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MS, AI 산업 주도하며 눈부신 성장
미국 나스닥 상장사 시가총액 톱10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엔비디아, 아마존닷컴, 알파벳(구글 모회사), 메타, 테슬라, 브로드컴, ASML 홀딩, 코스트코 홀세일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2월 말 기준). 이 중에서도 상위 6개 기업이 정보기술(IT)업계 빅테크로, 영어 앞 글자를 따 마나마(MANAMA: MS·애플·엔비디아·아마존닷컴·메타·알바펫)로 불린다. 기존 글로벌 빅테크 대장주를 지칭하던 신조어 마마(MAMAA: 메타·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닷컴·알파벳)에 엔비디아가 추가된 것이다. 이들 6개 기업 시가총액을 합치면 약 12조 달러(약 1경6000조 원)에 달한다.
2013년으로 시곗바늘을 돌려보면 미국 시가총액 순위 톱10은 애플, 엑손모빌, MS, 구글, 버크셔 해서웨이, 제너럴 일렉트릭, 존슨앤존슨, 월마트, 호프만 라로슈, 셰브론이었다. 애플과 MS, 구글을 제외한 석유, 투자지주, 가전, 제약, 유통회사는 10년이 지난 현재 시가총액 순위가 크게 낮아졌다. 그 빈자리를 또 다른 빅테크들이 차지한 것이다.
美 나스닥 시가총액 톱10 중 6개 'IT 빅테크'
여기서 특히 주목할 점은 최근 1년간 엔비디아의 놀라운 성장세다. 5년 전만 해도 시가총액 기준 10위권에 이름조차 못 올린 엔비디아가 구글을 제치고 3위가 됐다. 1993년 설립된 그래픽카드 칩셋 B2B(기업 간 거래) 회사가 30년 만에 세계 IT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AI 반도체 회사로 거듭난 것이다. 엔비디아의 눈부신 성장은 혁신적인 사업 모델(BM) 덕에 가능했다. 그래픽카드 칩셋 납품 기업으로 시작한 엔비디아는 차세대 반도체 칩셋 개발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와 더불어 고객이 자사 칩셋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주력했다. 컴퓨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중심으로 '엔비디아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수요가 또 다른 수요를 부르는 선순환이 이뤄진 배경이다.블록체인 암호화폐 채굴 열풍에 이어 대규모 언어 모델(LLM) 구축과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세계 IT 산업의 대세로 자리 잡은 것도 엔비디아에 엄청난 호재다. 엔비디아는 컴퓨터와 노트북용 AI 칩을 출시한 데 이어, 산업용 로봇 프로그래밍을 돕는 생성형 AI 플랫폼을 B2B 시장에 내놨다. 아예 특정 산업을 핀포인트로 노린 맞춤형 서비스도 주목된다. 엔비디아가 12개 넘는 생성형 AI 모델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합해 출시한 바이오네모(BioNeMo)가 바로 그것이다. 바이오네모는 신약 개발 과정을 단축해 바이오산업 혁신에 기여할 전망이다.
MS는 그 규모와 역사를 감안하면 그야말로 '거대 공룡'이라는 명칭이 어울리는 기업이다. 지난 몇 년간 빅테크 공룡 MS의 몸놀림은 어느 후발 주자보다도 빨랐다. MS는 2019년부터 오픈AI의 잠재력을 알아채고 지분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다. 지금까지 약 130억 달러(약 17조3400억 원)를 투자해 오픈AI 지분의 49%를 확보했다. 빌 게이츠 창업자가 월드 와이드 웹(WWW)과 아이폰에 이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혁신 모멘텀으로 챗GPT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챈 결과다. MS의 초거대 AI 사업 참여는 단순히 혁신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에 그치지 않는다. 챗GPT를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에 탑재해 B2B 서비스로 제공하는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나섰다. MS와 엔비디아 모두 AI 산업의 대두에 발맞춰 빅테크 중에서도 발 빠른 대처를 통해 기업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한때 주가 하락으로 홍역을 치른 메타는 지난해 기업가치를 크게 높였다.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AI를 활용한 광고로 수익성을 개선한 점을 시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애플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하드웨어 제품군에서 꾸준히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비전 프로' 같은 차세대 기기를 성공적으로 출시해 디지털 디바이스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오픈AI "AI 칩 자체 생산에 7조 달러 투자 유치"
다만 당장 기업가치가 높은 6대 빅테크도 미래 전망은 엇갈린다. 특히 아마존과 구글은 지난해 이후 이렇다 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가총액 1위를 다투는 애플의 중장기 혁신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각종 디지털 기기 제품군에서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거느렸으나, 이런 하드웨어에 접목할 독자적인 AI 플랫폼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오픈AI가 AI 칩 자체 생산에 최대 7조 달러(약 9338조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끈다. 향후 10년 동안 AI 사업의 성패가 빅테크의 경쟁 구도와 성장 가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김지현 테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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