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네, 초등학생이냐?"…'100㎏ 나성범'따라 벌크업, 홈런은 귀엽지 않았다

김민경 기자 2024. 3. 1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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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 최원준은 시범경기 2승째를 이끄는 결승포를 날렸다. ⓒ KIA 타이거즈
▲ 결승포를 날린 뒤 KIA 타이거즈 주장 나성범(왼쪽)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최원준 ⓒ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나)성범이 형 성에 안 차죠. 귀엽다고, 초등학생이냐고 하더라고요."

KIA 타이거즈 외야수 최원준(27)은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벌크업을 시도했다. 팀 선배이자 주장 나성범(35)을 롤모델로 삼고 자연스럽게 몸을 키웠다. 프로필상 나성범은 몸무게 100㎏, 최원준은 85㎏이다. 최원준의 키가 나성범보다 5㎝ 정도 작다고 해도 15㎏은 꽤 큰 차이다. 최원준은 올겨울 4㎏ 증량했는데, 근육이 3㎏ 정도 붙었다. 근육으로만 3㎏을 찌우는 건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인데, 나성범의 눈에는 그래도 애교로 보였던 모양이다.

최원준은 "비시즌 때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하면서 타구 속도를 높이려고 준비를 많이 했다. (몸집이 커진 게) 살이 쪘다고 말하기는 그렇고, 일부러 근육량을 늘렸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잘 안 했었는데, 성범이 형 따라서 조금 많이 하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살이 찐 게 맞긴 하다. 4㎏ 정도 체중이 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범이 형은 성에 안 찬다. 귀엽다고, 초등학생이냐고 하더라. 아직 멀었다. 성범이 형은 10년 넘게 해왔고, 나는 이제 3~4개월 했으니까 당연하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벌크업의 결과물은 귀엽지 않았다. 최원준은 11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시범경기에 2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1삼진 1타점을 기록했다. 시범경기 3경기 만에 나온 첫 안타가 홈런이었다. 이 홈런이 결승포가 되면서 KIA는 3-0으로 완승했다.

최원준은 1회초 1사 후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가동했다. 볼카운트 3-1로 유리한 상황에서 한화 선발투수 펠릭스 페냐의 시속 147㎞짜리 직구를 공략해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1-0 선취점을 안긴 한 방이었다. 페냐의 공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 높이 들어오는 걸 놓치지 않고 힘 있게 받아친 결과였다. 3회 2번째 타석에서는 헛스윙 삼진, 6회 3번째 타석에서는 유격수 땅볼에 그쳤으나 첫 타석에 나온 홈런 하나가 값졌다.

최원준은 경기 뒤 "첫 번째와 두 번째 경기는 ABS(자동볼판정시스템) 때문에 스트라이크존이 바뀌기도 했고, 처음 보는 투수들이 나와서 일부러 공을 조금 많이 지켜보려고 했던 점도 있었다. 오늘(11일)은 많은 투수들이 나와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아서 그냥 공격적으로 방망이를 돌렸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홈런 소감을 밝혔다.

▲ 홈런 세리머니를 하는 KIA 타이거즈 최원준 ⓒ KIA 타이거즈

아직 눈에 보이는 결과는 홈런 하나지만, 최원준은 벌크업 효과를 충분히 체감하고 있다. 그는 "연습 때 내 느낌으로는 타구 속도가 많이 빨라진 것 같고, 비거리도 늘어난 것 같다. 또 주위에서도 그렇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셔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최원준에게 올해는 선수 생활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한 해다. 최원준은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3순위로 KIA 입단한 유망주였다. 신인 때부터 콘택트 능력은 충분히 인정받았다. 2020년(117안타)과 2021년(174안타)에는 2년 연속 100안타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더 높였다. 그러다 상무에 입단했고, 상무에서 전역하고 KIA로 복귀한 지난해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부상과 부진이 겹쳤다. 시즌 성적은 67경기 타율 0.255(239타수 61안타), 1홈런, 23타점, 37득점에 그쳤고,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됐다가 준비 기간에 왼쪽 종아리 근육이 손상되는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시즌 아웃됐다.

지난해는 출전 기회를 늘리기 위해 외야수와 1루수를 겸업했지만, 올해는 본업인 외야수에 집중하고 싶은 뜻을 코치진에 전달했다. 코치진은 최원준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시범경기 3경기 연속 최원준을 2번타자 중견수로 기용했다. 최원준을 주전 중견수로 기용하면서 지난해 중견수였던 소크라테스를 좌익수로 돌리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이 감독은 시범경기에 고정하고 있는 선발 라인업이 곧 개막 라인업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빼어난 콘택트 능력과 빠른 발이 장점인 최원준이 1번타자 박찬호와 시너지 효과를 내면 KIA 타선은 훨씬 더 짜임새가 탄탄해질 수 있다.

최원준은 일단 힘 있고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계속해서 나성범을 따라 운동하려 한다. 그는 "솔직히 지금 첫 홈런이 나온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즌 때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겨울에 준비했던 것들이 나온 것 같다. 시범경기 때 홈런을 쳤던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준비가 잘 됐다는 생각이 들어 그 점은 좋다"며 이날 홈런의 좋은 기운을 계속 이어 가 보겠다고 다짐했다.

▲ 제대 후 적응기를 거치고 본격적인 출발에 나서는 최원준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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