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배상에 배임 우려까지…홍콩ELS '자율배상' 난항 예고
자율배상 시 '배임 혐의' 주주소송 배제 못해
과징금도 조 단위 부과 가능성
투자자들 "100% 배상해야" 집회 예고
금융권이 당국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분쟁 조정 기준안을 바탕으로 자율배상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다만 금융권과 가입자 간 입장 차이가 큰 데다 자율배상이나 분쟁조정 절차 모두 강제성이 없어 실제 자율배상이 이뤄지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12일 홍콩 ELS 주요 판매사인 은행들은 분쟁 조정 기준안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기준안 발표 이후 다각도로 검토할 사안이 많다"며 "자체적으로도 판매 과정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자율배상 등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전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홍콩 ELS 분쟁 조정 기준안과 관련해 "은행의 내부통제가 실질화될 수 있도록 은행연합회가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각 은행이 수용 여부와 대내외적 소통 방안 등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며 "저희도 당국, 은행과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당국인 금융감독원이 이번 분쟁 조정 기준안을 발표하면서 수차례 '사적화해(자율배상)'를 권고한 만큼 은행들은 자율배상에 따른 법률 검토에도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전날 "기준안에 따라 배상이 원활히 이뤄져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판매사와 투자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며 금융기관에 자율적 배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달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은행들의 최대 법률 쟁점은 이 사안이 '배임'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다. 가입자에 대한 은행의 배상은 기본적으로 판매사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하게 되면 '자율배상' 여부가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구조다.
이에 일단 은행들은 손실이 확정된 건에 대해 ELS 사후관리 전담팀(TFT)을 중심으로 예상 배상금액을 산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업부서가 상품 판매 시 녹취본을 다시 들어보고 은행 자체적으로 배상비율과 금액을 산정하는 절차다.
두 번째는 배상액이다. 은행권이 판매한 ELS 전체가 배상 대상이라고 가정하고 손실률을 현재 기준인 53.5%라고 잡았을 때, 배상비율이 20~60%(가장 많은 사례)에서 결정되면 은행들은 1조5000억원에서 4조6000억원 수준을 배상하게 된다. 지난해 1분기 국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이 4조9000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다음달부터 진행되는 제재심의위원회 이후 내려질 과징금은 별도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홍콩 H지수 ELS 판매잔액은 18조8000억원이고 올 연말까지 누적 손실액이 5조8000억원이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 단위 과징금도 가능하다. 개정 금융소비자법은 은행 전반 불완전 판매가 인정되면 과징금을 판매 금액 50%까지 부과할 수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구체적인 제재 범위와 수준은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추후 결정될 것"이라며 "과징금 부과 여부 및 수준 결정 시 배상 등 사후 수습 노력을 보이면 제재 양정 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일단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대표사례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대표 사례에 대한 분조위를 분쟁을 조정하는데, 분조위의 조정결정과 당사자 수락 후 '조정 성립'까지는 통상 2~3개월이 걸린다. 은행들의 자율배상 여부도 '현업부서 검토→법무법인 법적 검토→이사회 결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대표사례 외 분쟁 민원은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된다. 자율조정 과정에서 은행과 가입자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소송으로 가게 된다.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가입자의 90%는 분쟁조정 절차에서 배상 문제가 일단락됐다. 다만 이번에는 투자자 수가 많은 데다 판매금액도 당시 10배 이상이라 대규모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일부 투자자들은 100% 전액 배상을 주장하며 오는 15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이들은 금감원의 기준안이 판매사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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