난 변화만 얘기해도 수십 가지는 될 것 같다.

새로워지는 것은 좋다. 그러나 기업이 혁신을 외치듯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과 야구에서 새로움을 동일시하면 안된다. 야구는 게임이고, 게임의 본질을 살리는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게임의 룰을, 참가자 모두가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게임 진행자의 정확한 내용 전달과 함께 참가자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투수와 타자의 플레이 시간을 규정한 피치클락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인다. 현장 분위기를 듣자니 LG는 작년 가을부터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건 참 좋다. 그런데 KT는 거의 대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같은 사안을 놓고 구단별 인식이 너무도 다른 것 같다. KBO가 큰 실수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KBO는 올해 ABS와 함께 피치클록까지 함께 시행하려 했다가 반대 의견도 있어 피치클록은 유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진행 과정이 불명확하다. 전반기 이후 도입하거나, 시즌 도중 바꾼다는 식의 구상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동네야구도 아니고, 상식 밖의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고작 시범경기 며칠 했는데 벌써 어수선함이 느껴진다. 허구연 KBO 총재가 현장을 다니며 관계자들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반응도 듣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사실, 이런 과정은 시범경기 개막 이전에 끝냈어야 했다. 새 규칙에 대한 리그 전체의 공유는 이미 마무리됐어야 할 시점이다. 지금 같다면 자칫 유니폼 입은 사람 모두가 불안해질 수 있다. 팬들 역시 불안해질 수 있다.

지난 10일 사직구장, 롯데-SSG의 시범경기 중 외야 스탠드에 설치된 피치클락. 연합뉴스



새로움을 찾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시행 여부와 시행 시점 자체가 모호해서는 안 된다. 지금 시점이라면, 피치클록의 경우 올 1년 한 시즌을 보고, 가을쯤에야 내년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게 옳다. 또 한 번 결정한 일이라면, KBO부터 중심을 굳게 잡고 갈 필요도 있다.

WBC 같은 국제대회에서 실패하면 마운드 높이와 공인구 같은 눈에 보이는 것부터 바꾸려는 게 그동안의 우리 습성이기도 했다. 너무도 자주 흔들린다. 본질보다는 다른 것에서 문제를 찾고 책임을 묻는 식이기도 했다.

야구라는 종목의 재미가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일 듯싶다. 피치클록 시야에 있는 경기에서는, 뛰는 선수도 보는 관중도 생각하는 타이밍이 사라지는 것 같다. 야구는 상황과 장면마다 보는 팬의 상상 폭이 다채로운 것이 매력인 종목이다. 어떤 야구가 과연 더 재미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도 함께 하게 된다.

<최강야구 몬스터즈 김성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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